공공디자인이 요즘 이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툭하면 공공디자인을 얘기한다. 도대체 공공디자인이 무엇이란 말인가? 공공장소의 디자인을 말하는 것인가,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사람이 움직이는 공간, 모이는 공간은 모두 공공디자인이 적용 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럼 우리나라 공공디자인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우리나라에 사람이 살기 시작할 때부터 공공디자인이 시작하지 않았나 싶다.

필자는 어려서 남쪽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천관산이라는 제법 높은 산이 있었고, 여러 마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큰 저수지도 있었다. 그 아래 작은 마을이 있었고, 윗동네 아랫동네가 있었다. 윗 마을 한 곳에 큰 느티나무가 있었는데 많은 아이들이 시간이 되면 그곳에 모여 놀이를 계획하고 서로 많은 이야기를 하곤 했다. 물론 일년에 몇 번은 그곳에서 농학놀이를 하고 제를 지내기도 했다. 그곳에는 밤에 촛불이 있었고, 가끔씩 전등이 연결되어 환하게 비추면 모여서 수박을 먹기도 했다.

그 근처에는 마을회관이라 해서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 여러 가지 논의도 하고, 함께 재미있는 놀이 문화도 즐겼다. 밤이 늦으면 동네에 집들이 불이 꺼지고 가끔씩 마루에 전등불이나 호롱불을 켜놓아 지나가는 사람들이 불빛을 보고 자기네 집을 찾아 갈 수 있도록 했다. 또 아랫동네는 상점 앞에 공동 우물이 있어서 아낙네들이 물을 길러가고, 빨래를 하기도 했다. 물론 집안에 우물이 있는 집도 있었지만 동네에서 돼지를 잡거나, 생선을 잡아오면 함께 요리를 해서 나눠 먹기도 했다. 그리고 사람이 모이면 공동으로 쓰는 화장실이 있었지만, 부족하여 가까운 집에 화장실을 쓰기도 했다. 이것이 필자의 생각으로는 도심의 관광지나 사람이 많은 곳의 공중화장실과 개방 화장실의 모태라고도 할 수 있다.

마을에서 학교를 가려면 작은 강을 지나야했고 그곳에서 징검다리가 있었다. 필자가 초등학교 5학년이 돼서야 다리가 놓여졌다. 비가 많이 오면 다리위에서 물 흐르는 것을 보는 것이 무척 새롭고 즐거웠다. 학교 뒤에는 뒷동산이 있었고, 그곳에서 방과 후에 모여앉아 게임도 하고, 또 서로 다투고 화해도 하는 장소로 활용 되었다. 이렇듯 가로등도 없고 벤치도 없고 쉴 수 있는 파고라도 없었지만, 집집마다 불빛이나 은은한 달빛이 나름대로 가로등 역할을 했고, 벤치는 큰 돌이나 쓰러진 나무토막이 역할을 했다. 그리고 큰 나무나 초가집 처마 밑이 파고라 역할을 했다. 그럼 40년 후 지금의 공공 디자인은 어떤가? 필자가 사는 아파트는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이다. 주변에 큰 산이 있다. 공기도 맑고 아파트 층수도 6층 미만이 많고, 생태 공원인 습지가 있다. 작지만 실개천이 흐른다. 새로이 디자인 된 벤치와 알루미늄과 목재로 디자인된 파고라가 있으며 단지 내에 목재와 플라스틱으로 제작 된 어린이 놀이터도 많고 주변에 에너지세이빙 가로등이 있으며, 자전거 도로가 있고, 곳곳에 쉼터와 평상이 놓여있다.

필자가 살던 시골 그 당시와는 엄청난 차이다. 지금 필자는 디자인을 전공했고, 공공디자인에 관련해 방향 모색을 고민을 하고 있다. 40년동안 엄청난 변화에 놀랄 따름이고, 향후 10년이 더 많은 변화가 있으리라 짐작한다. 지금도 사람이 모여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어김없이 큰 나무 밑이나, 파고라는 여전히 존재한다. 우리나라 공공디자인은 앞으로 많은 발전을 거듭할 것이다. 디자인 컨셉은 대부분 (해외 사례로) 외국의 디자이너들의 벤치마킹에서 오는 듯 하다. 여러 가지 설치물이 그러하고, 조명시설이 그렇다. 또한 쉴 수 있는 벤치나, 파고라 역시 디자인이나 사용되는 재료들이 그렇다. 현대식 디자인도 좋지만 우리는 오래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물론 수 많은 전쟁 으로 인해 문화와 역사가 파괴되고 사라졌지만 우리 문화는 아직도 꾸준히 우리 생활공간과 환경 속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향 후 공공 디자인의 계획 및 설계가 누군가에 의해 디자인되더라도 우리가 갖고 있는 문화를 접목하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물론 우리 문화와 현대 디자인이 접목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새롭게 문화를 만들어 가는 신세대들도 우리의 피를 받고 정신을 받고 태어났다면 우리문화의 좋은 점 들을 아마도 좋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