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火車' 벤츠 사태…정부·국회 방치하면 더 큰 불씨 키운다

김종훈 기자 ㅣ fun@chosun.com
등록 2024.08.07 15:34

/김종훈 디지틀조선TV 보도국장

인천 아파트 주차장에서 벌어진 벤츠 전기차 화재로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 상당수 지하주차장에서 벤츠 전기차 주차를 받지 않는다는 문구가 나붙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들은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하에서 지상 및 별도 구역으로 바꾸기 위한 발 빠른 움직임에 나섰다. 입주민 전체의 안전 및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내 차량의 배터리 제조사가 어딘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재로써 관련법이 미흡해 표시 의무가 없어 보인다. 소비자가 알아내야 하는 구조다.

우리가 식당을 가더라도 김치나 고기의 원산지를 표시하게 의무화 된지 오래다. 밥값을 떠나서도 건강을 위협하는 안전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또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사더라도 메인 CPU가 어느 회사 것이 들어갔는지 등 스펙이 모두 공개되고 그에 따라서 값이 달라진다. 그런데 벤츠코리아는 작게는 수천만원에서 억대를 넘나드는 고가의 차량을 팔면서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꼭 법령을 떠나서도 1억원대의 자동차를 판매하는데 사전 정보를 고지하지 않는 다는 것 자체가 상식 밖이다.

이런 이유로 소비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벤츠 화재 사건은 새롭거나 대수롭지 않을 정도로 앞서 벤츠 내연기관 자동차 화재 사건도 빈번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1억 원대 전기차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은 이해 및 용서가 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1일 인천 청라 아파트 화재사고에서 원인이 된 차량은 메르세데스-벤츠 EQE 세단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명품 자동차로 알려진 벤츠가 왜 차량 배터리 셀이 이름조차 생소한 중국 파라시스 제품을 섰는지에 대한 의혹도 일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벤츠를 상대로 배터리 정보 공개를 요청하는 방법에 대해 며칠 째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소비자들은 셀프서비스로 서비스센터에 전화해 차량을 입고시키면 담당자가 정보를 안내해 줄 수도 있다는 글을 서로 간에 공유하고 있다.

이 자체도 아이러니 한 모습이다. 한편으로 한국의 관대한 수입차업체에 대한 법령이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한국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위가 만연하게 했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어 보인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법인은 2018년 12월 배출가스 관련 인증 절차를 위반한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서 벌금 28억1000여만원을 선고받았다. 담당 직원은 징역 8개월형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당시 "3년 6개월간 인증 누락이 반복되고 4차례 과징금이 부과됐음에도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폭스바겐코리아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 등 이미 독일계 제조사의 불법 탈법 행위는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이다.

온라인에서 벤츠 전기차 소유주들은 이웃들에게 때 아닌 비난을 받고 있다. 아울러 본인들이 거주하는 아파트에 주차를 하지 못한다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아파트 입주민 대표가 지하 추자장에 세워진 차량의 배터리 제조사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내용 등이 골자다. 심지어 필자가 거주하는 아파트에도 벤츠 사태를 계기로 전기차는 당분간 입차를 금지한다는 공지가 붙어 있다.

많은 차주들이 벤츠코리아측에 배터리 제조사를 알기 위해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벤츠코리아측은 대형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안일한 자세로 소비자들을 대하는 행태에서 벤츠코리아가 한국소비자와 정부를 얼마나 우습게 생각하는지를 방증한다. 선제적으로 문자메시지라도 보내서 배터리의 제조사를 고지하는게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

국회와 정부가 나서 수입전기차 배터리 및 핵심부품 원산지 의무표시제를 법제화에 나서고, 화재 사건을 필두로 벤츠코리아가 소비자를 상대로 판매영업을 할 땐 한국산 및 유명회사 배터리라고 속이고 판매한 정황은 없는지 등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통해서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꺼진불도 다시 보자는 말이 있다. 이번 사태를 안일하게 방치했다가는 더 큰 화재로 인한 재앙의 불씨를 키우는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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