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의 글로벌인사이트] ‘잃어버린 30년’, 日이 中에 바톤 넘기나?

정상혁 기자 ㅣ digihyuk@chosun.com
등록 2024.07.12 15:57

중국 상해 푸동지구/정상혁 기자

중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사실상 저물가 쇼크 수준까지 내려갔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6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0.2% 상승하는 데 그쳤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전월 0.3%는 물론 시장 예상치인 0.4%도 크게 하회했다. 가계 소비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생산된 물품들이 팔려나가며 각 경제 주체들이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따라서 CPI가 낮다는 건 경제 전반의 활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중국 상황은 경제 위기라기보다는 경기 둔화다. 중국 GDP 성장률은 과거 10년(2012~2021년) 동안 6~8%대였다. 지금은 5~5.5%다. 앞으로는 4%, 3%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측된다. 고성장에 익숙해져 있는 중국이 저성장에 적응하는 건 어려운 문제다. 특히 중국은 지난 20년간 경제 개혁보다 부채를 늘리는 데 집중해 왔다. 빚을 내 건물을 세우고 도시 인프라 투자에 집중해 성장했는데 이는 비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 중국은 장기적으로 생산성 향상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 중국의 생산성 수치는 매우 악화됐다. 중국의 총요소생산성(TFP) 증가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분의 1로 둔화했다. TFP 증가율이 2008년 이전엔 약 3%였는데 지금은 1% 수준이다. 경제가 더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하면서 중국은 더 많은 빚을 내야 했고, 지금 그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 비춰 볼 때 앞으로 중국 경제의 불씨가 쉽게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대만 금융정보 매체 재신(財訊)의 셰진허(謝金河) 회장은 지난 6일 본인의 SNS에 '대차대조표 복구: 중국이 일본으로부터 바톤을 이어 받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일본이 1990년대 거품 붕괴를 계기로 '잃어버린 30년'에 접어들었다면 중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속되고 있는 불경기와 주택 가격 폭락, 출산율 급락, 청년 실업률 고공행진 등으로 '잃어버린 30년'을 맞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최근 중국 자산 가격의 급락은 외국 기업들의 공급망 이동과 해외 자본 철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세계에 선행을 베풀어야 할 중국 공산당이 전랑외교(戰狼外交) 전략으로 지정학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바람에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안 관계의 긴장이 대만 인력과 돈을 철수시켜 중국 경제에 마이너스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셰진허 회장 이외에도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지난 3월 “중국 정부의 부채 문제는 과거 인구 증가 억제 정책 및 고령화 문제와 얽혀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중국이 부채를 해결하지 못하면 일본과 같은 '잃어버린 10년'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평균 은퇴 연령은 53세지만 평균 사망 연령은 84세다. 즉, 소득이 없는 사람들은 평균 31년에 걸쳐 부양을 받아야 하는데 1가구 1자녀 정책 탓에 한 사람이 두 명의 노부모를 돌봐야 하는 중국의 암울한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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