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빙글빙글 도는 어지럼증 '이석증', 원인부터 파악해야

김종훈 기자 ㅣ fun@chosun.com
등록 2024.01.16 17:38

신경과 전문의 박재현 원장(삼성스마트신경과의원)

매년 어지럼증 때문에 병원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2022년 ‘어지럼증 및 어지럼’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사람은 97만 9640명이었다. 2012년 약 68만 명에서 10년사이 약 44%가 늘어서 100만 명에 가까운 숫자다.

어지럼증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위험하지 않은 귀 안쪽의 문제부터 뇌 문제, 심장 문제까지 다양한 이유로 어지럼증을 느낀다. 16일 삼성스마트신경과의원 신경과 전문의 박재현 원장을 만나 독자들이 굼금해하는 어지럼증, 특히 가장 흔한 이석증에 대해 들어봤다.


- 어지럼증의 원인은 어떤 것들이 있나?


빙글빙글 도는 어지럼증(현훈)은 이석증, 전정신경염, 메니에르병 같은 귀 쪽 문제나 뇌경색, 뇌출혈, 편두통성어지럼 같은 뇌문제가 원인이다. 비틀비틀하는 균형장애는 소뇌의 뇌경색이나 뇌출혈, 척추질환, 말초신경병, 약 부작용 등이 원인이고, 어찔어찔하게 쓰러질 것 같은 현기증은 심장문제, 기립성 저혈압, 탈수, 자율신경장애 등으로 인해 생긴다. 심리적인 불안감이 어지럼을 일으키기도 한다.


- 이석증이 가장 흔하다고 들었다.


그렇다. 이석증이 가장 흔한 원인으로 어지럼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의 20-40%가 이석증때문에 어지럽다. 약40명 중 1명이 일생동안 한 번 이상의 이석증을 겪는다는 연구도 있다.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도 꽤 있어 더 많은 사람들이 이석증으로 인한 어지럼을 경험한다고 본다. 어지럼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신경과 의사인 나도 이석증에 2번 걸려보았다.


- 박 원장이 이석증을 직접 겪어 보았다니 더 잘 알 것 같은데, 이석증 증상은 어떤가?


빙글빙글 도는 어지럼이 머리를 움직일 때 새긴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눕거나 일어날 때, 고개를 숙일 때, 누워서 고개를 돌릴 때 등 머리를 움직이는 순간 어지럼이 생긴다. 가만히 있으면 대부분 1분 이내 어지럼이 잠잠해진다. 괜찮아져서 움직이면 또 어지럼이 생기는 것이 반복된다. 어지럼증의 정도는 매우 심하게 주위가 빙빙 돌거나, 위아래가 뒤집히는 느낌의 심한 어지럼증부터 띵한 느낌의 약한 어지럼까지 다양하다. 메슥거리는 느낌이 들고 구토를 여러 번 하기도 한다. 대부분이 새벽이나 아침에 자다가 처음 어지럼을 느낀다. 주로 자고있을 때 이석이 반고리관으로 잘 못 들어가기 때문이다. 어지러워서 잠에서 깨거나, 깬 직후에 어지럼을 느낀다면 이석증을 먼저 의심한다.


- 뇌졸중 등도 어지러움과 두통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그럴 수도 있나?


갑자기 어지럼이 생기면서 ▲팔다리 힘이 빠질 때 ▲감각 이상 ▲어지러운 정도에 비해 심한 균형장애 ▲말발음이 어둔해질 때 ▲얼굴이 비대칭일 때 ▲심한 두통이 같이 생길 때 ▲의식이 떨어질 때 등은 뇌졸중을 의심해야 한다. 이럴 때는 빨리 응급실에 가야 한다. 간혹 어지럼증 외에 다른 증상은 없음에도 뇌경색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신경과 전문의의 진찰만으로도 대개 뇌졸중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있으니 담당 의사와 상의 후 MRI 등 정밀 검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 의학적으로 이석증의 원인은?


이석증은 귀와 뇌 사이에 있는 반고리관에 생긴 문제이다. 반고리관속의 림프액의 흐름을 통해 뇌는 머리의 위치를 파악하고 균형을 잡는다. 머리를 흔들면서도 사물을 바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 반고리관과 이석기관 덕이다. 반고리관과 연결된 곳에 있는 이석기관에서 무거운 이석이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 속에 들어가면 림프액이 무거워진다. 머리를 조금만 움직여도 마치 10-20바퀴 돈 걸로 뇌가 착각을 해 심한 어지럼을 느낀다.

이석증이 생기는 정확한 원인은 따로 없는 경우가 반 이상인데 교통사고같이 머리에 충격을 받거나, 입원 상태 같은 장기간 누운 자세, 내이의 염증 등은 이석증을 유발한다. 활동량 부족, 골다공증, 비타민D 부족, 편두통, 스트레스, 과로, 흡연, 술 등도 위험 인자이다.


- 어지러울 때 병원에 가면 어떤 검사를 받나. 돈 걱정에 병원 가기 꺼려하는 노인들도 있는데 어떤가?


어지럼 원인을 찾을 때, 환자 이야기가 가장 중요하다. 어떤 상황에서 처음 어지럼이 생겼는지, 어떨 때 심해지고 어떨 때 좋아지는지, 같이 생긴 증상은 어떤 것이 있는지, 먹고 있는 약이나 가지고 있는 병 등을 물어본다. 그리고 신경학적 진찰이라고 하는 신체 검진을 한다. 눈동자 움직임, 팔다리 힘, 균형감각 등을 확인해서, 뇌 질환 가능성을 평가한다.

검사 종류가 다양하니 적절한 검사를 정해야 한다. 검사를 충분히 하지 않아서 오진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렇다고 검사를 무턱대고 많이 해서 환자의 돈과 시간, 병원 의료자원을 낭비해서도 안 되니 문진과 진찰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 전정기능검사 결과를 보고 뇌 MRI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뇌 질환이 의심되면 뇌 CT나 뇌 MRI 등의 검사를 하고, 이석증 등이 의심이 되면 비디오 안진 검사 같은 전정기능검사, 저혈압이 의심되면 기립성저혈압 검사나 심장 검사를 한다. 의원 급 의료기관 외래진료를 보면 어지럼 검사 비용은 5-20만 원가량 든다. MRI를 찍게 되면 더 많이 들 수 있다.


- 이석증일 때 치료는 어떻게 하나? 약만 먹으면 되는 건가?


반고리관에 들어간 이석을 원위치로 돌려주면 좋아진다. 약은 일시적으로 어지럼을 못 느끼게 해줄 뿐 이석증을 직접 치료해주지는 못 하며, 장기간의 항현훈제나 진정제 복용이 오히려 만성 어지럼을 유발한다.

이석을 원위치로 돌려주는 ‘이석정복술’은 안전하면서도 효과 좋은 치료다. 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반 이상의 이석증은 치료 후 즉각적으로 좋아지거나 2-3일 이내에 어지럼이 좋아진다. 검사로 확인된 이석증 방향과 타입에 맞춰 이석정복술을 시행하는데, 치료는 3-5분이면 끝난다. 병원에서의 치료만으로 끝내기도 하고, 집에서 같은 동작을 반복하도록 교육하기도 한다.

병원에서 진단받은 분들의 교육 목적으로 이석증 치료방법을 ‘신경과전문의 박재현’이라는 개인 유튜브 채널에 올린 적이 있다. 병원 진단 없이 영상만 보고 이석증 자가치료를 따라해서 어지럼이 좋아졌다는 댓글이 매우 많았다. 이석정복술의 치료효과를 다시 한번 체감할 수 있었다. 그래도 이석증이 아닌 다른 병일 수도 있으니 가능하면 어지럼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병원에서 정확하게 진단받는 것을 권한다.


- 주위에 이석증이 여러 번 재발해서 고생하는 분들이 있다. 재발 방지방법을 알려달라.


이석증은 재발을 잘 한다. 10-50%에서 재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석증을 심하게 겪은 이들은 갑작스럽게 다시 어지럼이 찾아올까 봐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2번 이상의 재발성 이석증을 경험한 경우에는 더 심한 두려움을 가진다. 어지럼에 대한 과도한 걱정이 어지럼을 느끼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병원에서 완치 판정을 받거나 어지럼을 며칠 이상 느끼지 못했다면 다 나은 것이다. 이후에는 두려워하지 말자. 이석증은 재발을 잘 하는 만큼 잘 낫는다. 환자들에게는 ‘내이에 생기는 감기 같은 병’이라 설명한다. 매년 감기 걸린다고 해서 감기를 두려워하면서 지내는 경우는 없다.

재발 방지를 위해 제일 먼저 할 것은 일상적인 신체 활동을 충분히 하는 것이다. 가만히 있는 시간이 너무 길면 이석증이 잘 생긴다. 특히 고령에서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져 이석증이 더욱 잘 생긴다. 요즈음은 젊은 사람들도 누워서 스마트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잘 때 빼고는 누워있지 말자. 한쪽으로만 눕는 습관도 좋지 않으니 좌, 우, 그리고 바로 눕는 자세 등 다양한 방향으로 누워 자는 것이 좋다.

수영 같은 격렬한 운동을 하다 이석증이 생길 경우 어지럼이 두려워서 하던 운동을 그만두는 이들도 있다. 이는 권하지 않는다. 운동을 하는 것이 이석증을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니 운동을 충분히 하는 것이 좋다.

고른 영양섭취를 충분히 하고, 술을 절제하고 담배를 끊도록 하자. 햇빛을 충분히 쫴서 비타민D가 부족해지지 않게 하고, 골다공증이 있다면 골다공증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비타민D, 칼슘 영양제가 이석증 재발을 줄인다는 연구가 있다.


■ 박재현 원장은

성균관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삼성서울병원에서 신경과 전공을 했다. 현재는 부산 삼성스마트신경과의원에서 이석증, 어지럼증, 두통, 치매, 코골이, 수면무호흡, 불면증 등의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유튜브 ‘신경과 전문의 박재현’이라는 채널에서 어지럼을 포함해 여러 신경과 질환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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