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의 글로벌인사이트] 중국 EV의 도약...3가지 이유

정상혁 기자 ㅣ digihyuk@chosun.com
등록 2024.01.09 17:44 / 수정 2024.01.11 15:42

'2022 파리국제모터쇼(MONDIAL DE L’AUTO PARIS)'에서 '대륙의 테슬라'로 불리는 중국 자동차 브랜드 비야디(BYD)가 EV 세단 '씰(SEAL)'을 선보이고 있다/뉴스1

2023년은 중국 전기차(EV)의 도약이 눈에 띈 한 해였다. 중국은 지난해 비야디(BYD) EV를 앞세워 일본을 밀어내고 세계 자동차 수출 1위에 올랐다. 총 수출량은 500만대로 일본보다 70만대가량 웃돌았다. 러시아와 멕시코 판로도 크게 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기존 글로벌 메이커들이 빠진 자리를 중국 제조사들이 차지하면서 러시아 수출은 지난해보다 7배가량 늘었다. 맥시코 판매도 상하이 자동차그룹과 안후이 장화이자동차그룹(JAC), 지루이 자동차 등이 선전해 71% 증가했다. 중국은 멕시코를 교두보로 주 시장인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글로벌 경영 전문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는 지난 3일 중국 EV 브랜드들의 약진에 대해 분석한 글을 게재했다. HBR은 중국 EV가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요인으로 ‘인접 산업에서의 실험’(Experiment in Adjacent Industries)을 꼽았다.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승용차 시장을 직접 공략하는 대신 인접한 전기 버스 및 오토바이 시장에서 조용히 실력을 키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버스는 승용차보다 무겁고 많은 승객을 태워야 하며 매일 18시간에 달하는 운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높은 사양의 배터리 출력 및 충전 기술이 요구된다. BYD는 탄탄한 배터리 기술을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전기 버스를 제조해 2013년 처음으로 북미 시장에 진출했고 2015년엔 로스앤젤레스 메트로 시스템과 계약했다. BYD 전기 버스는 현재 남미 시장에서도 널리 보급되고 있다.

중국 EV 약진의 두 번째 이유로 HBR은 ‘운영 솔루션 장려’(Encourage Operational Solutions)를 꼽았다. 중국 메이커들은 초창기에 EV가 안고 있는 운영상의 문제점을 간파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지역 단체들과 협력했다. 예를 들어 그들은 베이징, 시안 등 10개 주요 도시에서 택시 회사들과 긴밀히 협력해 효율적인 EV 택시 운영 솔루션을 고안했다. 차량을 낮과 밤 2개 근무조로 나눠 운행해 충전 시간을 산업 전력 소비량이 낮은 오후 8시와 오전 3시로 조정한 것이다. EV 메이커들과 택시 회사가 공동 설계한 이 솔루션 덕에 충전의 효율성 제고는 물론 도시 전력 소비 곡선 평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HBR은 중국 EV 약진의 마지막 비결로 ‘핵심 기술에 대한 집중’(Double Down on Core Technology)를 들었다. 중국은 2002년에 이미 배터리 비용이 향후 EV 총 제조비의 30~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내연 기관 기술에 뒤처져 있던 중국은 배터리 기술만 장악하면 EV 시장에선 앞서 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더욱이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 1위 국가로 전체 공급량의 7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배터리 산업은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1995년 이차전지 부품업체였던 BYD는 현재 자회사인 Yadi Electronics를 통해 자동차 배터리 개발에 올인했다. 지금은 배터리 셀부터 팩, 관리시스템, 모터, 인버터 모듈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품들을 내재화하기에 이르렀고 이것이 현재 BYD의 경쟁력이다. Geely는 최근 저궤도 위성부터 스마트 하드웨어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생태계를 구축했고, 이를 통해 EV 배터리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모니터링한다. 또한 자동차 제어용 크라우드 시스템 강자인 바이두와 Jidu Auto라는 합작 법인을 설립해 지능형 전기차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의 놀라운 도약에도 불구하고 중국 EV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현지 제조사에만 보조금 혜택을 주기 때문에 중국 메이커들도 자국 생산만 고집할 수 없다. 따라서 현지 공장을 설립해야 하는데 이 경우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 하락과 A/S 네트워크 구축에 따른 투자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차이나 디스카운트다. 중국이라는 나라의 매력 자본이 지금보다 높아지지 않은 한 그리고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에 대한 불신이 걷히지 않는 한 까다로운 세계 소비자들은 선뜻 중국산 EV에 주머니를 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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