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선업 훈풍 불구 인력난 뿌리부터 살펴야

임주희 기자 ㅣ ju2@chosun.com
등록 2023.09.18 16:09

임주희 디지틀조선TV 산업부 기자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오랜 불황의 터널을 지나서 훈풍이 불고 있지만 글로벌 초격차를 확보할 수 있는 인재확보와 육성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안전문제는 물론 불황만 되면 구조조정 등 근로자들에게 책임이 돌아가면서 초격차를 벌일 수 있는 우수한 인재 확보가 어려운 근본적인 환경 탓으로 보인다.

10년가량 지속된 불황을 지나고 최근 수주 호황기를 맞이하며 3년 치 일감은 쌓였지만 일선에서 건조를 책임지는 생산 근로자가 줄어들어 몸살을 앓는 것이다.

조선업이 불황에서 호황으로 전환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조선업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수주가 위축돼 일감이 줄어들자 중소 조선사와 기자재 업체는 법정관리로 내몰렸다. 국내 조선 3사인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산 인력들은 자의든 타의든 대거 이탈할 수밖에 없었다.

불황기에 사라진 인력들을 다시 되찾아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인력들의 발길을 조선업으로 되돌리기 위해선 일차적으로 고임금을 줘야 한다. 하지만 업계를 책임지는 조선 3사도 수익성 개선이 진행 단계인 지금, 당장 고임금을 주기란 어려운 상황이다.

조선업이 임금을 맞춘다 해도 생산 인력이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조선업은 제조업 중에서도 노동의 강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또한 지역기반 산업이며 해안가에 모여 있는 특성상 젊은 세대의 선호도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2020년대 3728만명에서 2030년대 3381만명, 2050년대 2419만명으로 지속 감소할 전망이다. 몇 없는 인구마저 일자리가 많고 교육과 문화 등 혜택이 모여 있는 수도권으로 향하면 한국 조선업의 전성기도 막을 내릴지 모른다.

당장 일감은 넘쳐나고, 일할 사람은 없는 상황에서 올 초 정부가 나서서 외국인 근로자를 들여오기 시작했다. 이것은 임시방편은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현재 정부는 조선업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별 외국인력 비율 한도를 2년 한시로 20%에서 30%로 확대했다. 하지만 추가로 비율을 확대한다면 품질 저하의 늪에 빠질 수 있다.

한국 조선업은 전반적인 생산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는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결국 생산 관리와 같은 조선소에서의 숙련 인력을 채우지 못한다면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국내 생산 인력 확보는 시급하다.

국내 생산 인력에게 매력적인 현장이 되기 위해선 전반적인 현장의 개선이 필요하다. 신체 노동의 강도는 줄이고, 적은 인력으로도 생산 작업이 가능해야 한다.

또한 이 문제를 일자리를 줄이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기존 근로자들을 보조하고, 더욱 안전한 작업 현장을 만드는 방식으로 다가가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조선소에 근무하고 싶어 하는 국내 생산 인력은 더욱 떠나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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