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엘피아 붕괴·롯데백화점 화재 공통점은 '안전불감증'

김태동 기자 ㅣ tad@chosun.com
등록 2023.08.03 17:36

롯데백화점 화재로 대피중에도 샤롯데씨어터 뮤지컬 강행

/김태동 디지틀조선TV 산업부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검단아파트 붕괴 사고 원인을 조사하던 중 또 발견된 부실시공 아파트로 전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부실아파트를 양산했다.

롯데백화점에서 지난주 일어난 화재 사건에서도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한쪽에서는 아비규환 속 대피를 하고 있는데도 불구, 옆에 있던 샤롯데씨어터에서는 대피방송조차 하지 않았다. 이미 각 종 SNS 영상으로 남아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샤롯데씨어터측은 불이 금방 잡힐 것 같고 공연 도중이어서라는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았다.

세월호 사건에서 선장의 안일한 판단으로 골든타임을 놓쳐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참사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에 경종을 울렸다. 하지만 엘피아(LH+마피아)와 롯데백화점 및 씨어터 등 관계자들에겐 남에 나라이야기 인가 보다. 다행히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만일에 경우는 끔찍해서 생각도 하기 싫다. 최근 수해로 인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서도 롯데 관계자 같은 안일한 의식이 생명을 앗아가는 인재가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돈 몇 푼 더 벌어보자고 롯데그룹 같은 대기업이 화재가 발생했지만 전체 건물에 대피령 조차 일괄적으로 방송하지 않았다. 일단 다 대피시켜 안전부터 확보해도 시원찮은 마당에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기 급급한 모습은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 사례다.

지난달 28일 오후 7시 57분쯤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 매장에 화재가 발생했다. 1층 버버리 매장 외부 쇼윈도 조명선에서 발화로 인해 연기가 발생한 것이다. 잠실역 지하철 2호선과 지하 상가까지 뿌연 연기가 찼다.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 불로 방문객 100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백화점 주변에는 대규모 시설이 밀집돼 있다. 실내 놀이공원, 600미터 떨어진 곳에는 샤롯데씨어터 극장이 있다. 자칫 불이 크게 번졌으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다.

롯데백화점 화재로 대피하는 시민들의 모습./ 트위터

롯데 측 대응은 안일했다. 백화점 대피 안내 시작 직후 10여분 뒤 놀이공원 내부로 연기가 유입되자 뒤늦게서야 부랴부랴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하지만 공원내 행진조차 중단시키지 않아, 공연 소리와 안내방송이 뒤섞이며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대피를 위해 사람들은 가까운 출구 쪽으로 몰려들었고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고도 이어졌다.

관람객들의 제보 영상에도 당시 긴박했던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부모를 따라 황급히 뛰어가는 아이가 손을 놓쳐 울고 있는 등 위험천만했다.

어린 자녀를 유모차에 태워 황급히 대피하는 주부, 일부는 손수건 등으로 코와 입을 막고 이동하는 장면도 있었다.

특히 황당한 건 화재에도 샤롯데씨어터는 뮤지컬 공연을 강행한 것. 대피 방송은 없었다. 뒤늦게 한 방송에서도 불이 진화됐다는 안내가 나오면서 몇몇 관람객이 공연 도중 자리를 떴다. 이와 관련 롯데 측은 "별도 공간이고 공연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등의 이유를 들었다.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음을 전적으로 보여준 처사다.

롯데의 허술한 대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롯데월드몰 아쿠아리움 수중 터널 구간에서 균열이 발생해 물이 샐 때도 롯데 측은 "개장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일상적인 누수"라고 했지만 4000톤 규모의 물이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질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국민안전처와 국토교통부 등으로 구성된 정부 합동 안전점검단 조사 결과 당초 알려진 것보다 누수가 심각해 사용 제한 명령을 내렸다.

이번 화재 사고는 롯데 내 안전불감증이 여전히 만연해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현장에 있던 고객들은 롯데 측의 미흡하고 부족한 대응 체계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아울러 씨어터에 관람을 했던 관람객들은 자칫 큰 화재로 이어졌다면 안에서 질식사했을 것이라면서 롯데 측의 안일한 대응에 공분하고 있다. 뒤늦게 관람료의 20%를 돌려준다 했지만 이들은 자신의 생명을 위협받았는지 조차 모른 사실에 공분하는 것이다.

서울시와 행정당국은 잠실 롯데타운 같은 대형 시설에 대해 일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사건 당시 관람객들의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엄격히 해정처분과 함께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롯데백화점 잠실점 1층 버버리 매장 화재 당시 현장 모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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