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감리가 폭로한 LH검단아파트 붕괴와 엘피아[기고]

등록 2023.07.28 10:55

인천 검단신도시 입주예정자들이 13일 인천 서구 원당동 LH검단 사업단 앞에서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해당 아파트는 지하주차장 지붕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아파트 발주청은 LH이며, 시공은 GS건설이 맡았다./뉴스1

여론이 시공사인 GS건설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설계‧감리 문제, 그리고 LH전관예우 의혹, 발주처인 LH의 책임은 언론에서도 상대적으로 가볍게 다뤄 LH가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 시공사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것을 전문가들은 충분히 알고 있다. 이는 감독기관인지 공생관계인지 모를 국토교통부가 LH와 얽혀 있는 것도 한몫 했다고 보인다.

국토부는 특별점검 결과 사고 원인으로 설계, 감리, 시공 등으로 지적하지만 밖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사뭇 다르다. 2개사 이상으로 수행하는 공동이행방식은 업무범위 분리배치 혹은 공사구역 분할 등으로 감리업무 관리에 애로점이 많다. 이를 발주처인 LH에서도 잘 알고 있음은 물론이다.

시공사인 GS건설이 LH전관이 대거 포진한 설계사의 설계 미스를 걸러내지 못한 과오가 있다고 책임을 떠넘기지만 설계는 발주처인 LH소관이다. 발주처에서 비용을 집행하기 때문이다. 설계사, 감리사 및 발주처인 LH의 책임이 가장 크고 무겁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설계사와 감리사 모두 LH출신 고위직 퇴직자를 일컫는 '엘피아(LH+마피아)'가 영입된 상황에서 LH 출신 감리회사에 역할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힘들다는 것이다.

일감을 준 고용인에게 잘못을 지적하는 구조가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또 일감을 받으려면 조용히 입 닥치고 있는 게 상책인 경우가 많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예방하는 것이 GS건설 강도 높은 현장조사일 수도 있으나, 이는 근본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일선 현장에 근무하는 감리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강도 높은 엘피아 방지 및 쇄신책이 요구되지만 그 가능성은 소위 쟁이(전문업자)들 사이에선 매우 낮다고 본다.

시공사에 대한 조사만 이루어질게 아니라 설계사와 감리사, 발주처인 LH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들의 연결고리로 의심 되는 LH출신 고위직 퇴직자에 대한 조사는 언제 있을지 알 수 없다. 감독기관인 국토교통부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실무자들 사이에서도 연결고리가 없을까? 이 조사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 정도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판을 갈아 없는다 생각하지 않는 한 이 같은 사태가 재발되지 말란 법이 없어 보인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특히 설계용역과 건설사업관리용역을 종합심사낙찰제로 결정했는데 이는 담합이 충분히 가능하다. 아니 담합을 하라고 만든 제도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수주업체가 LH출신 고위직 영입업체란 점도 이를 방증한다.

LH는 혈세로 운영되지만 전 정권에서도 신도시 땅 매입과 투기 등 비리의 온상인 것은 전국민이 알고있다. LH 엘피아 조직을 없애고 다시 새로운 기관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 시킬 강도 높은 쇄신이 요구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번 참에 국토부와 함께 적극적인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원희룡 장관의 시야를 가리고 있는 국토부 관계자들도 시공사에 대해서만 비판을 넘어 비난에 가까운 언사를 계속하고 있지만 정작 발주처인 LH의 책임에 대해선 방관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건설업계에선 다 알고 있다. 수천억~수조원대의 관급 공사 및 사회기반시설 등 발주처인 엘피아 조직에 반항하고서는 잘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사안과도 연결돼 있지만 검단신도시에도 벌어진 벌떼 입찰에서 사실상 국유지에 가까운 땅들을 특정 건설사에 몰아준 것 또한 국민의 혈세를 특정 건설업자에게 몰아준 셈이다. 이 또한 엘피아 작품. 검단 붕괴사태에서 엘피아 개선방안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조차 없다.

LH 관계자들 사이에선 갑작스런 수혜가 이들을 살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엘피아들이 최근들어 자주 한다는 말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윤석열 대통령과 원희룡 장관이 공적을 남기는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라도 이번에 뿌리 깊이 썩어있는 LH 부패를 도려내 주길 기대해보며 건설쟁이가 해선 안된다는 폭로를 하는 가슴 아픈 심정을 동료들도 헤아려주길 바란다. 생명을 담보로 '돈벌이'라는 러시안 룰렛을 즐기는 엘피아의 조직망이 대통령은 물론 장관의 눈과 귀도 막고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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