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수면제 그리고 인지기능

전선하 기자 ㅣ seonha0112@chosun.com
등록 2023.01.02 14:55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정신건강의학과 태혜진 교수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정신건강의학과 태혜진 교수

불면증은 주위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질병 중 하나이다. 더욱이 코로나 감염증 등으로 인한 재택근무 및 원격수업 등이 증가함에 따라 불면증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일반 인구를 대항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전체 대상자 중 30~40% 가 불면증상을 호소하고 있었다. 국내에서도 불면증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환자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2021년에는 7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흔한 불면증은 지속기간에 따라 단기간 불면증 및 만성불면증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이의 치료를 위해서는 불면증상을 야기하는 약물 및 건강 상태뿐만 아니라 잘못된 수면습관을 함께 교정하는 불면증 인지행동치료가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만 하는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법을 바쁜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적용하는 것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졸피뎀이나 에스조피클론과 같은 수면제와 젠조디아제핀 계열의 안정제, 그리고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 관련 약제를 처방 받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와 플루라제팜, 졸민 등과 같은 몇몇 종류의 안정제는 약제 복용만으로도 불면증상의 빠른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임상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다만 수면제와 안정제의 복용은 장기간 이어지는 경우도 흔한데 미국에서의 연구에서는 수면제를 복용하는 사람 중 2/3가 만성적인 사용으로 이어지며, 그 평균 사용기간이 5년 이상이라고 보고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수면제와 안정제를 오랜 기간 복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없을까? 가장 흔하게 언급되는 걱정은 인지기능 약화와의 연관성이다. 2000년대 초반, 미국 식품의약국에서는 수면제와 안정제의 사용이 인지기능의 감퇴와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은 이후 이에 대한 우려는 줄곧 이어져 왔다. 진료실에서도 환자들은 불면증의 고통과 더불어 약제의 장기 복용에 대한 걱정을 함께 표현하는 것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더욱이 여러 텔레비전 프로그램 등에서 관련된 내용을 시청하고 갑작스럽게 수면제와 안정제 복용을 중단하기도 하며 이후 불면 증상이 다시 나빠지는 것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정말 불면증 치료에 쓰이는 수면제와 안정제는 인지기능의 악화와 연관되어 있을까?


안타깝게도 이에 대한 정답은 현재로써는 명확하지 않다
. 미국 식품의약국의 경고가 나온 후 수면제와 안정제의 사용과 인지기능 간의 연관성 혹은 인과 관계를 밝히기 위한 여러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연구 방법과 대상자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예로, 미국 시애틀에서 65세 이상 인구 2323명을 대상으로 7년 간 역 추적관찰을 한 결과, 적응 용량의 안정제를 복용한 군에서는 치매 가능성이 약간 상승한 반면, 보다 높은 용량의 안정제를 복용한 집단에서는 치매와의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아 전체적으로 안정제와 치매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없었다. 또한, 불면증으로 수면 부족이 지속되면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 물질 중 하나인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농도가 높아진다는, 즉 수면의 부족과 치매의 발생과 연관이 있다는 보고도 있어 오히려 적절한 수면제와 안정제를 사용하여 불면증을 치료하는 것이 인지기능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불면증을 치료할 때에는
, 수면제와 안정제를 사용하는 경우의 효과와 이로 인한 부작용을 환자 개개인의 상황에 맞춰 저울질하여 사용 여부를 결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리고 수면제를 복용하더라도 가급적 단기간 복용하는 것을 목표로 담당 의료진과 상담을 지속해야만 한다. 앞서 언급한 불면증 인지행동치료가 수면제와 안정제의 복용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일 수 있으므로 수면을 방해하는 잘못된 습관과 오해들을 개선해 나가려는 노력의 동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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