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칼럼] 또 친일 타령인가?

정상혁 기자 ㅣ digihyuk@chosun.com
등록 2022.10.09 21:12 / 수정 2022.10.11 09:46

디지틀조선일보 정상혁 방송본부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7일 한미일 군사훈련에 대해 “자위대를 정식군대로 인정하는 극단적 친일 행위, 대일 굴욕외교, 극단적 친일 국방”이라고 비판했다. 그가 이 연합훈련이 문재인 정권 때인 2017년 당시 한미일 국방 장관 합의에 근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반일감정을 조장해 낮은 정당 지지율을 끌어 올리려는 얄팍한 수다. 그동안 야당은 여당에 대한 공격 수단으로 친일 프레임을 자주 이용해 왔다. 그리고 이 전략은 국내 반일정서와 맞물려 세력 결집과 지지율 상승에 주효했다. 조국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양국 갈등이 고조되자 죽창가를 SNS에 올려 반일감정을 자극했다. 이어 2020년엔 김원웅 전 광복회장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승만 정권을 친일 정권으로 매도하며 역사적 편가르기 선봉에 섰다.

친미, 친중, 친일사상에는 우리가 그들보다 못하다는 열등의식이 깔려있다. 사실상 우리는 19세기까지 중화사상에 눌려 살았고 20세기엔 미국과 일본을 쫓아가기 바빴다. 나라를 강탈해 간 일본에 대한 감정은 유독 복잡하다. 왜놈이라 부르며 괄시하던 상대라 상처는 더욱 아렸고, 아픔은 분노와 열등감이 돼 트라우마로 굳혀졌다. 그러나 이제 한 세기 가까이 우리를 짓눌러 왔던 열등감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최근 미국 와튼스쿨과 마케팅 기업이 공동 조사한 ‘2022년 세계 국력 순위’에서 한국은 6위를 기록해 8위인 일본을 제쳤다. 전세계 1만7000여명을 대상으로 85개국의 문화적 영향, 기업가 정신, 기업 개방성, 국력, 삶의 질 등 10개 요소의 점수를 계산해 순위를 매긴 결과다. 일찌감치 승기를 잡은 반도체, 스마트폰, 5G 등 첨단 IT 분야에서 일본과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그 결과 구매력평가 환율로 계산한 1인당 실질국민소득은 2018년 이미 일본을 앞섰다. 문화 산업도 이제 일본은 한국의 경쟁상대가 아니다. 한때 세계를 제패했던 ‘망가’는 한국 웹툰 앞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고, 한국 팝과 드라마에 매료된 일본 젊은이들은 하라주쿠 대신 한류거리 신오쿠보를 찾고 있다. 열등감에 사로잡혀 일본을 쫓아하기 바빴던 추격의 시대를 마감하고 마침내 추월의 시대가 온 것이다.

야당은 더 이상 죽창 운운하며 반일감정을 부추겨 지지층 결집을 도모해선 안 된다. 반일감정 조장은 국론을 분열시키고 한일 관계를 악화시켜 국익 손실을 초래할 뿐이다. 일본에도 혐한감정을 조장해 국내 정치에 활용하는 정치꾼들이 있다. 개인의 정치적 입지가 국익보다 소중한 그들은 그래서 세계인들의 힐난을 무시하고 제국주의 상징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다. 미워하며 닮는다. 좌파세력 결집을 위해 반일감정 조장하는 대한민국 야당 정치인들과 극우세력 결집을 위해 혐한감정 부추기는 일본 우파 정치인들은 쏙 빼닮았다. 1998년 일본 오부치 게이조 총리와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발표한 김대중 대통령은 지지세력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본 대중문화를 개방했다. 온실 속 화초였던 한국 대중문화는 긴장했고 자강을 위해 분투한 결과 지금의 한류를 만들어 냈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지지세력의 반대조차 무릅썼던 한 용기있는 정치인의 위대한 업적이다. 국익은 안중에도 없이 반일감정을 지지세력 결집에 이용하고 있는 작금의 야당 정치인들과 비교돼 씁쓸할 따름이다.


최신기사


    최신 뉴스 더보기


        많이 본 뉴스

          산업 최신 뉴스 더보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