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두통의 치료제일까? 두통의 원인일까?

김종훈 기자 ㅣ fun@chosun.com
등록 2021.08.19 17:14

/박재현 삼성스마트신경과의원 원장

하루 수십 명의 두통 환자를 보면서 가장 많은 하는 말이 있다. "커피를 당분간 중단하세요."라는 말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그러면 환자가 말하고는 한다. "저는 머리 아플 때 커피를 마시면 두통이 좋아지는데요? 오히려 커피를 안 마신 날 머리가 아파요."

카페인은 잘 복용하면 좋은 두통 완화제가 된다. 유명 진통제 성분들을 찾아보면 카페인이나 비슷한 종류의 혈관수축제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혈관수축제가 두통에 도움이 되는 이유를 살펴보자. 심한 두통의 가장 흔한 원인은 편두통이다.

편두통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뇌혈관 확장이다. 풍선 불듯 늘어난 뇌혈관은 혈관 주위 신경을 자극하고, 두통을 유발한다. 심한 경우 혈관의 박동에 따라 머리가 아프기 때문에 마치 심장이 뛰는 듯한 박동성 두통을 느낀다. 머리 아플 때 혈관을 수축시키는 카페인, 콜라, 초콜릿 등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두통을 줄일 수 있다. 그러니 환자의 말은 틀리지 않은 셈이다. 그렇다면 왜 커피를 끊으라고 하는 것일까?

답은 커피를 마시는 횟수와 카페인의 양, 그리고 두통에 예민한 뇌와 관련이 있다. 아무리 좋은 약도 많이 복용하면 해가 되는 법이다. 두통이 있을 때야 뇌혈관이 늘어난 상태이므로, 혈관수축제가 별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개 머리가 아프든 안 아프든 매일 커피를 즐긴다.

오히려 두통에 효과가 있으니 남들보다 더 많이 마시는 이들이 많다. 하루 10잔씩 마시는 환자도 있었다. 이렇게 마시는 커피는 뇌혈관을 정상 수준보다 더 수축시켜 불안정한 상태로 만든다. 뇌혈류 초음파 검사를 해보면 혈관이 좁아진 이들이 많다. 마치 스프링을 눌렀다가 떼면 튀어 오르듯, 카페인으로 인해 좁아진 혈관은 쉽사리 늘어나 두통으로 이어진다. 잦은 두통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주말에 유난히 두통이 생기는 사람이 있다. 주말에는 출근하지 않으니 커피를 잘 마시지 않으니 생기는 두통이다. 심한 경우 새벽만 되면 머리가 아파서 잠에서 깬다. 잠자는 동안 커피를 마시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매일 커피를 마시는 와중에도 다른 두통 유발자극(스트레스, 수면부족, 공복, 월경, 배란, 햇빛, 냄새, 저기압, 비, 특정 음식, 운동 부족 혹은 격한 운동, 목 근육 긴장 등)과 더해져서 두통이 자주 생긴다. 카페인 단독으로 유발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카페인이 두통의 큰 원인이다.

커피 중단 혹은 감량을 유난히 강조하는 다른 이유도 있다. 그나마 ‘커피 끊기’가 쉽기 때문이다. 위 문단에서 언급한 두통 유발 원인 중에 쉽게 피하지 못하는 것들이 훨씬 많다. 스트레스 받는다고 회사를 쉽게 그만둘 수 없다. 날씨 역시 내 맘대로 하지 못한다. 편두통 환자인 필자도 환자의 향수 냄새에 두통이 생긴 적이 있는데, "머리가 아프니, 그만 나가주세요."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커피 끊기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두통 치료법이다. 이는 무수히 많은 두통환자를 진료하면서 확인했고, 나 역시 어릴 적부터 나를 괴롭히던 두통을 치료하기 위해 십년 전 커피를 끊었다. 지금은 복용 횟수가 늘어서 한 달에 두세 번 커피를 마신다. 두통은 일년에 1-2회로 많이 줄어든 상태이다.

커피를 마시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 분들을 위해 실용적인 팁을 소개하겠다. 일단 한 달만 끊어보는 것이다. 이때는 디카페인 커피 도 안 되고(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 25mg의 카페인이 검출된 디카페인 커피가 있었다), 녹차, 홍차, 콜라도 안된다. 처음에는 금단 증상 때문에 힘들 것이다.

금단 증상이 나타나는 이들은 커피 중독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하니 꼭 커피를 끊어야 한다. 대표적인 금단 증상은 두통이며 피로, 졸림, 집중력 저하, 짜증도 나타난다. 힘든 시기를 버티고 나면 한동안 느껴보지 못한 맑은 뇌를 경험하게 된다.

두통, 머리가 안개 낀 느낌, 띵한 느낌, 집중력 저하, 피로 등 많은 뇌 관련 증상들이 좋아진다. 잠을 잘 자는 것은 덤이다. 이때까지 1~3주가량 걸리니 한 달 정도 커피를 중단하라 교육하는 것이다. 이후에는 주 1-2회 정도로 하고, 두통이 완전히 없다면 그보다 많이 마시는 것도 허용한다.

평생 커피를 안 마시거나, 주 1-2회 정도만 마시면 좋겠지만, 현실과 적당히 타협한 결과다. 그래도 한번이라도 커피 끊기 치료의 효과를 느끼고 나면, 커피를 이전보다 적게 마시게 된다. 머리가 아파오면 다시 커피 중단이라는 치료법도 스스로 하게 된다.

평소에 머리가 자주 아프거나, 커피를 마시지 않는 날 두통이 생긴다면 오늘부터 한 달동안 커피를 중단해보자. 분명 두통이 좋아질 것이다.

(삼성스마트신경과의원 박재현 원장)


최신기사


    최신 뉴스 더보기


        많이 본 뉴스

          산업 최신 뉴스 더보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