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음모론 비판한 이준석의 총선 패인 분석

임상재 기자 ㅣ limsaja@chosun.com
등록 2020.04.20 16:00


[이준석의 생생정치 주요내용 요약]


안녕하세요. 이준석입니다. 4월 15일 총선이 끝난 다음에 이렇게 처음으로 인사드리는 순간인데요. 파란만장한 총선 기간이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국회의원 선거죠. 제가 2016년에 첫 지역구 선거를 나왔으니까요. 횟수로는 4년째 밖에 안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오래 고생한 거 아니냐?' 이렇게 걱정해 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정공법으로 돌파해 내기 위해서는 충분히 저는 제 공부를 할 만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보수정당의 미래에 대해 낙담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은 텐데, 저희가 노원 갑·을·병 이렇게 선거구가 세 개 있거든요.


그런데 외람되게도 제가 노원병에 있고 갑에 이노근 전 의원님 갑에 이동섭 전 의원님 이렇게 계시는데, 원래 노원은 한 동네여서 정치 성향이 비슷해요. 원래 노원병이 조금 더 힘듭니다. 보수한테 상계동 주공아파트, 임대 아파트 단지가 있어서 보수세가 약한 곳이거든요.


노원병보다 을이나 갑이 조금 더 상황이 나은데 제가 이번에 득표율 기준으로 한 5~7% 정도 노원갑이나 을보다 더 나왔을 거예요.


제가 사실 그 두 분의 전직 의원보다 그분들은 전직 의원이고 저는 아직까지 낙선 경험만 있는 사람인데 '어떤 것들이 그럼 지지층이 달랐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는데 이번에 저는 선거를 하면서 체감을 많이 했어요.


저에게 있는 전통적 보수층, 지지층이라는 것은 사실 노원갑이나 을에 있는 분들과 크게 다를 게 없어요.


노원병이 조금 달랐던 것은 저랑 하태경 의원이 그동안 젊은 사람들을 대변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그 지지세가 좀 많이 붙었어요.
 
그래서 노원역에서 유세하면서 항상 젊은 사람들과 재밌게 인사했던 기억이 있는데 '앞으로 보수정당의 미래를 어디서 찾아야 되냐'라고 봤을 때 결국은 젊은 유권자입니다. 원래 이런 거 같아요.


민주화운동을 했던 586세대가 왜 그럼 지금의 성향을 띠게 되었느냐? 그 당시 보수정권, 군사 독재 정권과 싸우면서 그 반대 진영에서 본인들의 위치를 잡다 보니까 집단적인 의식이 생기고, 그 과정 속에서 보수 반대쪽에 있는 것이 우리의 정체성이구나 하고 각인된 것이거든요.


그 당시 20대였던 그들이 지금 50대·60대가 돼서도 그 정체성을 가지고 대한민국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겁니다. '대한민국이 지금 왜 이렇게 진보 일색으로 바뀌어 가느냐' 이렇게 고민하시는 분들은 어느 정도 자명한 것이라고 봐야겠죠.


과거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던 시절만 하더라도 그때 50대·60대 같은 경우에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이죠. 민주화 운동 세대보다 하나 더 아래에 있는 70년대 학번 세대가 주축이었기 때문에 이분들은 민주화에 대한 자부심보다 산업화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큰 분들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산업화를 주도했던 세력인 보수진영에 경제 발전을 주도했던 세력에 더 신뢰를 가지고 '우리가 주인이다'라는 의식을 가지고 투표했던 것입니다.


지금 586세대와 비슷한 세대 같은 경우에는 '민주화의 주력이 우리였어' 개개인이 전경들과 싸웠다, 개개인이 민주화 운동을 했다. 이런 게 아닙니다.


그 세대가 그 자체를 자신들의 성취라고 보고 있는 것이거든요. 그 이후에 20대·30대 같은 경우에는 앞으로 40년~50년 동안 투표를 할 세대인데, 이 세대들은 자기들이 대변 받고 있다, 어떤 성과를 낸다고 말하기 어려운 위치에 놓여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이들에게 접근해서 지지층으로 만들어 내느냐가 보수정당에 관건이 될 겁니다.


지난번에 조국 사태가 보여준 것처럼 불공정이나 정의롭지 못함에 대한 그들의 분노라는 것은 지금 상상을 초월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묶어내는 것이 답이다. 그게 이준석이 서울 도봉·강북·노원·중랑 이런 곳에 있었던 미래통합당 후보들에 비해서 적게는 6%, 많게는 10%까지 더 표를 받았던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보수진영 홍정욱 전 의원이 노원병에서 딱 한번 당선된 적이 있어요. 홍정욱 전 의원이 받았던 득표율이 43%, 그때 홍정욱 전 의원은 낮은 투표율 속에서 젊은 세대의 외면이 이루어졌던 2008년 총선이었거든요.


젊은 층의 외면 속에서 본인이 최대한 전통적 지지층을 모아 홍정욱 전 의원이 당선됐던 건데, 제 이번 선거 득표율은 그보다 1.2% 정도 오른 44.3%이고 그 당시 절대 득표 양보다 만표 정도 더 나왔거든요.


만표면 진짜 끌어내기 어려운 수치입니다. 운동장에 사람 가득 채워 놓아도 1천 명~2천 명 될 텐데, 만표를 더 얻으려면 운동장 몇 개를 채울 만큼 제가 걸어 다니면서 인사하고 설득하고 마음을 돌려세워야 한다는 건데, 일반적인 지상전 선거 운동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평상시에 젊은 세대에게 접근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느냐가 결정적일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가 이번에 그러면 젊은 세대를 만나러 다니면서 하나하나씩 공약을 말하고 설명하는 그런 기회를 가졌었느냐? 그런 것도 아니에요.


제가 이번에 김성환 후보와 토론하면서 나왔던 토론 영상 같은 것들을 가장 적극적으로 시청하고 그 안에서 합리적인 유권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층이 20대 대학생들이에요. 그들이 제 영상을 보고 '원래 자기는 보수를 싫어하는 사람인데 이번에 이준석 씨를 뽑겠습니다.' 했던 사람이 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수백 명이 넘어요.


실제로 변화에 반응하는 유권자들이 존재한다는 거죠. 이 유권자들은 대신 맹목적으로 우리를 추종하게 만들 수는 없어요. 왜냐 가치 이론에 성취라는 것, 우리가 '민주화의 동지였지', '산업화의 동지였지'라는 의식은 약한 사람들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할 때는 보수를 욕하고 조국을 탄핵할 때는 조국을 욕하고 이런 사람들이거든요.


이 지지층을 바라보면서 선거를 치르겠다는 전략 자체가 굉장히 위험하기도 하고 불안정한 전략이긴 하지만 지금 보수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하면서도 마지막 방법이다 전 이렇게 보고 있는 거죠.


저도 사실 지난 1년~1년 반 정도 이 투자를 해온 것이고 이번에 소기의 성과를 걷었지만 다음 선거 때까지는 부단한 노력을 할 겁니다. 그리고 그 노력이 성과가 있으면 제가 앞으로 정치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이 있겠죠.


저는 이 영상을 보시는 많은 분들에게 한번 묻고 싶어요. 우리는 정치를 하면서 굉장히 양립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정치인한테 요구할 때가 있어요.


이런 거 있잖아요. 토론을 하면서 네 의견을 명확하고 간단명료하게 전달해라. 대신 싸가지 없으면 안 된다. 이런 것들이 굉장히 성립하기 어려운 명제들이거든요. 근데 우리는 정치인들한테 보통 요구를 하죠. 그런 어떤 복잡한 조건하에서는 젊은 정치인들이 성장하기 어려워요.


그리고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기도 어려워요. 제가 이번에 선거 유세를 뛰는 영상을 보시면서 많은 분들이 이준석이는 양복을 입고 선거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바람막이 잠바를 입고 운동하는 것도 아니고, 후드 티를 입고 선거운동을 하네? 이걸 보면서 이걸 제가 입고 선거 유세장에 나가고 아니면 사람들과 악수하고 인사하고 할 때는 이미 제 머릿속에는 예측되는 발언들이 다 있었던 거예요.


첫째로, 안 그래도 어려 보이는데 너무 어린 이미지를 보여 주면 안 뽑지 않을까? 그거 이상으로 제가 노렸던 한 가지는 뭐냐면 달라야 된다는 지점이에요. 젊은 층은 그들이 원하는 정치인에 대한 이미지가 따로 존재해요.


예전 2012년도 이럴 때는 소통이라는 단어를 유행 시켰었어요. 소통이라는 것은 박원순 시장 같은 사람이 트위터로 댓글 달아주면 '와 박원순은 소통이 잘 되는 사람이다.', '내 말에 대답도 해 주네?' 이 정도 소통을 할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들보다 더 진화했어요. 단순히 SNS를 한다. SNS에서 내 글에 댓글을 달아준다. 이것만으로 소통이라고 여기는 유권자들은 많지 않아요. 그걸 넘는 행동들을 보여줘야 되는 것인데 저는 그 측면에서 고민해야 될 지점들이 생길 것이다. 이렇게 보는 거고.


우선 각 잡으면 안 돼요. 각 잡으면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게 나이 든 정치인분 몇 분의 성향이 막걸리 정치라고 제가 비판을 하죠. 아무한테나 형님, 형님 하는 것을 막걸리 정치라고 이야기하는데, 나랑 술 한잔할 수 있는 사람을 나와 정치인의 친교 바로미터로 삶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유권자들 중에서는 내가 권한 술을 받아 마시는 사람, 저는 그 지점을 넘어서야 된다는 생각을 해요. 젊은 세대 같은 경우에는 내 의견에 의견으로 답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고, 나와 높이를 맞추는 사람 이런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저는 그 안에서 보수의 정치인들이 할 일이 많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서 미래통합당이 수많은 낙선자들을 만들어냈죠. 그런데 반대로 미래통합당에서 만들어낸 수많은 낙선자들은 20·30대 젊은 직원들이 많습니다.


이들과 함께 제가 가야 될 길은 당장 닥쳐올 전당대회에서부터 엄청난 성과를 내야 됩니다. 제가 바른미래당에 있을 때 보궐선거에서 떨어지고 난 다음에 많은 사람들이 '이준석은 이제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라고 했을 때 제가 최고위원 선거에 나갔어요. 당 대표 선거죠.


그 당시 손학규, 하태경, 이준석, 김영환, 정운천 이렇게 붙었었거든요. 그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결합이었기 때문에 국민의당 당원들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저한테 조소를 보냈어요.


바른정당 출신에 이준석이가 선거에서 낙선됐는데 '최고위원이 될 수 있겠어?' '당 대표가 될 수 있겠어?' 근데 그 당시에 저랑 손학규 대표랑 하태경 의원 세 명의 득표율이  거의 비슷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최고위원이 됐던 것이고 최고위원하면서 이준석에게 정치적으로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다시 생겼죠.


제가 2018년 6월 13일 지방 선거 이후에 낙선자 이준석의 상태로 2020년 4월 15일 선거를 받아들였다면 노원, 도봉, 강북 등 다른 후보들이 받는 평균치 이상 받지 못했을 거예요.


제가 그래도 최고위원회 안에서 그 당시 '바른미래당이 젊은 세대를 향해 가는 수밖에 없다'라고 비전을 세우고 하태경 의원이랑 부단히 노력했기 때문에 이번에 하태경 의원은 해운대에서 엄청난 득표율로 승리를 이끌었고 저도 다른 후보들보다 조금 더 득표율을 받을 수 있었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번에 저는 3당, 바른미래당에서가 아니라 더 큰 당에서 한번 대한민국의 제1야당에서 그 씨앗을 뿌려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 길은 굉장히 어려운 길이고 진짜 힘들 겁니다. 그게 가능해진다면 대한민국이 아마 크게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저를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합니다. 가끔은 제가 정치를 하면서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과거에 아마 제가 넘겨짚고 말씀드리는 거지만 노무현 대통령도 김영삼 키즈라는 그런 위치에서 벗어나 무수한 낙선을 경험할 때 내적으로 무슨 고민을 했을까? 본인이 아주 유명한 변호사였고, 본인이 다른 길들을 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보 노무현의 길을 걸었을 때 그거는 강한 목표 의식 없이는 할 수 없는 것이거든요.


제가 그 부분을 쫓아가겠다는 것은 아니고요. 제가 여러 번에 선거를 거치면서 갖는 목표 의식이라는 것들이 저도 생깁니다. 그걸 이루기 위해서 가는 것이 정치고 제가 그게 사라지게 되면요. 제가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더라도 정치하는 맛이 안 날 겁니다.


아무리 험난한 길이 있어도 목표 의식이 명확하면 저는 할 거고, 해낼 수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여러분이 보내주신 성원 제가 더 큰 결과물로 갚아 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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