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국민성은 1류, 공약도 없이 선거하는 정치는 3류

김종훈 기자 ㅣ fun@chosun.com
등록 2020.04.02 15:07

김종훈 보도국장.


오늘부터 4·15 총선 선거운동에 본격 들어갔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위해 어떤 일을 하겠다는 공약은 찾아볼 수가 없다. 내마을 내고장, 나아가 국가발전에 어떤 일을 할지 공약은 없다. 심지어 베끼기 공약을 했다가 철회하는 등 국민들을 우습게 보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총선이 어느 순간부터 국가와 국민 삶에 도움이 되는 공약을 내세워 정책과 공약으로 승부하기 보다는 니편 내편을 갈라 상대방을 비방하고 공격하는 지저분한 네거티브(흠집내기)로 승부를 보려는 선거로 변질 됐다.

전국민들은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을까 위축돼 가족의 생명과 안전을 걱정하고 있다. 가장 피해가 큰 지역인 대구는 물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도 확진자가 줄지 않고 있다. 총 확진자는 1만명에 이르렀고, 사망자도 170명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일부에선 돌아가신 국민들을 위해 애도하기는 커녕 '자화자찬' 하기에 바쁘다. 진심어린 사과나 책임있는 자의 눈물 한방울 찾아 볼 수가 없다.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감염 예방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실상 집과 회사 등만 오가며 격리 아닌 격리를 하고 있다. 기업들도 금융 위기 때 보다 더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국가적 감염예방에 손해를 감수하고 재택근무와 유연근무 등을 도입해 확산방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의료인들은 목숨을 담보로 대구경북지역에 자원 봉사활동을 가서 자발적 이웃 살리기에 나섰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의료진들이 자원봉사를 하면서 열악한 도시락을 까먹을 때 뭘 했는지 궁금하다. 이마저도 은근슬쩍 자원봉사 수당을 깍아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집에 고령의 노부모를 모시거나, 요양병원, 지방에 떨어져 있는 자식들은 고령 치사율이 높은 코로나 바이러스 특성상, 행여나 내 부모가 코로나에 걸려 사망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전문가 집단이라 볼 수 있는 의사들이 초기부터 중국인 입국 금지를 주장했지만 정권은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는 생뚱맞은 논리로 전문가 의견을 무시했다가 사태를 키웠다. 이로 인해 한국 사회가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국민 전체가 고통 분담을 하고 있다.

목숨을 아끼지 않는 의사와 간호사 등 살신성인 하는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덕분에 그나마 확산 속도가 늦춰지고 있다. 국민 모두가 그들에게 감사해야 될 일이고, 이래서 우리 국민성이 1류라고 해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국민들은 생계에 위협을 받고, 수익이 끊겨서 대출받으려 은행 앞에 몇 시간이고 길게 줄서고 있는 현실이다. 이마저도 문턱이 높아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되고, 헛걸음 하기 일쑤다.

기업들도 존폐의 갈림길에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항공업계는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항공업계는 작년에 이어 올 1분기까지 영업실적에서 수천억의 손실을 냈다. 이미 자력으로 회복하기 힘든 수준이다.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은 2일 항공기 10대를 줄이고 직원 약 40%를 감원하는 극단적인 구조조정을 검토중이라고 발표했다. 대한항공도 4월 중순부터 최대 6개월까지 유급 휴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 여파로 국내 완성차 5개사의 해외 수출이 전년대비 21% 급감했다. 이에 국내 자동차·부품 업계가 코로나 여파로 인한 유동성 악화 우려로 임금 삭감과 국내공장 휴업까지 고려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지난달 연합회에 설치한 '코로나19 기업애로지원센터'를 통해 완성차 업체 5곳과 1·2차 부품업체 5곳 등 10곳에 대한 2차 조사를 실시한 결과 상황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10일 이상 국내공장 휴업을 고려하거나 유동성 악화에 대비해 임금 지불 유예나 삭감 등도 검토하고 있다는 업체도 있었다"고 말했다.

자동차, 전자, 철강 등 국내 주요 산업 글로벌 공급망이 일시 정지 상태에 빠진 데다 글로벌 수요마저 위축되고 있어 판매·공급 차질로 인한 충격이 우려된다.

그나마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이른바 전차(전자와 자동차)군단으로 불리는 자동차 시장마저 위기를 겪으면서 한국경제는 비상이 걸렸다. 그나마 마지막 희망이자 최후의 보루인 반도체 시장이 버텨주고 있지만 코로나 변수에 흔들리고 있다.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코로나로 인한 글로벌 경제위기 우려에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화학업계도 희망퇴직 등 위기를 겪고 있다. 작년 연봉 1위인 에쓰오일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설명회를 연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유사들의 재정사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유업계에선 1분기에만 1조원 상당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상공인들도 시름하고 있다. 자영업으로 대표되는 사업소득이 역대 최장인 5분기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경기악화에 최저임금 부담,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은 생존의 기로에 서있다. 이미 문닫고 폐업 수순을 밟고 있는 곳들이 많고, 기존에 북적이던 서울 남대문시장 등도 썰렁하다.

체감하는 경기는 바닥 그자체다. 국회의원들은 밥그릇 싸움과 정쟁을 그만하고, 국민들이 얼마나 먹고 살기 힘든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리고 파악해 내 지역 내고장의 핵심 산업과 소상공인 등의 피해상황을 면밀히 분석, 피해복구 및 피해 예방을 위해 국회의원으로써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해 금융 지원과 규제해소, 세제혜택 등 경기부양을 위한 피부에 와닿는 공약을 내놓고 한표를 던져 달라고 호소해야할 타이밍이다.

최근에 만난 다수의 사람들은 선거와 정치판 뉴스를 처다보기도 싫다고 말한다. 손가락을 빨아야 하는 가정붕괴 위기 상황에서 서로 헐뜯고 비난해서 새로운 기득권을 창출해서 빼돌린 내부 정보로 부동산 취득하고, 주가조작하고 자기들 끼리 호의호식 할려는 소위 '그놈이 그놈인데' 누구 하나 뽑고 싶은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성추행을 했던 사람을 공천하는 정치인이 있는가 하면, 범죄를 저질렀던 부도덕 앞에서도 우리편이라면 당당하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똑똑하다. 팬덤 정치로 군중몰이하면 무조건 따라갈 듯 하지만 상당수 시민들은 눈앞에 먹고 살아야 하는 생존의 위기가 우선이지 선거에 관심도 없다.

주말 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선거가 불가피하다면 그런 유세할 돈으로 마스크나 사고 힘겨운 소상공인에게 기부했음 좋겠네요. 그냥 TV에서 제발 선거 공약이나 좀 하구요"라며 정치인들의 정책 없는 편 가르기 선거에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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