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의 시한폭탄, 뇌동맥류

  •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백혜원 교수

    입력 : 2018.06.28 16:04

    건강검진으로 증상없는 뇌동맥류 발견 가능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건강증진의학과 백혜원 교수

    뇌동맥류는 뇌 속의 동맥 또는 정맥이 혈관벽의 이상으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를 말한다. 100명 중 1-2명은 뇌동맥류가 있으며, 파열되어 지주막하 출혈을 일으키면 사망률이 매우 높은 치명적인 질환이다. 뇌동맥류가 파열된 환자 10명 중 약1-2명은 병원 도착 전에, 3명 중 1명은 치료 중에 사망하며, 다행히 목숨을 건지더라도 5명 중 1명 정도만 장애 없이 정상 생활을 할 수 있다. 뇌동맥류는 3:2 정도의 비율로 여자에서 많이 발생하며, 40-60세의 연령에서 흔하다.


    뇌동맥류가 생기는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마판증후군, 신경섬유종증 등 유전적 이상이나 고혈압, 흡연 같은 후천적인 요인에 의해 혈관벽이 약화된다. 혈관이 분지되는 부위는 다른 부위보다 혈관벽이 약하고 혈액의 와류(소용돌이)가 심하며, 약해진 혈관벽이 혈류에 의해 손상되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게 된다.


    작고 안정적인 뇌동맥류는 증상을 일으키지 않지만 크기가 크고 부풀어 오르는 과정에서는 주위의 신경을 압박하여 두통, 편측 마비, 감각 저하, 시야와 시력 이상, 복시를 일으킬 수 있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갑작스러운 극심한 통증이 예외 없이 발생하며 구토, 구역, 목 경직, 경련, 의식저하를 일으킨다. 뇌동맥류는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매년 0.05~1% 정도에서 파열 가능성이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머릿속의 시한폭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파열되면 치사율이 높고 장애를 남길 확률이 높으므로 조기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뇌동맥류를 진단하거나 치료 방침을 결정하기 위해 흔히 시행하는 검사로는 혈관조영술 (angiography), 컴퓨터단층혈관조영술 (CT angiography), 자기공명혈관촬영술 (MR angiography)이 있다.


    혈관조영술은 사타구니의 동맥을 통해 삽입한 도관을 통해 조영제를 주사한 후 뇌동맥을 촬영한다. 혈관조영술은 뇌동맥류의 위치, 크기, 모양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진단과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혈관 속에 도관, 철선 등과 같은 이물질을 넣는 침습적인 검사이고 이로 인한 합병증이 있을 수 있으므로 무증상의 비파열성 뇌동맥류 환자의 선별검사 목적으로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컴퓨터단층촬영 (CT)은 지주막하 출혈을 진단하는 데 가장 먼저 선택하는 검사 방법이므로 심한 두통, 의식 소실, 오심과 구토 등과 같은 뇌막자극증상 등 지주막하 출혈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을 때에는 컴퓨터단층촬영 (CT)과 함께 컴퓨터단층혈관조영술 (CT angiography)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컴퓨터단층혈관조영술은 쉽고 빠르게 시행할 수 있지만 촬영에 사용되는 요오드화 조영제가 과민반응이나 신장관련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신장기능이 좋지 않은 환자에게는 사용할 수 없다.


    건강검진에서 무증상의 비파열성 뇌동맥류 환자의 선별검사로는 대부분 자기공명혈관촬영술 (MR angiography)이 주로 사용된다. 자기공명혈관촬영술은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커다란 자석 통 속에 들어가서 하는 검사이다. 따라서 상자성 금속물질을 함유한 동맥류 클립, 내이 이식, 안구 내 금속이물질을 가진 사람, 심장박동기나 신경자극기를 시술한 사람이 강한 자기장에 노출되면 금속물질의 이동이나 기계의 오작동에 의해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런 환자들은 자기공명혈관촬영술을 해서는 안 된다.


    또한 밀폐된 공간에서 원통형 검사대에 들어가서 수십 분 동안 가만히 있어야 하기 때문에 폐쇄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검사를 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컴퓨터단층혈관조영술과는 달리 방사선 노출이 없고, 특수한 기법 (3-D time of flight, TOF)을 사용하면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혈관영상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최근 건강검진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검사이다. 또한 함께 시행하는 자기공명영상은 컴퓨터단층촬영에 비해 연부조직의 대조도가 뛰어나 뇌의 허혈성 변화를 발견하기 쉽다. 그리고 컴퓨터단층촬영는 횡단면 영상이 위주가 되지만 자기공명영상은 환자의 자세 변화 없이 여러 방향의 영상을 자유롭게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최근 건강 검진이 활발해지면서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우연히 뇌동맥류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비파열성 동맥류). 비파열성 동맥류의 경우 동맥류의 위치, 모양과 크기, 환자의 나이와 건강상태 등을 고려하여 치료 여부를 결정하며, 크기가 아주 작거나 환자 나이가 고령이면서 다른 중대한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 경과 관찰을 하면서 보존적 치료를 하기도 한다.


    치료 방법으로는 개두 수술과 혈관을 통한 시술이 있다. 수술은 두개골을 절개하고 직접 뇌동맥류의 뿌리 부분을 금속 클립으로 결찰한다. 혈관 내 코일 색전술은 혈관조영술로 뇌동맥류에 가는 코일을 삽입하여 뇌동맥류로 들어가는 혈류를 차단하는 것으로 수술 없이 시행할 수 있다. 수술과 색전술은 뇌동맥류의 위치나 모양에 따라 각각의 장단점이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의하여 신중히 치료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뇌동맥류는 파열되어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 미리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기 때문에, 40대 이후의 연령에서 증상이 없을 때 뇌 자기공명혈관촬영술을 한번쯤 시행하여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