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련 (사)아이코리아 회장 "함께 하는 아름다운 세상"

  • Interview & Editor 유승용·이민희

    입력 : 2017.12.18 15:05

    (전문) 마치 외할머니댁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김태련 (사)아이코리아 회장은 따뜻한 미소를 띄우며 기자를 반겼다. 마치 기자가 사랑하는 자녀인 듯. 그와의 인터뷰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찼다. 그는 우리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김태련 (사)아이코리아 회장 /Photographer 김정연


    아이코리아(aicorea)는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닌 우리 아이들의 올바른 인성교육과 우수한 교사양성을 위한 교사연수 프로그램을 실행해왔다. 영유아 교육을 위한 보육교사 양성과 아이들의 창의적 교육을 위한 교재 개발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어린이집이 처음으로 시범 운영된 곳도 아이코리아였다. 아이코리아는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 많다.


    김태련 회장의 집무실은 정갈하고 화사했다. 곳곳에 예쁜 색상의 조화들과 상패들이 가득했다. 그와의 인터뷰를 시작하려는 찰나 갑작스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그는 수화기 너머의 사람에게 계속해서 정중한 거절을 하는 듯 했다. 한 여성국제기구의 국제이사를 맡아달라는 연락이었단다. 그는 자신의 나이가 너무 많아 안 된다며 웃어 보였다.


    "제가 지금 나이가 많아서 하기가 힘들어요(웃음). 상당히 높은 책임을 갖는 자리여서 걱정되기도 하고요. 죄송해요."


    김태련 회장은 여러 곳에서 러브콜을 받는 유명인사였다.



    변화하는 세상을 볼 수 있는 눈


    김태련 회장은 자신이 회장이어서가 아니라 구성원들의 열정이 아이코리아를 발전시켰다고 말한다.


    "직원들과 항상 얘기해요. 남들과 같은 것은 하지 말자고요. 우리를 보고 더 향상되고 발전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실제로 아이코리아는 영유아 교육을 위해 처음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했다. 그 후 그 수가 늘어났고 어린이집은 영유아들을 위한 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어린이집이 생겨나면서 보육교사들의 교육도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아이코리아에서 교육을 받지 않으면 진정한 교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브랜드의 가치도 있었고 교육이 체계적이었으니까요. 36년 전에는 전국에 유아교육학과가 없었어요. 이화여대에 유일하게 있었고 당시에는 서울에서만 유아교육이 이뤄지고 있었죠."


    실제로 서울을 제외한 지방에는 교사를 교육하는 시설이 전무했다. 그래서 전국에서 방문하는 교사들의 수가 많았고 아이코리아가 직접 교육을 진행했다. 그 후 15년 전부터 지자체에서 교육이 실시되면서 아이코리아의 교사교육 프로그램이 축소됐다.


    "아이코리아에서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줄긴 했지만 오랫동안 교사교육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어요. 학술대회나 특별한 교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죠. 요즘 교사들의 교육이 중요해지고 있잖아요. 꼭 보육교사가 아니더라도요. 학교 교사들을 재교육하기도 해요."


    아이코리아는 어린이집 교사를 양성하는 대표적인 교육기관이다. 김태련 회장은 어린이집 교사 교육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는 장애아들의 교육을 위해서도 힘썼다. 그 결과 20년 동안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장애아학교시설인 '한국육영학교'가 세워졌다. 한국육영학교에는 유치원뿐 아니라 초·중·고등학교, 직업반도 존재한다.


    "정상적인 사람도 감정적으로 컨트롤이 잘 안 되잖아요. 장애아들은 얼마나 힘들겠어요. 장애아들에게도 똑같은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들도 정상아들처럼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교육을 통해 사회의 중요한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돋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김태련 회장은 10년 전, 학교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위 일시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기관 '아이존'도 만들었다. 이 또한 시범기관이었다. 3년 뒤 서울시에 12개의 기관이 생겨나기도 했다. 김 회장은 그 아이들을 '마음에 상처를 입은 아이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들을 무조건 비난하는 것이 아닌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김태련 회장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을 위한 심리치료기관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2년 전 성인들의 심리상담을 해주는 기관도 시범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성인 심리치료기관이 25개나 생겨날 예정이라고 한다.


    김태련 회장은 변화를 빨리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항상 새로운 것을 연구하고 있다. 장애자치료센터도 처음 세웠다. 여성학과 여성심리학도 최초로 연구했다. 그는 '처음'으로 한 것이 많은 리더였다. 김 회장의 연구와 성과는 분명 빠른 변화인식 덕일 것이다.


    "리더는 변화하는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이어야 해요. 변화하는 세상을 보지 못하고 옛 모습만을 보고 있다면 언젠간 뒤처질 거에요. 그건 리더가 아니죠."



    私교육? 死교육!


    김태련 회장은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강하게 지적했다. 틀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말이다. 그는 우리의 교육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걱정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늘어나고 있고 심지어 아이들 사교육을 위한 학군까지 형성된 지 오래다. 해마다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청소년 자살률도 늘고 있다.


    "몇 해 전 우리나라 아이들의 사교육비가 월 24만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통계가 나왔어요. 전국에 사는 모든 아이들을 다 포함해 계산했기에 너무 낮게 나온 것이에요. 정말 24만원밖에 안 된다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도 않겠죠."


    김 회장은 우리의 해결과제 중 하나인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높은 사교육비 부담으로 아이들을 출산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 그는 공교육이 주가 된다면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주도권을 뺏겼잖아요. 진로상담도 학원에서 하더라고요. 아이들도 학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공교육 교사들의 권위가 계속 떨어지고 있어요."


    김 회장은 저출산 문제와 관련된 각 정부부처 장관급회의에서 사교육이 아닌 공교육이 주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말은 장관들에게 들리지 않았나 보다. 오히려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한국교육이 좋다고 했는데 왜 매도하냐"는 말을 들었다고.
    "엘빈 토플러가 그랬죠. 한국은 학생들이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을 위해 하루 15시간을 공부하고, 미래에 있지도 않은 직업을 위해 공부한다고요. 문제점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데 우리는 왜 해결하지 못하는 거죠?"


    계속되는 실업난에 고학력을 지닌 사람들도 다시 2년제 대학으로 진학하고 있다. 전문적인 직업교육을 받기 위해서다. 좋은 직업을 위해 고강도의 사교육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이러니하다. 김 회장은 현재 한국은 부모도 아이도 불행하다고 말했다. '교육 혁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세 아이들 중 57%, 5세 아이들 중 80%가 학원을 다니고요. 영재교육이라고 해서 3살부터 수학을 가르치더라고요. 이건 정말 큰 문제인 것 같아요. 어린 아이들이 자아형성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그걸 어떻게 버틸지?."


    김 회장은 무조건적으로 사교육 시장을 없애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더 나은 행복을 바랄 뿐이다. 열성적인 사교육보다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2017 베스트버디스코리아 후원음악회 개최


    "부산 청소년 폭행 가해자요, 왜 그렇게 잔인하게 아이를 때렸을까요?"


    김태련 회장은 몇 달 전 국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청소년범죄사건에 대해 말하며 속상해했다. 부산 청소년폭행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후 전국 각지에서 관련 기사가 수없이 올라오고 있다. 왜 이런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일까. 김 회장은 가해자들이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받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아이들을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리더로 키워야 해요. 수능시험만을 위해 달리는 교육은 잘못됐죠. 일단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성공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부모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김 회장은 아이들의 인성보다 입시위주 교육에만 치중하는 부모들을 걱정한다. 대학 입시보다 인성교육이 가장 기본이 돼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하지만 현실은 학군에 대해 고민하는 부모들이 많다. 아이들의 행복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잘 모르는 부모가 태반인 듯 하다. 김 회장은 최근 특수학교를 반대하는 부모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엄마들이 무릎을 꿇었어요. 특수학교가 생기는 것과 집값이 떨어지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 부모 밑에서 아이가 어떤 인성을 배울 수 있을까요? 아마 부모와 똑같이 자기와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고 배척하며 자라겠죠. 참 마음이 착잡합니다."


    아이코리아는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베스트버디스코리아'를 통해 장애우와 비장애우를 친구로 맺어주는 '베스트버디스(Best Buddies)'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베스트버디스는 단짝친구라는 의미로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1:1 친구가 되어 또래문화를 공유하고 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돕는 국제자원봉사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친구관계를 통해 장애우의 사회활동을 위한 기술과 리더십을 배우고, 나아가 고용의 기회로도 확대시키고 있다. 또한 일반인들의 장애인식 개선에도 적잖은 도움을 주고 있다.


    베스트버디스 활동은 비장애우들에게 더 좋은 영향을 미친다. 김태련 회장은 비장애우들이 장애우들과 함께 놀고 대화하면서 인생관과 가치관이 바뀌는 것을 많이 봐왔다고 한다.


    지난 2010년 국제베스트버디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한국에서 베스트버디스 프로그램을 실행한지 8년째, 오는 12월 21일(목)에는 아이코리아 대강당에서 '함께 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주제로 '2017 베스트버디스코리아 후원음악회'를 개최한다.


    "장애우와 비장애우 아이들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고 1년간의 활동을 마무리하기 위해 마련되는 행사가 바로 베스트버디스코리아 후원음악회입니다. 한해 동안 소중하게 다져온 우정과 음악활동을 선보이는 자리죠. 음악회를 준비하면서 연습을 통해 아이들은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더욱 끈끈한 정을 주고 받습니다."


    김 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이번 음악회에 와서 사랑스런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의 온기를 느껴보라고 강조했다.


    김태련 회장은 계속해서 우리나라 부모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우리나라는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100조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출산율은 2016년 기준 1.17명으로 OECD 평균 1.68명 보다 훨씬 낮다. 저출산의 이유가 무조건 사교육비 때문만은 아니다. 하지만 사교육비 지출 증대와 출산율이 반비례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아이의 교육과 부모의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해요. 아이코리아에는 부모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어요. 교육을 받지 않아도 될 부모들만 온다는 것이 문제죠. 정작 받아야 할 부모들은 안 와요."


    김태련 회장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하는지도 강조했다. 교사들의 교육을 제대로 시킨다면 사교육이 성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사범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교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인성이 부족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한 교사들도 많으니까요. 아이들을 위해서는 진정성 있는 교사를 양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꿈의 크기는 미래의 크기


    김태련 회장의 어린 시절과 가족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김 회장은 마치 추억여행을 하듯 행복해하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의 아버지는 일제시대 학교의 교장이었다. 일제 탄압으로 시골지역 학교로 교장직을 옮겨야만 했다.


    "그때 시골로 이사했던 것이 똑똑히 기억나요. 길도 없는 곳이었거든요. 아버지는 마을의 유명인사였어요. 이웃이 아프면 의사 역할을 해야 했고 쌀이 없다고 하면 쌀을 나눠주셨어요. 어렸을 때부터 나눔을 미덕으로 배웠죠."


    김 회장은 자녀들을 학원에 보낸 적이 없다고 한다. 그의 자녀들은 모두 좋은 리더로 성장했다.


    "공부를 득달같이 시키지 않아도 돼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하면 돼요. 아이를 리더로 키우고 싶다면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고 자아성찰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해요. 우리 손자도 학원을 안 다녀요(웃음)."


    하지만 손자가 학원을 다니지 않아 친구들이 생기지 않는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교우관계 문제로 학원에 보내려고 했지만 이미 진행 되어버린 선행학습 때문에 학원측에 거부당했다. 그래서 그의 손자는 미국으로 유학을 가 1년 만에 학교의 테니스 선수로 선발됐다. 김 회장은 손자와 나눈 메신저 내용을 보여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원래는 축구를 좋아하던 아이였어요. 그런데 또 다른 재능을 찾아서 즐겁게 지내는 것 같아요. 제가 학자, 교육자라 이론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제일 좋아요. 저도 어린 시절을 그렇게 지내왔어요."


    김태련 회장은 "꿈이 있다면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꿈의 크기가 미래의 크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도 꿈을 꾼다. 이화여대에서 정년퇴임을 한 후 신학교를 가고 싶었다. 하지만 바쁜 일상으로 아직 실천을 하지 못했다. 신실한 기독교 신자인 김 회장은 기회가 되면 성경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고 했다.


    "요즘은 Well-being이 곧 Well-dying인 시대에요.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싶어요. 저는 미국 UCLA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 연구도 발표한바 있어요."


    김 회장은 노인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많다. 죽음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삶을 의미 있고 충실하게 잘 산' 사람들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삶만을 추구한, 삶 자체를 그리 의미 있게 살지 않은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김태련 회장은 교육의 최종목적은 '올바른 인성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의 진정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인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그릇이 작다면 영원한 리더가 될 수 없어요. 무엇보다 진정한 인성을 갖춘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 하죠. 만약 교사나 부모, 모든 어른들이 이런 마인드를 갖고 있다면 한국 교육에 문제가 없을 거예요."


    김태련 회장과의 인터뷰 중간중간 외할머니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았다. 외할머니는 항상 말했다. "공부 잘 못해도 돼. 하지만 너의 인격에 문제가 되는 행동을 해서는 절대 안돼"라고.


    인터뷰 마무리 중 창문 밖으로 지나가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은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출처 및 기사 링크
    리더피아
    www.leader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