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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이어 카드社도 289만명 오류… 연말정산 '부글부글'

입력 : 2015.01.27 02:49

[비씨·삼성·하나·신한카드 1631억원 분류 실수]

대중교통비를 '일반' 분류… 사용자 공제율 15%p 손해
전통시장 사용액 누락도

과세표준 5000만원일 경우 교통비 100만원 썼다면 재정산땐 4만원 더 돌려받아

공제 항목 복잡해 생긴 혼선
회사원들 "또 하란 말이냐" 환급 위해선 미워도 다시한번

"고객님의 2014년 대중교통 사용액 16만원이 일반 사용액으로 집계되어 국세청에 제공되었습니다. 당사 홈페이지에서 정정 자료를 출력해 주십시오."

26일 오전 이런 문자를 받은 회사원 김모(40)씨. 보이스피싱이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읽지도 않고 삭제했다. '사기꾼들이 연말정산으로 돈을 뜯어내려나 보다' 싶어서였다. 하지만 회사에서 같은 내용의 통지를 받고 연말정산 자료 입력 오류가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됐다.

올해 연말정산이 이래저래 월급쟁이들의 화를 돋우고 있다. 사실상의 증세(增稅)로 화가 난 직장인들이 신용카드사와 국세청의 전산 오류로 연말정산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까지 맞아 울화통을 터트리고 있다.

26일 삼성·하나카드가 2014년 신용카드 사용 내역 중 일부 대중교통 사용액을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카드사들의 이 같은 실수로 직장인 289만명이 연말정산 신고를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앞서 국세청은 15~16일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사이트를 통해 연말정산 자료를 다운로드받은 사람들의 경우 2013년 현금영수증 연간 사용액 자료가 누락돼 세금 환급액이 과다 계산됐다면서 연말정산을 다시 해달라고 요청했다.

세법 개정으로 예년보다 연말정산 신고 과정이 복잡해져 머리를 쥐어뜯으며 겨우 마무리했는데, 성가신 절차를 또 밟으라고 하니 월급쟁이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치솟고 있다. 하지만 귀찮더라도 연말정산 재신고 절차를 밟으면 몇만원이라도 더 돌려받을 수 있으니 반드시 하는 게 좋다.

◇카드사, 289만명 자료 오류

카드사들은 국세청 지침에 따라 신용·체크카드 사용 내역을 일반, 대중교통비, 전통시장 사용금액 등으로 분류해 국세청에 전산 통보한다. 대중교통비와 전통시장 사용 금액은 소득공제율이 30%여서 일반 가맹점 사용액의 소득공제율(15%)의 두 배다.

그런데 비씨·삼성·하나 등 3개 카드사가 2014년 신용카드 사용 내역 중 일부 대중교통 사용 금액을 '일반 가맹점 사용액'으로 분류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6개 고속버스 가맹점이 새로 추가됐는데, 이를 대중교통 사용처로 미처 분류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사용액으로 분류되면 소득공제율이 15%밖에 되지 않으니 소비자 입장에선 세금을 더 돌려받을 수 있는데 손해 본 셈이다. 이런 오류로 손해를 보게 된 납세자는 총 270만명, 해당 금액은 996억원에 달한다.

삼성카드의 연말정산 오류는 또 있다. SK텔레콤에서 삼성카드 포인트를 이용해 휴대폰을 구입한 고객의 경우, 카드 사용액으로 통보가 안 돼 소득공제를 제대로 못 받게 됐다. 피해를 겪게 된 고객은 약 19만명, 피해 금액은 635억원이다.

신한카드는 전통시장 2곳의 주소지 오류로 고객 647명의 전통시장 사용분 2400만원어치를 누락했다. 이런저런 유형을 다 합해 올해 연말정산에서 카드사가 초래한 피해 규모는 고객 수 289만명, 카드 결제액 기준 1631억여원에 달한다.

앞서 15~16일엔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사이트의 현금영수증 공제 분야에서 전산 오류가 발생해 혼란을 빚었다. 2014년 현금영수증 소득공제의 정산 기준이 되는 2013년 현금영수증 연간 사용액 자료가 제대로 입력되지 않은 것이다. 직장인 김신양씨는 "국세청 사이트가 오픈하자마자 15일에 부지런 떨면서 연말정산을 다 끝냈는데, 회사 총무팀에서 오류라며 연말정산을 다시 하라고 연락 왔다"면서 "국세청이 실수한 건데, 아무 잘못도 없는 내가 두 번 고생해야 한다니 인내심 테스트하는 것도 아니고 올해 연말정산은 왜 이러느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카드사들은 복잡한 연말정산 규정 때문에 생겨난 착오라고 해명한다. 카드 사용액을 대중교통과 전통시장 등으로 세밀하게 나눠야 하는데, 가맹점 수백만 곳을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따지기가 쉽진 않다는 것이다. 세무사 A씨는 "정치권에서 선거와 경기 부양을 이유로 툭하면 공제 혜택을 더하거나 잘라내면서 카드사들조차 헷갈릴 정도로 연말정산 내용이 복잡해졌다"면서 "일반인들도 알기 쉽게끔 제도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가시더라도 연말정산 다시 하세요

카드사로부터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받은 피해자들은 연말정산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보이스피싱 등이 의심스러우면 해당 카드사 콜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피해자들은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사이트(www.yesone.go.kr)에 접속해 관련 자료를 다시 내려받고, 연말정산 서류를 작성해서 회사 담당 부서에 제출해야 한다. 김정수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은 "다시 하지 않는다고 법적인 제재를 받는 건 아니지만, 전통시장과 대중교통 사용액은 소득공제율이 높기 때문에 다소 번거로워도 바로잡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예컨대 과세 표준이 5000만원(세율 24%)인 근로자가 1년에 대중교통 요금으로 100만원을 쓴 경우, 일반 사용액으로 계산되었던 오류를 대중교통 요금으로 고치면 약 4만원을 추가로 돌려받을 수 있다. 한정수 HMC투자증권 세무위원은 "전통시장과 대중교통은 각각 100만원씩 추가 공제를 해주기 때문에 카드만 잘 쓰면 총 500만원(신용카드 300만원, 전통시장 100만원, 대중교통 100만원)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