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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대리점, 약국이 전통시장?…허술한 기준에 줄줄 새는 세수

입력 : 2015.01.26 15:39 / 수정 : 2015.01.26 16:18

서울시에 거주하는 이모(28·여)씨는 연말정산을 위해 국세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소득공제 서류를 살펴보다가 의아한 점을 발견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전통시장을 방문한 적이 없는데도 현금영수증과 직불카드 사용액 중 전통시장에서 쓴 금액이 26만원으로 집계돼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카드사를 통해 지출 내역을 확인한 결과 국내 이동통신사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A대리점을 통해 매달 결제한 단말기 대금 2만3320원이 전통시장 명목으로 분류돼 있었다. 이씨는 “2014년에 스마트폰을 새로 교체해서 단말기값을 매달 지불해왔다”며 “통신사 대리점이 전통시장에 포함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이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A대리점은 우리와 계약을 맺고 제품을 판매하는 대리점으로 일반 개인이 운영하고 있다”며 “통신사가 직접 운영하는 매장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A대리점은 이곳 외에도 마포구 망원 전통시장, 강서구 화곡동 전통시장, 동대문구 청량리 전통시장 등 서울 시내 3~4곳의 전통시장 부근에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서울시내 한 재래시장의 모습/조선DB

정부가 소비자들의 전통시장 이용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전통시장 사용분 소득공제 제도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통시장 부근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기업과 계약을 맺고 휴대폰 단말기를 파는 이동통신 대리점까지 소득 공제 대상으로 지정해 세수(稅收)가 새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전통시장법(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상 이런 대리점을 전통시장으로 지정하는 것을 금하는 규정은 없다. 전통시장법 시행령 제9조의 3은 전통시장 가맹점 등록을 제한하는 업종으로 주류·담배·귀금속 도매업, 불건전 도박기계 도소매업, 온라인 게임 아이템 중개업, 사행성 게임과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등 43개 산업을 명시하고 있다. 통신서비스 판매업은 제한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대기업 통신사의 대리점은 일반적으로 시민들이 생각하는 전통시장과는 거리가 있다. 정부는 도매업·소매업 또는 용역업을 하는 점포 50개 이상이 모여 있고, 점유한 토지면적 합계가 1000 ㎡ 이상이면 지자체장의 승인을 거쳐 전통시장으로 인정한다. 전통시장으로 지정되면 낙후시설 지원 등 지자체가 벌이는 상권 활성화 사업의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사면 전통시장 사용분으로 처리돼 소득공제시 혜택을 받는다. 전통시장을 이용하면서 신용·직불카드로 구매하거나 현금영수증을 받으면 사용액의 30%를 과표에서 공제하는 혜택을 준다.

이밖에도 약국 등도 전통시장 부근에 있다는 이유로 전통시장 사용분 공제 혜택을 받는 곳이 있다.

지인세무회계사무소의 한 세무 전문가는 “전통시장은 사용분의 30%를 공제해주고 있어 신용카드(공제율 15%)에 비해 공제 혜택이 높은 편”이라며 “전통시장의 범위를 과하게 확대하면 국세청 입장에선 걷어야할 세금을 못 걷게 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책임을 지방자치단체로 미뤘다. 국세청 원천세과 관계자는 “해당 상점이 전통시장인지 아닌지 여부는 국세청이 정하는 게 아니라 각 지자체에서 지정하는 것”이라며 “지자체에서 전통시장 목록을 보내준 것을 반영할 뿐, 전통시장으로 지정된 업소들의 업종 면면까지 살펴보는 것은 국세청의 관할 업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