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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도서정가제 빗겨간 군대…베스트셀러, 가격도 크기도 절반

입력 : 2015.01.26 15:21 / 수정 : 2015.01.26 16:44

왼쪽이 군대에서 배포된 책, 오른쪽은 시중에 유통되는 책


작년 말, 전국 군대 도서관에는 특이하게 생긴 ‘반값 책’이 등장했다. 반값 책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책과 내용은 동일하지만 외관이 다르다. 예를 들어 책 ‘1만 시간의 법칙’은 양장본으로 되어 있으며 시중에서 1만원에 팔린다. 반면 군대 도서관에 보급되는 책 ‘1만 시간의 법칙’은 내용은 동일하지만 크기가 작고 양장본이 아니다. 가격은 정가의 절반인 5000원이다.

지난해 11월 시행된 개정 도서정가제는 모든 도서의 할인폭을 최대 15%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군 도서관에 ‘반값 책’이 등장하면서 군은 이런 도서정가제의 ‘회색지대’가 됐다.

반값 책은 국방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출판업계가 고심 끝에 내놓은 해결책이다.

군은 매년 진중문고라는 이름으로 신간도서 50종 65만권을 대량 구입한다. 국방부에서 진중문고 도서를 선정하고 구매해 1만3000개 부대의 도서관으로 보내준다.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은 연간 58억원(2015년 기준)이나 된다.

작년 11월 21일,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 이 제도 주관부서인 문체부와 도서를 구입하는 국방부, 도서를 납품하는 출판업계는 모두 고민에 빠졌다. 진중문고로 선정된 책은 통상 시중가격의 50%에 납품하는 것이 관례이다. 그럼에도 출판사들은 진중문고 선정을 간절히 바란다. 선정되면 책 한 권당 약 1만3000부를 유통채널(서점)을 끼지 않고 곧바로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출판 불황기에는 놓치기 아까운 큰 계약이다.

하지만 도서정가제 실행 이후부터는 50% 할인 판매가 불가능해졌다. 문체부는 “군만 도서정가제의 예외로 둘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방부 역시 “진중문고 예산을 늘릴 수 없다”고 맞섰다. 결국 진중문고 책이 절반으로 줄어들 위기에 처했다.

이때 출판업계가 ‘반값 책’이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동안은 시중 서점에서 파는 것과 동일한 책을 반값에 제공했다면, 앞으로는 제작비용을 낮추고 정가도 절반으로 줄인 진중문고용 한정판 책을 내기로 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4분기부터 적용됐다. 1만 시간의 법칙(시중 정가 1만원, 한정판 정가 5000원), 난쟁이 피터(1만4000원, 7000원), 미 비포 유(1만5000원, 7500원) 등 17권의 ‘반값’ 진중문고가 군대에 보급됐다.

문체부는 최근 독서 활성화 차원에서 이 ‘반값 책’을 시중에 유통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값 책을 군대에만 한정적으로 보급하는 것은 아깝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지난 22일 일부 출판사 관계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출판업계의 의견을 타진했다.

하지만 출판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진중문고는 유통채널을 거치지 않고 대량 공급을 하기 때문에 반값이 가능하지만, 시중 상황은 그와 다르다는 것이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5000원짜리 반값 책을 시중에 유통시키려면 3500원에 서점에 넘겨야 한다”면서 “기존 정가 책의 판매에까지 영향을 미쳐 출판사들이 줄도산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