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택시는 안오는데 앱택시는 온다]
사납금 압박 시달리는 택시기사, 콜택시는 장거리 선호할 수밖에… 기사가 콜 거부해도 제재 못해
앱택시는 손님이 기사를 평가, 점수 낮으면 아예 승객 못받아… 배차 거부 기사는 벌점 받기도
지난 19일 자정쯤 서울 광화문에서 야근을 마친 직장인 김지영(31)씨는 회사와 계약을 맺은 법인택시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택시를 불렀다. 다섯 번 넘게 전화를 걸었지만 '주변에 빈 택시가 없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만 받았다. 그러자 김씨는 스마트폰을 꺼내 콜택시 앱(응용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집이 있는 '양재동'을 행선지로 입력했다. 그러자 금세 주변에 있는 빈 택시 10여대가 화면에 나타났다. 3분 후에는 택시 번호와 운전자 이름, 연락처와 함께 '5분 후 도착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김씨는 "콜택시는 아무리 불러도 감감무소식이더니 앱택시(앱으로 호출하는 택시)는 배차가 잘 돼서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왜 콜택시는 안 오고 '앱택시'는 올까
한밤중에 서울 도심이나 번화가에서 택시 잡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눈이나 비가 오면 한 시간 넘게 길에서 고생하는 적도 많다. 콜택시를 호출해도 사정은 비슷하다. 귀가(歸家) 손님의 콜 요청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택시기사들이 행선지와 승객을 가려서 태우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택시기사 최모(52)씨는 "밤 11시부터 새벽 1시가 피크타임인데, 이때 단거리를 가거나 외진 곳으로 갔다간 회사에 낼 사납금도 채우기 어렵다"며 "콜센터에서 배차 요청이 와도 행선지가 나쁘면 콜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거리가 가까운 '광화문~마포'를 요청하면 콜택시가 안 오고, 요금이 많이 나오는 '광화문~분당'을 부르면 금방 달려오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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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픽=이철원 기자
요즘 뜨는 앱택시 서비스는 스마트폰의 첨단 기능을 활용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2012년 한국에 진출한 유럽계 앱택시 서비스 이지택시는 '기사 평가' 제도를 운영한다. 택시 이용 고객이 준 '별점' 평균이 4.3점(5점 만점) 이하로 떨어지는 택시기사에겐 승객을 연결해주지 않는 것. 물론 앱택시도 승차 거부를 당할 가능성은 있다. 이 경우 단거리를 가는 승객은 행선지 옆에 '요금 2000원 추가' 식으로 메시지를 남겨 택시기사를 호출할 수도 있다.
양완수 서울시 택시정책과장은 "기사가 '웃돈'을 요구하면 불법이지만 승객이 먼저 제안하는 것은 딱히 규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택시회사와 제휴해 서비스하는 우버택시는 승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차량을 파악해 '자동 배차'한다. 이를 거부하면 벌점을 준다.
◇IT업체들 택시시장 진출 러시
지금까지 이지택시 앱을 내려받아 스마트폰에 설치한 사람은 900만명이 넘는다. 가입된 택시기사도 서울·경기·인천·광주광역시·여수 등 5개 도시에서 1만7000여명에 달한다.
SK플래닛·다음카카오·네이버 등 대형 IT(정보기술) 업체도 대거 택시 시장에 뛰어들었다. SK플래닛은 올 상반기 중에 국내 1위 내비게이션 앱 'T맵'과 제휴한 'T맵 택시(가칭)'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다음카카오도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 연합회와 각각 양해각서(MOU)를 맺고 '카카오 택시(가칭)'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3700만명이 넘게 쓰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택시를 부르고 요금결제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6일부터 일본 도쿄에서 이와 비슷한 '라인 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장택영 연구원은 "앱택시 서비스는 승객과 기사 간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기 때문에 배차 성공률과 고객 서비스를 더 높일 수 있다"며 "점점 서비스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22일 '불법 콜택시' 논란을 빚고 있는 우버코리아에 대해 "위치정보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채 고객의 개인 정보인 위치 정보를 이용하고 있다"며 검찰에 형사고발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