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진 경기 규제개혁단장 "외국 탈출 기업들 붙들어야"

"경기도 내에서 적용되는 각종 규제를 모두 합치면 6952개입니다. 인접한 강원·충청도 등 다른 지자체에 비해 2배가 넘습니다. 중앙정부 규제는 물론 시·군·구 지자체 단위 규제까지 일일이 파악조차 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강희진〈사진〉 경기도 규제개혁추진단장은 "글로벌 경쟁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수도권 규제로 수도권은 물론 국가 경쟁력마저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다"며 "차(車)와 포(包) 떼고 장기(將棋)를 두라는 건데 이래서는 한국 경제 위기를 이겨낼 수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규제에 따른 투자 위축 규모는.

"도내에서 공장 증설을 계획하다가 규제 때문에 포기한 규모가 이천·광주 등 자연보전권역에서만 지난해 4월 기준 28개 사 1조388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천군 같은 경우 군(軍)부대 동의 없이 화장실도 수리할 수 없는 제한보호구역이 전체 면적의 64%나 된다. 이제는 풀어줄 때도 됐다."

―어떤 규제 완화가 필요한가.

"자연보전권역에서 6만㎡ 이상은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공장 부지 증설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 아예 상한선을 없애고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것도 방법이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는 국토 난개발 방지를 위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여러 번 나왔지만 삼림을 훼손해가며 개발하자는 게 아니다. 이미 하남이나 시흥 등지에 사실상 그린벨트 기능을 잃은 비(非)녹지 지역이 많다. 이런 곳은 내버려두지 말고 개발하는 게 효율적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다른 시·도는 반발하는데.

"경기도만 살자는 게 아니다. 국가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 지금 기업 경쟁력을 북돋아도 힘든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의욕을 꺾으면 국가적으로 손해다. 지방으로 가는 기업을 막자는 게 아니다. 국내 기업 중 수도권 규제 때문에 외국으로 탈출하려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는가."

―수도권 규제를 풀면 실제로 투자가 늘어날까.

"지난해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와 광둥성 후이저우를 가봤는데 규제 때문에 공장을 그곳으로 옮긴 기업들이 지금이라도 규제를 풀어주면 수도권으로 유턴(U-turn)하고 싶다고 하더라. 그들은 세제 혜택은 바라지도 않는다. 적어도 이런 기업들은 배려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