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직접 가보니 상인들 울상]

- 고객도 상인도 한숨
"건물 붕괴 가능성" 괴담에 매출 70% 줄고, 고객 절반으로
1시간 6000원, 비싼 예약 주차… 2300대 주차 공간 텅 비어있어
고객들 "주차 너무 불편해"… 롯데 "안전 점검 투명하게 공개"

이달 23일 낮 서울 잠실에 있는 '제2롯데월드'. 지하철 2·8호선 잠실역에서 지하도를 거쳐 도착한 명품 백화점 '에비뉴엘' 내부는 금요일 오후라고 하기에 썰렁할 정도로 한산했다. 널찍한 복도에 손님은 거의 없었고 매장 안에서 물건을 사거나 구경하는 사람도 찾기 어려웠다. 일부 매장 직원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한 의류매장 사장은 "작년 말부터 손님 발길이 끊기더니 이달 들어는 평일에 20~30명이 겨우 찾는다"며 "매출도 3분의 1로 줄어 앞으로 계속 장사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1월 23일 '개장(開場) 100일'을 맞은 잠실 제2롯데월드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잇따르는 안전사고에 대한 과도한 우려와 서울시의 엄격한 주차장 이용 제한 조치로 고객의 발길이 급감하고 있다. '건물 전체 구조의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서울시의 안전 점검 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수족관 누수(漏水)와 영화관 진동 발생 이후 '지반 침하와 건물 붕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식의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는 것도 부담이다. 이에 따른 피해는 제2롯데월드에 입점한 965개 매장과 5000여명의 직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할인 행사해도 임대료도 못 번다"

"오늘 종일 물건을 산 손님이 10명밖에 안 돼요. 이래서야 임대료라도 낼 수 있겠어요?"

쇼핑몰 지하 1층에 있는 디저트 전문점 직원은 "하루에 최소 100만원어치는 팔려야 하는데 오늘은 10만원도 안 들어왔다"며 "그나마 손님의 절반 정도는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이라고 말했다.

가게 입구에 '특가 판매' '최대 70% 할인' '원 플러스 원(1+1)' 같은 안내판을 붙여 놓은 다른 매장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 남성의류 매장은 일주일 전에 끝내려던 할인 행사를 당분간 더 진행하기로 했다. 이 매장 직원은 "오늘 하루 옷을 구입한 고객이 7명뿐"이라며 "고객을 다시 불러 모으려면 할인밖에 없지 않으냐"고 했다. 인근 화장품 가게 매니저는 "이달 매출이 작년 10~11월보다 70% 정도 줄었다"며 "당분간 장사가 부진할 것 같아 직원을 2명 줄였다"고 했다.

오후 7시쯤, 지상 5~6층 식당가는 저녁 시간인데도 한산했다. 한 레스토랑은 피자·파스타를 1만~1만2000원에 파는 '오늘의 메뉴' 행사를 벌였지만 전체 20여개 테이블의 절반도 차지 않았다.

개장 초기 하루 평균 10만명이었던 제2롯데월드의 방문객 수는 작년 12월 7만명에서 이달 들어 5만3000명으로 줄었다. '에비뉴엘'의 매출은 한 달 전보다 평균 18% 줄었고 롯데마트는 다른 점포 평균 매출의 6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아웃도어 매장 직원은 "물이 좀 새고 바닥에 금이 갔다고 큰 건물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과도한 걱정과 소문이 사실처럼 굳어지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롯데, "안전 점검해 국민 신뢰 얻겠다"

이날 오후, 지하 2층 롯데마트에서 나온 손님들은 대부분 커다란 장바구니를 들고 지하철 역과 연결된 통로로 걸어갔다. 마트 입구 맞은 편에 있는 주차장으로 가는 고객은 거의 없었다. 주차장 이용이 불편하고 요금도 비싸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주변 교통 정체를 막기 위해 제2롯데월드의 임시사용 승인 조건으로 주차장 예약제 실시와 함께 주차 요금을 주변 시세의 3배 수준으로 올렸다.

그 결과 제2롯데월드에 3시간 주차하면 아무 할인 없이 1만8000원을 내야 한다. 길 건너편 롯데월드 잠실점에서 5만원 이상 구입한 고객은 3시간 무료 주차할 수 있는 것과 대비된다. 그래선지 제2롯데월드 주차장에는 고급 수입차만 띄엄띄엄 있을 뿐 거의 텅 비어 있다. 이번 달 하루 평균 주차장 이용 차량은 428대로 전체 주차공간(2756대)의 15% 수준이다.

가정주부 이모(48)씨는 “건물의 안전이 염려되는 데다 주차비까지 워낙 비싸 제2롯데월드에서 쇼핑하려는 마음이 잘 들지 않는다”고 했다.

롯데그룹은 안전사고와 입점 업체의 피해, 소비자 불편 등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안전사고에 종합적이고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이달 9일 ‘안전관리위원회’를 만들었다. 외부 전문가들로 ‘안전기술자문단’을 구성하고 건축·소방·전기 등 각 분야 전문기관을 통해 안전 점검도 계속 벌이기로 했다.

최경인 롯데물산 상무는 “근거 없는 괴담(怪談)을 불식시키고 건물 안전에 대한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진행 상황을 더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며 “입점업체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