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해양 IT 전문가들, 2월까지 현장조사… 인양 여부 4월 이후 결정]

음파로 측정, 3D로 복원 - 균열된 곳 등 선체 상태 알아내
'통째 인양' 할수 있는지 결정, 해저 지형·물 빠르기도 파악

최소 1000억, 1년 이상 걸려 - 船社가 감당 못해 國費 쓸 듯

세월호 인양 여부를 판가름할 수중(水中) 선체 탐사 프로젝트가 25일 시작됐다.이날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3㎞ 세월호 침몰 지점에 2000t급 '현대보령호'가 투입됐다. 현대보령호는 작년 11월까지 잠수사들의 수중 수색 활동 베이스캠프 역할을 했던 바지선(바닥이 평평한 화물선)이다. 이번엔 잠수사 대신 국내외 해양 IT(정보기술) 전문가 10명이 탑승했다. 현대보령호엔 실종자 가족과 유족 4명이 탑승했다. 하지만 일주일간의 탐사 일정을 함께하기 힘들었던 남현철·박영인(실종자) 학생의 부모는 이날 해경이 제공한 소형 선박으로 사고 해역을 빙빙 돌면서 과자와 음료수를 바다에 흩뿌린 뒤 발길을 돌려야 했다. 두 실종자 가족이 목놓아 우는 소리가 겨울 바다 위에 처연하게 울려 퍼졌다.

◇세월호 초정밀 3D 영상 촬영 시작

전문가팀은 28일까지 무인 탐사 장비를 동원해 수심 37m 아래에 잠겨 있는 세월호의 외부 선체를 촬영, 3D 영상으로 만드는 작업을 한다. 무인 탐사 장비가 선체 외벽에 음파를 때려 반사되는 위치 데이터를 수집해 현대보령호에 있는 컴퓨터 서버로 보낸다. 무인 탐사 장비는 72시간 동안 세월호 선체 전체를 비닐 랩으로 감싸듯 선수와 선미를 10차례 왕복하며 반복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한다. 탐사대를 이끄는 해양과학기술원 이용국 박사는 "수집된 데이터를 종합하면 세월호에 대한 초정밀 입체 3D 영상을 가로·세로 10㎝ 단위로 얻을 수 있다"며 "인양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핵심 정보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보령호는 세월호 선체 위에서 천천히 움직이면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때를 제외하면, 72시간 동안 사고 해역에 섬처럼 떠 있어야 한다.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영국인 마크 로렌스(49)씨는 "이탈리아 콩코르디아호 탐사와 비교할 때, 세월호는 주변 물살이 빨라 작업이 매우 까다롭다"고 말했다.

◇세월호 인양 여부 4월 이후 결정

정부는 작년 11월 11일 세월호 수중 수색을 종료하면서 "세월호 인양 여부는 기술적 검토와 공론화 과정 등을 거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는 작년 11월 27일 전문가 23명으로 기술검토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탐사 준비 작업을 해왔다. TF가 3월쯤 내놓을 탐사보고서는 인양 여부 판단의 핵심 자료로 쓰일 예정이다. 최종 인양 여부 결정은 국민 의견 수렴 등을 거쳐 4~5월 이후로 예상된다.

세월호 인양 여부를 판가름할 요소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선체 상태다. 3D 선체 탐사를 통해서 침몰 당시 충격으로 균열이 생겼는지, 주요 부위가 틀어지지 않았는지 등을 파악한다. 이에 근거해 인양 시 선체를 통째로 들어내는 방식을 택할지, '절단' 방식을 택할지 등이 결정될 수 있다.

둘째, 해저 지형이다. 세월호는 좌현이 아래로 향한 채 수심 37m 아래(해저면 기준)에 있고, 선체 일부는 뻘에 묻힌 상태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난 10~14일 해저 탐사 결과, 지형이 평탄하고 암석이 거의 없는 등 인양에 큰 무리가 없는 상태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작업 환경의 위험성 여부이다. 전문가팀은 이달 말부터 세월호 해역에 5대의 해류계를 동원해 유속와 물의 방향을 측정할 예정이다. 인양 과정에서 다이버들의 위험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인양 비용, 전액 국비로 써야 할 듯

세월호 인양 여부에 대해 해수부는 공식적으로 "객관적인 입장에서 기술 검토를 진행할 뿐 정해진 방향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인양이 결정되면 최소 1000억원이 넘게 들고, 1년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인양 비용은 원칙적으로 선사가 부담해야 하지만, 청해진해운이 감당할 수 없어 국가 예산이 투입된다. 정부가 구상권을 행사해도 청해진해운으로부터 거의 한푼도 돌려받지 못할 전망이다. 이날 탐사선에 동승한 희생자 장준형(단원고 2학년 8반)군의 아버지 장훈(46)씨는 "세월호 가족들은 돌아오지 못한 9명 희생자의 수습을 위해 반드시 인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해수부 TF의 보고서는 기술적으로 인양이 가능한지를 판단하는 근거 자료로 활용하게 된다"며 "최종 인양 여부는 정부가 임의로 결정하기보다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