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하루 전날 아티스트가 돌연 잠적해버렸다. 그러나 콘서트를 주최한 것으로 알려진 업체는 별거 아니라는 듯 덤덤하게 대처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지난 15일 현대카드 블로그에 짤막한 공지가 떴다. 다음날 열릴 예정이던 현대카드의 17번째 컬처프로젝트 ‘5나이츠’ 콘서트를 아티스트의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해 취소한다는 내용이다. 5나이츠는 5일 연속 진행되는 콘서트다. 콘서트 4일차인 16일은 영국의 유명 일렉트로닉 밴드 루디멘탈이 첫 내한 공연을 할 예정이었다.

사건 정황은 이렇다. 루디멘탈은 콘서트 당일 오전에 입국 예정이었다. 그런데 전날 갑자기 “우리 내일 한국으로 못 가겠다. 콘서트를 연기해달라”는 연락이 왔다. 운영진은 “공연장을 준비했고, 티켓도 팔았다. 꼭 와야 한다”고 설득했지만, 루디멘탈측은 이후 연락두절 상태다.

황당한 상황이지만 현대카드는 전혀 당황한 기색 없이 담당한 표정으로 뒷처리를 했다. 우선 공연이 취소됐다는 사실을 블로그, 문자 등을 통해 알리고 사과했다. 티켓은 전액 환불해줬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현대카드 담당자들은 정신적 공황상태였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카드 관련 사업 담당자들은 침착하게 대처했다. 그 이유는 사실 그동안 현대카드가 한 것으로 알려진 대형공연(슈퍼콘서트, 컬처프로젝트 등 대형 공연)이 사실은 현대카드가 주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신금융업법상 카드사는 직접 공연을 개최하지 못한다. 아티스트 섭외, 콘서트장 대여, 티켓판매 등 공연 준비작업을 하는 것은 공연기획사(주관사)다. 현대카드는 그 기획사와 단독 스폰서 계약을 한 ‘주최사’다. 공연으로 생긴 수입은 계약한 공연기획사의 몫이다. 공연으로 수익이 나도 현대카드와 나누지 않는다.

쉽게 말해 현대카드가 공연 개최를 통해 추구하는 것은 수익이 아니라 브랜드 제고다. 이를 위해 현대카드는 스폰서 계약과 별도로 슈퍼콘서트 등 공연 관련 광고를 직접 집행한다. 이를 통해 현대카드는 ‘문화를 사랑하는 기업’이라는 무형적인 브랜드 가치 상승효과를 누린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적극적으로 지지했기에 가능한 실험적인 마케팅이다.

아티스트 잠적과 같은 황당 사건이 벌어지면 손해배상 등 뒷수습을 해야 하는 것은 공연기획사다. 현대카드는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공지를 하고, 현대카드로 결제한 티켓 비용을 취소해주는 것이 주요 역할이다. 또한 현대카드를 믿고 티켓을 구매한 사람들로부터의 민원, 브랜드에 미치는 악영향, 마케팅 효과 감소 등과 같은 간접적인 피해가 있다.

사실 스타들의 공연 취소 사태는 드문 일이 아니어서 현대카드는 과거 경험에 빗대어 침착하게 대처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작년 비틀즈의 멤버 폴 메카트니가 건강이 나빠져서 예정된 슈퍼콘서트를 취소했을 때도 이번과 마찬가지로 관련 사항을 신속히 알리고 티켓 비용을 환불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