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형 소비株 초강세… 컴투스 한달간 29% 올라, 화장품·저가항공株도 급등
웰빙 지향·담뱃값 인상 영향… KT&G 10% 이상 빠져, 하이트진로·강원랜드 하락
술, 담배, 도박.경기 불황이 오랜 기간 지속될 때 팍팍한 삶의 현실에 지친 사람들이 자주 찾거나 즐기는 품목이다. 경기 침체 속에서 많은 업종이 실적 부진으로 신음하며 주가도 약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술이나 담배, 도박 등과 관련된 종목들은 오히려 불황 국면에서 소비가 늘면서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주식시장에서는 경기가 얼어붙을 때는 이른바 '죄악주(罪惡株)'로 불리는 이 종목들에 투자하면 재미를 본다는 속설도 많았다.
그런데 최근 이런 흐름이 바뀌고 있다. 유럽과 중국의 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 실적 악화, 내수 부진 등으로 경기는 계속 얼어붙고 있지만, 전통적인 불황 시 강세 종목이었던 주류나 담배 관련주 등은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면 큰돈이 들지 않는 실속형 소비가 늘면서 화장품이나 모바일게임, 저가 항공사 관련주 등은 강세다. 최근 불황에서 소비 패턴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는 흐름이 주가에도 반영된 것이다.
◇한 달간 KT&G, 하이트진로 5% 하락… 소비 감소·정책에 약세
지난해 하반기 이후 담배와 술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주가가 약세를 보인 곳이 많았다. KT&G는 지난해 8월 초까지 주가가 10만원을 넘었지만, 약 5개월이 지난 21일에는 7만8400원까지 하락했다. 최근 한 달간 주가도 5.2% 하락했다.
카지노 관련주들도 이달 중순까지 약세를 보였다. 강원랜드는 지난해 8월 이후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올 들어 정부의 투자 활성화 대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최근 한 달간 주가는 4% 올랐지만, 3개월간 주가는 약 9% 떨어진 상태다.
◇실속형 소비 늘면서 모바일게임, 화장품은 강세
술, 담배, 도박 관련주들이 빠진 경기 침체 방어주 자리는 새로운 종목들이 메우고 있다. 특히 얇아진 호주머니로 인해 큰돈이 들지 않는 물품이나 여가 활동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모바일게임이나 화장품, 저가 여행 관련주 등 이른바 실속형 소비주들이 눈에 띄게 올랐다.
대표적인 모바일게임 업체로 지난해 말 주가가 전년 대비 456% 급등했던 컴투스는 올 들어서도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상승률도 29.3%에 이른다. 또 다른 모바일게임 제조사 게임빌도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며 같은 기간 12% 넘게 상승했다.
중저가 화장품 제조업체들의 강세도 눈에 띈다. 아모레퍼시픽과 한국콜마는 한 달간 주가가 각각 8.5%, 14.3% 올랐다. 경기 침체 속에서 명품 소비는 줄어들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값싼 화장품 소비는 오히려 늘어난 데다, 최근 중국에서의 판매 실적도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가가 크게 상승한 또 다른 실속형 소비주로 저가 항공사들도 꼽힌다. 티웨이항공을 자회사로 둔 티웨이홀딩스는 한 달간 주가가 62.6% 뛰었다. 불황 속에서 저가 항공사를 찾는 이용객이 급증한 데다 지난해부터 유가도 크게 하락해 비용 부담이 줄어든 점도 주가 상승 이유다.
◇정책도 영향… 실속형 소비주 조정 가능성도
그동안 불황에서 강세를 보였던 일부 종목들이 현재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정책 영향도 크다. KT&G의 경우 지난달 정부가 담배에 붙는 세금을 2000원 인상하면서 주가가 크게 꺾였다. 최근 흡연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담뱃값 인상으로 흡연율이 본격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3년 말 기준으로 42.5%였던 흡연율이 2016년에는 35%까지 떨어질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불황형 소비주들의 세대교체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일부 종목들의 경우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주가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대권 유경PSG자산운용 본부장(CIO)은 "모바일게임주와 저가 항공 관련주 등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기업 실적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높은 종목도 많다"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발표될 경우 주가가 하락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추격 매수는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