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깨지는 스마트폰 액정 수리비, 35만원 넘기도… 고칠 돈으로 새 휴대폰·세탁기·노트북을 산다

- 車유리보다 비싼 폰유리
갤럭시엣지 액정 35만4000원, 쏘나타 앞유리 교체는 30만원
제조사들 "최신 기술 적용해서… " 작년 8명중 1명 액정 파손 골치
깨진 액정 제조社에 반납하면 수리비 할인

경기도 평택에서 자전거 가게를 운영하는 고영주(38)씨는 최근 구입한 지 한 달도 안 된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노트 엣지' 화면을 깨뜨렸다.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다가 도로에 떨어뜨려 모서리 부분에 심하게 금이 간 것. 이 제품은 화면 오른쪽이 휘어져 있어 스마트폰 측면(側面)으로 뉴스, 메시지 수신 등 각종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최신 기종이다.

서비스센터에 연락하자 "화면 교체 비용으로 35만4000원이 든다"고 안내했다. 고씨는 "너무 비싸서 처음엔 금액을 잘못 들은 줄 알았다"며 "어쩔 수 없이 수리는 했지만 이제는 폰을 아예 상전(上典)으로 모시고 다녀야겠다"고 했다.

쉽게 깨지고 점차 비싸지는 스마트폰 화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출시되는 화면이 휘어진 폰은 첨단 기술이 적용돼 화면 수리 비용만 20만~30만원을 훌쩍 넘는다.

◇작년 스마트폰 화면 파손 500만건

스마트폰 화면은 액정(液晶·LCD)이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만든 화면표시장치(디스플레이) 위에 충격 방지를 위한 강화유리가 덮여 있는 구조다. 유리만 깨져도 디스플레이 자체를 통째로 교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전자업계는 작년 한 해 동안 공식 서비스센터를 통해 약 500만대의 스마트폰 화면을 수리한 것으로 추산한다.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4039만명(2014년 11월 기준). 즉, 작년에만 이용자 8명 중 1명꼴로 스마트폰 화면이 깨져 수리를 받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화면이 5인치 이상으로 크거나 휘어진 제품일수록 충격에 더 약하다.

최신 스마트폰은 구입 가격뿐만 아니라 수리비도 비싸서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삼성의 갤럭시노트 엣지의 화면 수리비는 35만여원(액정 반납 시 20만6000원)으로 제품 출고가(106만7000원)의 3분의 1에 달한다. 이 정도면 애플의 구형 모델 '아이폰5C'를 살 수 있고, 준중형차인 현대차 아반떼의 앞 유리(약 25만원)를 교체하고도 남는 돈이다. 쏘나타 앞 유리도 30만원이면 바꿀 수 있다.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 화면이 자동차 앞 유리 값보다 비싼 셈이다.

LG전자의 휘어진 스마트폰 'G플렉스'(출고가 79만9700원) 역시 화면 수리비가 25만1500원으로 높은 편이다. 한 스마트폰 제조사 관계자는 "최신 단말기는 부품 가격이 높아서 수리비도 비싼 편"이라며 "화면 교체 비용이 10만원 정도인 구형 모델처럼 시간이 지나면 점차 가격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싼 수리비를 벌충하기 위해 깨진 스마트폰 액정 부품을 전문업체에 되파는 소비자도 많다. 액정 자체에 손상이 없으면 유리만 교체해서 다시 쓸 수 있기 때문. 깨진 액정을 최고 20만원대에 매입해 중국·홍콩 등 해외에 수출하는 업체들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서울 서초동에서 깨진 액정을 매입하는 '강남액정'의 송동섭 대표는 "매일 50~100명이 깨진 스마트폰 화면을 팔러 온다"고 했다.

◇제조사, 부품 할인·첨단 기술 개발

쉽게 깨지는 화면 때문에 소비자 불만이 커지자 업체들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갤럭시노트4'에 미국 코닝사가 개발한 최신 강화유리 '고릴라글라스4'를 적용했다. 이 제품은 높이 1m에서 떨어뜨렸을 때 기존 고릴라글라스3를 비롯한 시중의 모든 강화유리보다 강도(强度)가 2배 이상 세다고 코닝은 설명했다.

LG전자 관계자도 “신제품인 G플렉스2에는 유리기판 대신 탄성도가 높은 플라스틱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적용해 기존 폰보다 잘 깨지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파손된 화면 부품을 사설업체에 팔지 않고 제조사에 반납하면 수리비를 할인해주는 정책도 편다. 갤럭시노트 엣지의 경우 약 15만원을 깎아서 20만6000원에 수리해준다. 갤럭시노트4와 갤럭시S5 등 대표 기종도 20만원 안팎인 수리비를 6만~10만원가량 깎아준다. 해외에서 음성적으로 재생 부품이 유통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도 있다.

LG전자는 스마트폰을 구매한 지 6개월 이내에 화면이 파손됐을 경우, 사용 기간에 따라 수리비를 10~30% 할인해준다.

화면 파손을 방지하는 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애플은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때 마치 고양이처럼 스스로 몸을 뒤집어 화면이 깨지지 않게 하는 기술로 최근 미국에서 특허를 받았다. 스마트폰이 추락하는 순간 기기가 자동으로 진동을 일으켜 충격에 약한 액정 화면 대신 측면·뒷면이 먼저 닿도록 하는 원리다.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의 이기웅 팀장은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성능을 높이는 데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소비자 효용성 측면에서 튼튼한 제품을 만들고 파손 시 부담 없이 수리할 수 있도록 가격을 낮추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