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1990년 천안문 사태 이후 24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또 1998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 정부가 당초 제시했던 성장률 목표보다 실제 성장률이 낮았다.

중국 경제가 폭발적으로 고성장하던 시대가 끝나고 중속(中速)성장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중국 경제가 90년대 초반 한국 경제와 비슷한 벽에 부닥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NBS)은 20일 중국의 지난해 연간 성장률이 7.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정부의 지난해 성장률 목표치 7.5%보다 낮은 수치이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7.3%를 기록해 당초 예상치 7.2%보다 조금 높게 기록했지만 연간 성장률을 목표치만큼 끌어올리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개혁·개방 이후 매년 10% 넘게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 온 중국 경제는 최근 과거와 같은 활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013년 중국 경제성장률은 7.7% 성장이었다.

중국은 늘 성장률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나라였다. 중국이 목표 성장률 이하의 성적표를 내 놓은 것은 1998년 이후 처음이다. 1998년은 이른바 IMF 사태가 발생했던 시기다.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 전체 경제가 출렁거렸다. 중국도 그 영향을 받은 것이다.

작년엔 천안문 사태 같은 정국 불안도, IMF 사태 같은 국제 경제 충격도 없었다. 그러나 경제 성적표만 보면 중국은 작년 천안문 사태나 IMF에 버금가는 변화를 겪은 것이다. 중국이 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는 계속 나왔다. 치솟던 부동산 가격이 내리기 시작했고 제조업 경기 지표도 좋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경기 하락에 맞서 다양한 정책을 내 놓았다. 작년 11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2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내렸다. 또 경제부양을 위해 다양한 사회 간접 자본 건설 프로젝트 승인해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미국 경제회복세로 수출이 늘어나고, 유가가 하락하는 등 외부 요건도 나쁘지 않았다.

말하자면 중국 정부가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경기를 부양하려 했지만 결국 목표 성장률 목표 달성에 실패한 셈이다. 이는 앞으로 중국 경제가 매년 7%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 준다.

중국의 2014년 경제 성적표를 본 전문가들의 평가는 중국 경제가 1990년대 한국과 비슷한 국면에 처했다고 평가했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한국 경제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른바 압축 성장 시대다. 1990년대 초반까지 한국 경제의 호황과 불황을 평가하는 기준은 성장률 7%였다. 성장률이 7%를 밑돌면 불황 이야기가 나왔다. 성장률이 2~3%인 지금은 꿈 같은 이야기지만 실제 당시엔 5~6% 성장에 견디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7% 이상 성장이 기본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의 성장 모델을 연구하고 그와 비슷한 형태로 경제를 운영해 왔다. 압축적이고 빠른 성장에는 한국식 개발 경제 모델이 효율적이라는 것을 중국이 다시 한번 증명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도 곧 경제 성장률 6% 시대 앞에 서 있다. 90년대 한국 경제는 성장 속도가 과거보다 현격히 떨어지면서 다양한 종류의 성장통을 겪어야 했다. 중국도 비슷한 과정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이제 우리의 최대 교역국가다. 삼성전자 사장은 “회사 중국, 북미, 유럽 매출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제 한국기업에게 유럽 전체와 맞먹는 거대 시장이다. 또 중국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많은 대기업의 생산기지다. 중국 경제의 변화는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