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가 없다, 도대체 왜 기자회견을 했는지 모르겠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20일 오전 ‘긴급’이라는 용어까지 동원해 연 기자회견에 대한 반응들이다. 최 부총리가 전날인 19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하자 연말정산제도 개선안이나 대책 발표가 나올 것이는 기대가 적잖았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면서 이른바 13월의 월급이라 불리던 1월 연말 정산이 13월의 세금폭탄으로 변한 것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자 정부가 입장을 밝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 부총리는 이날 그간 정부가 해 온 이야기를 다시 한번 되풀이했다. 세제 전환은 “고소득층 부담 늘려 저소득층 지원하자는 취지이며 (이번 전환으로) 고소득자 세 부담은 증가하고 저소득자 세 부담은 준다”는 원론적인 설명이 먼저 나왔다. “우리나라 소득 공제는 각종 비과세, 공제 규모가 크고 면세자가 많아 소득 재분배 효과가 미약하다는 문제가 있어 소득재분배 기능을 제고하고 경제에 활력을 저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설명은 2012년 세법 개정 이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 온 이야기다.

‘국민 대다수가 세금 폭격을 맞았다고 생각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그는 제대로 답을 하지 않았다. ‘기자들이 사실상 증세가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올해는 2012년 세법 개정에 따라 적게 걷고 적게 환급받는 방식으로 변경된 첫해”라며 “중산ㆍ서민층의 세 부담 증가를 최소화하도록 설계했지만, 공제항목 또는 부양가족 수 등에 따라 개인별 세 부담 차이는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소득 4000만원 이하 저소득층 자녀 양육지원을 위해 자녀 1인당 최대 50만원, 총 9000억원 장려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다른 일정이 있다며 불과 10여분만에 기자회견을 마치고 자리를 떴다.

이날 기획재정부가 배포한 보도자료는 정부가 총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 세 부담은 총 4600억원 줄어든다. 반면, 총급여 5500만원 이상 7000만원 이하 근로자 세 부담은 약 260억원 늘어난다. 총급여가 7000만원 이상인 근로자의 세 부담은 1조3000억원이나 폭증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 연말 정산을 해 본 근로자들 생각은 달랐다. 고소득층은 물론 5500만원 이하 근로자도 세금이 늘었다는 사람이 상당수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급여 5500만원 이하인 사람 중에 부양가족공제, 자녀 교육비·의료비 공제를 적용받지 못해 세 부담이 증가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며 “개인적인 사정에 따라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또 기재부는 “3월 연말정산이 끝나면 이를 토대로 소득계층별 세 부담 규모를 면밀히 분석해 이를 바탕으로 공제항목 및 공제수준을 조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최 부총리의 기자회견과 기재부 입장 발표는 한마디로 말해 ‘국민이 아무리 떠들어도 정한 일이니 한번 해보고 정 이상하면 고치겠다’는 내용에 불과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