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폭탄' 왜 터졌나]
정부, 경기 부양 위해 작년에 세금 덜 떼어 가… 연말정산 환급 대폭 줄어
연봉 5500만원 미만이면 稅부담 증가 없다 했지만 더 내야하는 사람도 속출
연말정산이 '13월의 세금 폭탄'으로 변한 것은 "증세는 없다"고 했던 현 정부가 근로소득자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 등을 통해 실질적인 증세를 한 것이 원인이다. 정부는 19일 "원천징수를 늘려서 환급을 더 해주도록 하겠다"는 엉뚱한 말을 하다 성난 목소리들이 커지자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월급쟁이들의 유리 지갑에서 더 긁어내는 게 불가피하다면 복지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확실하게 밝히고 이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2013년 세액공제로 개편하면서 사실상 증세
기획재정부 문창용 세제실장은 이날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갖고 "올해는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돼 연말정산을 한 첫해인 만큼 개별적인 세 부담 변화를 면밀히 분석하겠다"면서 "간이세액표 개정, 분납 등 보완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가 거론한 간이세액표 개정은 매달 월급에서 근로소득세를 일정액씩 원천징수하는 비율을 조정하겠다는 뜻이다. 근로소득세는 소득 구간별로 정해진 간이세액표에 따라 매달 원천징수를 하고, 다음해 초에 연말정산을 해서 확정된 세금을 기준으로 원천징수한 금액이 더 많으면 환급을 받고, 적으면 추가 납부를 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과거에 비해 원천징수를 적게 하고, 환급을 적게 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러다 연말정산에서 '세금 폭탄'이라는 말이 나오자 "원천징수를 많이 해서 환급을 많이 해주는 방식으로 원상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매달 떼는 원천징수가 적어 추가 납부를 하게 돼 불만이 커지니 과거처럼 원천징수를 많이 하겠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조삼모사(朝三暮四)'식 해법이다.
하지만 올해 연말정산이 더욱 큰 반발을 부르고 있는 것은 중산층 이상 고소득층에 대한 실질적인 증세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부터 적용한 세법 개정에 따라 직장인에 대한 각종 세제 혜택이 줄었다. 자녀 양육비, 교육비, 의료비 등 7개 주요 공제 항목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변경하면서 중산층 이상의 경우 세금을 감면받는 폭이 감소했다.
◇연봉 5500만원 미만도 세부담 늘어나는 경우 많아…정부, "보완책 마련"
정부는 2013년 세법개정안을 만들 때 연봉 5500만원 이상인 사람만 세 부담이 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연봉이 적은데도 연말정산에서 오히려 세금을 토해내는 월급쟁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 이유는 세금이 부과되는 기준은 연봉이 아닌 과표소득이기 때문이다. 자녀 수 또는 의료비·교육비 지출 정도 등에 따라 사람마다 공제액이 천차만별이다. 같은 회사 부장의 과표소득이 대리보다 작아질 수도 있다.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연봉과 과표소득 간 상관관계에 대해 좀 더 정밀하게 분석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큰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