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ㆍ제일기획 사장이 19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신임 임원과의 저녁 만찬에 참석했다. 3남매가 신임 임원 만찬에 모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오후 6시에 열리는 이날 만찬 직전인 5시 44분쯤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 입구에 들어섰다. 어두운 남색 색상의 단정한 정장 차림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쏟아지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입을 다문 채 계단을 이용해 다이너스티홀로 이동했다.
이서현 사장은 이 부회장 입장 바로 직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롱코트에 흰색 가방을 들었다. 이 사장은 조심스럽게 입구에 들어서 에스컬레이터로 걸음을 옮겼다. 이부진 사장은 신라호텔 집무실에서 바로 이동해 입구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밖에 삼성 계열사 사장단은 오후 5시 20여분쯤부터 속속 등장했다. 모두 이 부회장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 미리 20여분간 다이너스티홀로 이동했다. 이번에 신임 임원을 배출한 계열사 사장단 약 2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5시 20여분부터 삼성전자의 윤부근, 박상진 사장과 삼성SDI의 조남성 사장, 삼성화재의 안민수 사장, 삼성물산의 김신·최치훈 사장, 삼성전자의 김기남 사장 등의 순으로 입장했다. 대부분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입을 다문 채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지난해 5월 쓰러진 뒤 그룹 차원의 대규모 행사를 주재해오고 있다. 작년 최대한 몸을 낮추고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던 이 부회장은 만찬을 계기로 올해 본격적으로 그룹 경영에 나설 전망이다.

이날 만찬은 인사말과 축사 및 답사, 선물 증정, 이 부회장의 건배제의 등의 순서로 진행돼 오후 9시쯤 끝났다. 이 부회장은 만찬에서 임원들을 격려하며 ‘힘찬 도전’을 강조했다. 작년 만찬에서는 건배사를 통해 “불확실한 미래를 다 같이 헤쳐나가자”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만찬 테이블에는 이 부회장이 직접 고른 프랑스의 유명 와인 ‘이기갈 지공다스’가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국산 복분자주가 올려졌다. 삼성그룹은 신임 임원 부부에게 매해 이건희 회장의 이름이 새겨진 약 300만원 상당의 커플 시계를 증정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스위스 고급시계 브랜드인 론진(Longines)의 시계를 선물했다.

지난해 말 그룹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한 신임 임원 253명 중 240명(한화그룹에 매각된 삼성테크윈, 삼성토탈, 삼성종합화학, 삼성탈레스 승진자 등 제외)은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경기도 용인의 삼성전자 인력개발원에서 4박5일간 임원 교육을 받고 이날 마지막으로 이 부회장과의 만찬에 참석했다. 교육 기간 임원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소양과 매너, 첨단 기술 등을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상무로 승진한 삼성그룹의 한 임원은 “평소 알려진 대로 만찬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다들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 지회 조합원 40여명은 신라호텔에서 삼성그룹에 “비정규직 서비스기사 노동탄압 중단을 촉구하라”며 농성을 벌였다. 만찬이 시작되고 나서 6시 30분쯤 일부 조합원들이 다이너스티홀 입구에 들어와 소리를 치다가 경비원들에게 쫓겨났다. 이들은 마산과 진주, 서수원 센터에서 휴대폰 A/S 일을 하는 서비스기사로 알려졌다.

이날 농성을 벌인 홍모씨는 “지난해 말쯤 회사가 경영악화와 사장의 건강상의 이유로 회사를 위장폐업시키고 직원들을 전원 해고시켰다”면서 “삼성 임원들이 가족과 만찬을 하는 가운데, 우리는 거리로 내몰리게 됐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