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소급 적용' 놓고 논란도

현대차 통상임금 소송은 사실상 사측이 승리했지만 통상임금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15일 이상 근무'라는 상여금 지급 조건이 있는 현대차와 현대정공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했고 조건이 없는 현대차써비스는 통상임금으로 간주해 앞으로도 회사별·근로자별·사안별로 서로 다른 판결이 나올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마다 처한 사정이 제각각이고 이전의 통상임금 판례가 일관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많은 만큼 법원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 범위를 물으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이번 판결에도 상여금 800%를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고, 현대중공업도 지난해 말 상여금 800% 가운데 700%만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임금 단체협상 잠정안을 도출했다가 노조원 투표에서 잠정안이 부결됐었다.

게다가 법원이 사안마다 통상임금에 대해 엇갈린 판결을 하는 것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6월 서울남부지법은 대한항공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2개월마다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을 15일 이상 결근한 직원에게는 지급하지 않았다'며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고정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부산지법은 르노삼성자동차 소송에서 '사측이 2개월마다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을 중도 퇴직자에게 지급하지 않았지만 고정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며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옛 현대차써비스 출신 직원들의 통상임금을 3년간 소급(遡及) 적용한 것도 논란거리가 될 소지가 크다. 대법원은 2013년 12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더라도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존립을 위태롭게 만들 때는 소급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현대차써비스 직원들의 경우에는 현대차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소급 적용을 해줬다. 다시 말해 소급 적용으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법원이 '경영상 어려움'을 판단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소송으로 가거나 노조의 힘에 따라 통상임금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