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테크윈·탈레스… 한화로의 매각 반대 시위
소속 바뀐 에버랜드 직원들 "우리사주 못받아"소송 준비
"사업 조정 상시적으로 발생… 인사관리 시스템 선진화를"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테크윈 지회(支會) 소속 노동자 100명은 15일 낮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 앞에서 이틀째 한화그룹으로의 매각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에 항의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삼성전자 빌딩으로 진입을 시도했다가 경비 요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삼성테크윈 노동조합과 삼성탈레스 비상대책위원회 등 1000여명은 경기 분당의 삼성테크윈 판교R&D센터에서도 공동 집회를 갖고 "삼성그룹은 일방적인 매각에 대해 사과하고 적극적으로 교섭에 임하라"고 주장했다.

삼성그룹이 그룹 출범 후 사상 초유(初有)의 시위 몸살을 앓고 있다. 삼성그룹이 지배 구조 개선과 사업 합리화를 위해 구조 개혁을 실시하는 와중에 해당 기업들의 직원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한화그룹으로 매각 방침이 확정된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삼성토탈·삼성종합화학은 물론 삼성중공업·에스원 등 다른 계열사 직원들도 회사에 대해 단체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삼성은 그동안 '관리(管理)의 삼성'으로 자타가 인정할 정도로 내부 직원 관리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력 관리에 구멍이 생겼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과 이건희 삼성 회장의 지론(持論)인 '무노조(無勞組) 경영'이 깨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삼성 직원들, 집단 시위와 집단 소송도

한화로의 매각 반대 시위는 해당 4개 계열사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삼성토탈과 삼성종합화학도 이날 노조원 650명이 충남 서산에 있는 대산 공장 정문 앞에서 공동 항의 집회를 열었다.

앞서 지난 9일에는 경남 거제조선소에서 근무하는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집행부와 대의원 90여명이 서초사옥 앞에서 세 시간 동안 상경(上京) 투쟁을 벌였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임금·단체 협약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해를 넘겼다. 삼성중공업 창립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최근에는 에버랜드 건물관리사업부에 있다가 지난해 삼성 에스원으로 소속이 바뀐 직원 30여명이 "제일모직(옛 에버랜드) 상장 때 우리사주를 받지 못했다"며 회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이적 당시 회사가 '에버랜드 상장 추진은 절대 없다'고 말하며 전적(轉籍) 동의서를 받았다"며 "당시 에버랜드로 흡수된 제일모직 패션사업 직원들은 우리사주를 받았지만 정작 에버랜드와 함께 커 온 우리는 한 푼도 못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 성숙한 노사 대응 필요"

거리로 나선 삼성 직원들은 경영진의 소통 부재(不在)를 비판하고 있다. 삼성테크윈 노조원들은 이날 "삼성그룹이 우리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하루아침에 매각 결정을 내렸다"며 "우리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원만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우리의 요구를 무시하는 회사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대해 삼성도 할 말은 있다. '우리 경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과도하다'는 정치권과 여론의 압력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에서 지배 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비(非)핵심 계열사를 매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매각되는 계열사 노조 쪽의 협상 창구가 단일화되지 않아 선뜻 협상에 나서기 힘든 측면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존 계열사를 유지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문어발 경영이라고 비판하고, 구조 개혁을 하면 삼성에서 떨어져 나가는 직원들이 반발을 하고 무리한 요구를 하니 삼성 경영진으로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이 이건희 회장의 지론대로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노사 문제에서도 더 선진화되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삼성은 일련의 사태를 계기로 현재의 노사 관리 등 인사 관리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며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헌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소통 시스템과 선진화된 인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사업 조정, 구조 개편 과정에서 지금 같은 홍역을 매번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