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 계열사의 주가가 경영권 승계 구도 변화에 따라 요동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 매각이 무산된 현대글로비스는 이틀째 급락하고 있고, 형제간 후계구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롯데그룹주는 소폭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전날 하한가를 친 현대글로비스는 14일에도 9% 넘게 급락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30분 기준 전날보다 2만3000원(9.02%) 내린 23만2000원을 기록 중이다. 키움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CS) 등의 창구를 통해 기관투자자들의 매도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기관은 전날에만 현대글로비스의 주식 760억원어치를 팔았다.

전날 11% 넘게 반짝 상승했던 현대모비스도 하루만에 하락 전환했다. 현재 전날보다 1만2000원(4.52%) 내린 25만35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역시 기관의 매도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父子)는 지난 12일 장 마감 직후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통해 국내외 기관투자자에게 물류회사인 현대글로비스의 주식 502만2170주(13.39%)를 블록딜(기관투자자에게 대량매각) 방식으로 매각하겠다고 통보했다가 전날 오전 거래 계획을 철회했다. 물량이 너무 많은데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인수 의사를 밝히지 않아 블록딜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글로비스의 주가가 하한가를 치자, 현대차그룹 측은 정 회장 부자가 글로비스의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최대주주 자격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히며 주가 안정에 나섰다.

하지만 이날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이틀째 급락 중이고, 현대모비스ㆍ현대차ㆍ기아차 등 현대차그룹주가 모두 하락세를 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김진우 연구원은 “글로비스 때문에 현대차그룹주에 대한 전반적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주들이 일시적으로 매도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현대모비스는 기관들이 앞서 약 10일 연속 주식을 샀기 때문에 이날 일부 차익 실현에 나서는 물량도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의 현대글로비스 주주게시판에는 소액주주들의 원성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8시 이후 현재까지만 300여개가 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소액주주는 “오늘도 글로비스가 하한가를 갈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손절(주가가 더 하락하기 전에 손해를 보고 파는 것)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 또 다른 경영권 승계작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롯데그룹주는 소폭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지난 8일 직책에서 해임되고 나서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등은 주가가 오르고 있다.

1주당 100만원이 넘는 ‘황제주’인 롯데제과는 지난 8일 이후 최근까지 5거래일간 주가가 8% 넘게 올랐다. 이날 하루에만 5% 넘게 뛰고 있다. 이 기간 롯데푸드는 4% 이상, 롯데칠성과 롯데손해보험은 각각 3% 넘게 올랐다.

투자자들이 신동주-동빈 형제 간 경영권 향배가 어느 한 쪽으로 정리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회장은 전날 일본에서 귀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해임은 아버지 신격호 회장이 결정한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