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아들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주식 대량 매각 작업이 실패로 끝났다.

현대차는 12일 장 마감 직후 국내외 기관 투자자에게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글로비스 지분 13.39%(502만2170주)를 약 1조3000억원에 팔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 거래는 이뤄지지 않았다. 매각 무산의 표면적인 이유는 물량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증권업체들은 13일 “물량이 너무 많고 일부 조건이 맞지 않았다"고 무산 이유를 설명했다. 한 자산운영사 대표는 ”요즘처럼 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파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매각 실패의 더 큰 원인으로 ‘소통부재’를 꼽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주식을 매각하려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주식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이번 주식 매각 결정은 워낙 전격적으로 이뤄졌고, 매각 의도를 알지 못해 참여하지 않은 투자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현대차가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사실 투자자들이 제일 궁금하게 여긴 것은 현대차그룹 내 글로비스의 역할이 달라지는가였다. 지금까지 주요 투자자들은 현대차그룹이 글로비스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다시 짤 것으로 봤다. 즉 글로비스가 그룹의 여러가지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덕분에 글로비스 주가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의 주가수익비율(PER·Price Earning Ratio)은 6~7이지만 글로비스는 20에 달한다. 주가수익비율은 주식 한주의 가격을 주당 이익으로 나눈 숫자다. 숫자가 높을수록 이익에 비해 주가가 높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번 매각 시도로 현대차가 지배구조의 판을 다시 짜려하는 것 아니냐고 보는 이들이 늘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현대차그룹이 글로비스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정비할 것이란 인식과 정반대로 가는 것을 보고 시장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덕분에 13일 글로비스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현대모비스 주가는 11% 급등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이 글로비스와 모비스 양축 구도에서 모비스의 단일 구도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번 주식 매각 작업은 한국 시간 13일 새벽 2시까지 이뤄졌다. 12일 밤까지 국내 투자자들에게 주문을 받고, 13일 새벽까지 해외투자자들에게 투자 의사를 물은 것이다. 한 투자업체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은 배정해 놓은 물량을 소화할 의사가 있었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예상보다 적극적이지 않아 매각 작업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는 향후 다시 주식을 매각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