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인력구조가 문제]
연봉 적은데다 3년 계약직… 근무처 지방 이전하자 이탈

"가뜩이나 연봉도 바깥(민간 기업)보다 적은데, 지방으로 이전한다는 얘기가 구체적으로 돌아서 결심 굳혔습니다. 아내와 아이들 모두 이사 가기 싫다니 어쩔 도리가 없더라고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핵심 운용 담당 인력 중 한 명이었던 A씨(45)는 2년 전 한 대형 생명보험사로 이직했다. A씨가 이직하고 얼마 안 있어 국민연금공단의 전라북도 전주 이전 법안이 통과됐다. 그는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고 있다면서 "아직 남아 있는 동료·후배들 중 상당수가 2016년 하반기 전주 이전 시점이 임박할수록 심각하게 이직을 고려할 분위기"라고 전했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1~2013년 사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인력 45명이 이직했다. 총 5149명에 달하는 국민연금공단 전체 직원 중 기금운용직은 올 7월 기준 163명에 불과하다. 이 중 4분의 1에 달하는 숫자가 지난 3년 새 자리를 떠난 것이다. 10년 뒤를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기금 운용 뒤에는 이처럼 안정적이지 못한 인력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떠난 이 중 상당수는 민간 자산운용사나 생명보험사 등으로 옮겼고, 최근엔 경쟁 해외 연기금으로 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대체투자실 실물투자팀장을 맡았던 B씨는 올 초 기금운용본부의 경쟁 기관인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 자리를 옮겼고, 공석이 된 주식위탁운용팀장 자리도 마땅한 후보가 없어 재공모 절차를 밟기도 했다. 해외대체팀 소속 인프라 담당 간부급 역시 한 민간 생명사로 자리를 옮기는 등 전주 이전이 가까워질수록 이탈자가 속출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이 한 달 평균 3조5000억원씩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에서 돈 굴릴 인력은 자꾸 이탈하다 보니 상황이 다급한 운용본부는 최근 자산 운용 전문가 5명을 뽑았다

국내 운용사 평균 보수 대비 74~91%에 머물고 있는 보상 수준, 전원 3년 계약직이라는 고용 조건 등도 전주 이전과 함께 기금운용본부가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12일 성과평가보상지침을 일부 개정, 보상 수준을 높이기로 했다. 또 내년 예산을 늘려 운용 전문 인력 65명을 추가로 채용하는 방침도 세웠다.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은 "국민연금의 지방 이전은 기금 운용의 효율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여의도를 금융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정책에도 맞지 않는다"며 "서울에 사무소를 설치하는 등 부작용을 줄일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