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와 사명감, 바로 뇌지도 게임을 계속하게 만드는 이유죠.”

전세계 사람들이 함께 참여해 뇌 지도를 그려나가는 게임 ‘아이와이어(EyeWire)’를 왜 열심히 하는지를 묻자, 양민수군(18·경기 의정부)은 이렇게 당찬 답변을 내놓았다.

올해 18살인 민수 군은 여느 또래들과 다름 없이 학교·학원·집을 오가며 영어·수학과 씨름하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다.

그렇지만 민수 군은 또 하나의 신분이 있다. 바로 아이와이어 한국 게이머 방장이자 한국 페이스북 운영자라는 것.

“평소 양자물리학이나 신경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진로를 그 쪽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KT가 아이와이어 확산에 동참한다는 TV뉴스를 보고 아이와이어 게임을 알게 된 후로는 신경과학으로 마음을 굳혔어요.”

민수 군이 말하는 ‘아이와이어’는 세계적인 뇌 연구 권위자 세바스찬 승 프린스턴대 교수가 뇌 신경세포(뉴런)들의 연결 상태를 규명하고자 2012년 12월에 만든 시민참여 게임이다. 현재는 인간과 유사하다고 알려진 쥐의 망막-뇌 신경세포 영역을 대상으로 ‘커넥톰(Connectome)’이라 불리는 뇌 지도를 그려나가는 단계로, 이러한 뇌 지도를 통해 신경세포의 연결구조와 활동 원리가 밝혀지면 치매·우울증·자폐증 등의 치료법을 찾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제 신경과학도가 되는 게 꿈인 민수 군은 주중에는 학업에 열중하고 주말에는 3~4시간씩 아이와이어를 하고 있다. 게임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뇌 연구와 기초과학 발전에 기여한다는 자부심도 크다. 얼마 전부터는 한국 아이와이어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아이와이어 관련 번역에도 참여하는 등 누구보다 아이와이어 알리기에 열심이다.

로봇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 진학을 준비중인 박정현씨(26·서울)는 현재 전 세계 아이와이어 일간 순위 1~2위를 다투고 있는 ‘아이와이어 능력자’다.

박정현 씨는 순위 경쟁에서 느낄 수 있는 긴장감과 함께 ‘큐브’를 완성할 때 맛보는 성취감을 이 게임에 빠져든 이유라고 말했다. 큐브는 아이와이어 게임에서 하나의 신경세포(뉴런)를 수 천 개의 3차원 정육면체로 세밀하게 쪼개놓은 것을 말한다.

정현 씨는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들과 달리, 플레이어들이 서로 대립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목표를 함께 이뤄가는 과정에서 서로가 돈독해지고 화목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이와이어만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공부 중인 로봇공학에서도 신경망 이론이라고 해서 사람의 신경세포 구조를 모방한 데이터 처리 기술이 적용되기 시작했는데, 때마침 아이와이어를 만나 앞으로 이 분야를 연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올해 중반까지 아이와이어에는 전 세계 100개국 14만 명 이상이 참여해서 단기 목표인 신경세포 348개 중 85개의 구조가 밝혀졌다. 국내 대표 통신사인 KT가 기업 중 처음으로 아이와이어 확산에 뛰어든 이후부터는 한국 게이머가 늘어나 게임 진도가 훨씬 빨라졌다.

아이와이어 협력을 담당하고 있는 KT IMC본부장 박혜정 전무는 “KT가 참여한 뒤로 월평균 30개 정도의 신경세포가 재구성되는 등 그 전에 비해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뇌 지도가 그려지고 있어 1년 안에 목표 완성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무는 “아이와이어 협력을 통해 난치병 해결 등 인류를 위한 뇌 연구에 기여하고 첨단 ICT를 접목한 ‘Life Enhancing Care’ 사업도 미래 융합 서비스의 하나로서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