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등 5곳 162㎝ 이상 요구

"고등학교 때부터 대한항공 승무원이 꿈이었어요. 그런데 제 키가 160㎝라 채용 때 키 '162㎝ 이상'이란 조건을 붙이는 대한항공은 포기하고, 외국 항공사를 준비해야 하나 고민입니다."

최근 한 취업 상담 사이트에 올라온 일본학 전공 여대생의 고민은 '키'였다. 대한항공 등 국내 항공사에서 승무원을 채용할 때 여전히 신체 조건이 까다로워 '키 162㎝ 벽'에 막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20대 여성 평균키는 160.3㎝(2010년 기준)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진에어·제주항공·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 등 5개 국내 항공사는 채용 조건에 키 162㎝ 이상이란 조건을 붙이고 있다. 키를 채용 조건에 명시하지 않는 곳은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두 곳뿐이다. 국가인권위가 2008년 항공사에 '키 제한은 차별 행위'라며 개선하라고 권고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은 항공사가 많은 것이다.

승무원 채용 때 키를 제한하는 항공사들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비행기에선 승객의 짐이나 구급 장비 등을 보관하는 기내 적재함을 여닫기 위해 키가 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국 항공사에선 키 조건이 없는 곳이 많다. 미국 델타항공 측은 "키에 대한 기준은 따로 없고, 승무원 일을 잘할 수 있는지만 고려한다"고 했다.

대한항공 측은 "기내 안전 확보가 최우선이기 때문에 회사 채용 기준을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