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ICT)이 제조·공공·교육 등 기존 분야와 융합하면서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기존 구조를 유지해온 에너지 산업에도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발전 사업자에서 최종 소비자까지 단방향으로 흐르던 전력이 ICT 플랫폼과 서비스, 그리고 관련 기기를 통해 양방향 구조로 바뀌게 된 것이다.
ICT에 의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은 전력의 생산, 유통(송배전), 그리고 판매 및 사용 방식에 이르기까지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해외 ICT 사업자의 스마트 에너지 시장 진출
ICT를 활용한 스마트 에너지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는 물론이고 참신한 아이디어와 독창적인 기술력을 지닌 스타트업 업체들도 앞다퉈 스마트 에너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ICT 기업들의 스마트 에너지 진출 전략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분류해 볼 수 있다.
첫째, 자체적인 비용 절감이다. ICT의 기반이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확장되면서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 운영을 위한 전력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에 소모되는 전력량은 2011년 기준으로 중국, 미국, 일본, 인도, 러시아 등에 이어 세계 6위에 이르고 있다(BCG 통계). 미국의 경우 총 에너지 사용량의 2%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로 인해 ICT 사업자에게는 막대한 양의 전력 소모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KT는 최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증축하면서 냉방 시설 없이 자연 바람만으로도 운용이 가능한 기술을 적용해 IDC 냉각에 사용되는 비용을 36% 이상 절감했다. 연 18억 원의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게 된 것이다.
둘째로, 친환경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목적이다. 지속 가능한 저탄소 녹생 경영은 글로벌 기업이라면 사회적 책임(CSR) 차원에서 반드시 이뤄내야할 과제가 됐다. 따라서 친환경 경영은 비용 절감이라는 실리 뿐만아니라 명분까지 얻을 수 있는 비즈니스 전략으로 부각되고 있다.
셋째로, R&D(연구개발) 및 투자 등을 통해 확보한 에너지 관련 기술을 본업인 ICT 관련 사업에 활용하려는 차원이다.
세계 최대 SNS 사업자인 페이스북은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인터넷을 보급해 궁극적으로는 자사 고객층을 확보하려는 ‘Internet.org 프로젝트’를 준비 중에 있다. 페이스북은 인터넷망을 제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영국의 무인 비행기 전문 기업 ‘어센터’를 최근 인수했다. 어센터는 태양광을 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드론을 제작하는 업체이다. 페이스북은 인터넷 불모지에 인터넷을 상시 제공하기 위한 도구로 태양광 드론 1만대를 띄울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ICT 경쟁력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에너지 시장에 뛰어들어 수익을 창출하려는 목적이 있다.
전통적인 전력 사업자가 주도해온 시장은 최근 규제 완화 및 제도 개선으로 비전력 사업자에게도 문호가 개방되고 있다. 이에따라 빅데이터, 클라우드, 지능형 알고리즘 등의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춘 ICT 사업자가 에너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구글과 같은 대형 ICT 사업자는 전력을 기존 사업과 연계한 각종 결합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또 미국과 유럽에서도 작은 규모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역량을 지닌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스마트 에너지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과제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가 97% 달하는 자원 수입국가이다. 또 거의 매년 블랙아웃 위기를 겪는다. 반면, 전력의 원활한 생산과 수급을 위한 발전소 및 송배전 시설의 증설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전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용 전력 절감과 효율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가 ICT에 기반한 스마트 에너지 기술이다. 스마트 에너지는 우리 경제가 기존 산업구조에서 탈피해 창의력과 아이디어가 중심이 되는 창조적인 경제 구조로 탈바꿈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ICT가 이끄는 스마트 에너지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관련 제도와 규제가 정비되고, 여건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전력망에 ‘정보’라는 생명이 흐르는 빅데이터 기반의 수요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이런 시스템을 ‘스마트 그리드’라고 한다.
스마트 그리드 확산을 위해서는 AMI(첨단 계량 인프라·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 보급이 필수적이다. 국내에서는 오는 2020년까지 2000만 가구에 AMI를 도입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현재까지 보급률은 5%에 그치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 그리드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이처럼 낮은 AMI 보급률을 끌어올려야 하며, 다양한 방식의 AMI 통신 기술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