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BM이 경영 부진을 겪고 있는 반도체 제조 사업부문을 반도체 위탁 제조회사인 글로벌파운더리즈(Global Foundaries·GF)에 향후 3년간 총 15억 달러(약 1조5817억)를 주는 조건으로 양도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IBM이 돈을 얹어주면서까지 반도체 제조 부문을 양도하기로 한 건 실적악화와 무관치 않다. 최근 IBM은 이 부문에서 연간 15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기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WSJ에 따르면 GF는 IBM에 반도체 제조 부문을 양도받는 대가로 20억 달러 이상을 요구했으나, IBM이 협상을 통해 지불액을 낮췄다.

대신 GF는 IBM의 지적재산권과 기술자들을 활용할 수 있게 됐으며, 유닉스 서버 1위 기업인 IBM에 향후 10년간 파워 프로세서를 독점 공급하게 됐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미국 포브스는 전통적 반도체 강자이던 IBM이 무너진 이유를 가격 경쟁력 악화에서 찾았다. IBM은 유닉스 서버에 들어가는 중앙처리장치인 ‘파워 프로세서’를 제조·공급한 데 이어 콘솔용 칩까지 공급해왔지만 최근 MS, 소니, 닌텐도 등이 더 저렴한 AMD 칩을 이용하며 실적이 악화일로를 걸었다는 것이다.

IBM은 지난 2005년 대만의 컴퓨터 제조업체 레노버에 PC사업부를 매각하고, 이달 초에는 x86서버 사업부 역시 21억달러를 받고 레노보에 매각하는 등 하드웨어 사업에 손을 떼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존 E.켈리 IBM 수석 부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계약은 지난 2009년 GM 설립 이후 이어져 오던 협력의 연장선”이라며 “IBM은 GF의 리더십과 헌신에 기반해 기초연구와 재료과학 기술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IBM는 이날 3분기 실적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줄어든 223억달러, 순이익은 17% 줄어든 41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