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대화 전송과 어떻게 다른가?]

정보·데이터 '처음부터 끝까지' 암호 전송
중간 서버에도 암호 풀리지 않은 채 저장
해독 열쇠는 상대방 스마트폰에만 있어
아무리 서버 들여다봤자 내용 알 수 없어
"보안성 높지만 서버 시스템에 과부하 줘…
돈 엄청나게 들여야 '비밀 대화' 가능할 것"

다음카카오가 운영하는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수사기관의 사찰 의혹이 계속 불거지자 지난 13일 다음카카오의 이석우 공동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감청 영장에 응하지 않겠다"며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종단(終端) 간 암호화'를 적용한 프라이버시 모드(비밀 대화 기능)를 적용할 뜻을 밝혔다. 대화 내용의 암호화를 통해 보안성을 높이고 사용자의 신뢰를 되찾겠다는 것이다.

◇열쇠 없이는 암호 못 풀어

암호화란 일반 대화 내용을 해독할 수 없는 '암호(暗號)' 형태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오늘 점심 먹을래?"라는 대화를 "1e3fe#5d3!@"라는 식의 해독 불가능한 형태로 바꾸는 것이 암호화다. 이 경우 암호를 해독할 수 있는 열쇠(키값)가 없으면 아무리 내용을 들여다봤자 무슨 말인지 알아볼 수 없다.

카카오톡은 지금까지 사용자들이 주고받은 "오늘 점심 먹을래?"라는 대화 내용을 그대로 서버에 저장해왔다. 이 때문에 검·경 등 수사기관에서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감청 영장을 발부받아 다음카카오에 제시하면 그대로 서버에 있는 대화 내용을 보여줄 수 있었다.

카카오톡은 올 연말까지 일대일 대화에 보안 기능을 강화한 '종단 간 암호화'를 도입하기로 했다. 단체 채팅에는 내년 1분기, PC 버전은 내년 2분기 내에 이 기능이 추가된다. 종단 간 암호화는 말 그대로 '끝에서 끝까지' 암호화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의 카카오톡에서 특정 내용을 한쪽이 보낸 경우, 상대방이 이 메시지를 수신할 때까지 암호화된 상태로 쭉 유지돼 전달되는 것이다. 이 경우 서버에도 암호가 풀리지 않은 상태로 저장되기 때문에 열쇠 없이는 내용을 알 수 없다.

게다가 종단 간 암호화의 경우 해독용 열쇠를 대화 당사자들의 스마트폰에 저장하기 때문에 본인들만 내용을 볼 수 있다. 중간에서 데이터를 훔친다거나 서버를 들여다봐도 암호를 해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수사기관에서 대화 내용을 확인하려면 대화 당사자들의 스마트폰을 압수해 열어보는 수밖에 없다. 최근 사이버 망명지로 떠오른 독일 텔레그램의 '비밀 대화(시크릿 챗)'나 네이버 라인에서 서비스하는 '타이머 챗', 애플의 아이메시지가 종단 간 암호화가 적용된 대표적인 모바일 메신저다.

◇보안성 높지만 시스템 과부하 우려

암호화를 해 보안성을 높이면 사용자의 신뢰가 높아진다. 그런데 지금까지 카카오톡이 이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암호화가 안전하다고 해도 사용하기에 불편한 점도 있기 때문이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보안성을 높이면 결국 사용성은 떨어지기 마련"이라며 "기능이 서로 배치되는 상황에서 보안성을 택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암호화가 적용된 프라이버시 모드는 대화 참가자가 모두 이 기능을 선택할 때만 사용할 수 있다. 한 사람은 프라이버시 모드, 다른 사람은 일반 대화 모드를 쓰면 암호화가 작동하지 않는다.

독일 메신저 텔레그램 역시 일반 대화는 서버에 그대로 저장되고 '비밀 대화(secret chat)'라는 기능을 선택해야 암호화 기능이 적용된다. 네이버의 라인 역시 타이머 챗 기능을 별도로 선택해야 한다.

종단 간 암호화가 메신저 서버 시스템에 부담을 준다는 문제점도 있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은 하나의 아이디로 스마트폰, 태블릿PC, PC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일반 대화를 할 때는 서버가 특정 메시지를 한 번만 전송하면 여러 기기에 동시에 전달된다. 하지만 종단 간 암호화 기능을 사용할 경우에는 스마트폰, 태블릿PC, PC용으로 각각 암호화를 해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동일한 메시지를 세 번이나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스마트폰 배터리 사용 시간이 짧아지고 데이터 사용량도 늘어난다.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김승주 교수는 "단체 대화방에 종단 간 암호화를 적용할 경우 서버에 엄청난 부하가 걸리게 될 것"이라며 "다음카카오가 예산을 엄청나게 투자해야 이 기능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톡 서버에 메시지를 저장하는 기간을 단축한 것도 사용자에게 불편할 수 있다. 기존에는 5∼7일간 서버에 대화 내용을 저장했다. 해외 출장이나 스마트폰 고장 등의 문제로 메시지를 즉시 확인하지 못한 경우에도 나중에 대화 내용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8일부터 메시지 저장 기간이 2∼3일로 단축됐기 때문에 이 기간이 지나면 대화 내용이 서버에서 사라진다. 중요한 내용을 전달받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다음카카오 측은 "개발 과정에서 최대한 사용성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서비스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화(Encryption)

정보나 데이터를 보낼 때 수신자 외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형식(암호)으로 변경해 보내는 것. 예를 들어 ‘1’이라는 숫자를 보낼 때 암호화를 하면 ‘ab&4s’라는 암호로 바뀌어 전송되는 것이다. 암호는 해독에 필요한 열쇠(키값)가 없으면 풀 수 없다.

☞종단 간 암호화(End-To-End Encryption)

정보나 데이터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암호로 전송되는 것. 처음 대화 내용을 보낼 때부터 암호로 변경돼 수신자의 스마트폰까지 암호 상태로 전송된다. 이 암호를 풀 수 있는 열쇠는 상대방의 스마트폰에만 있기 때문에 중간에 거쳐 가는 서버에서는 내용을 파악할 수 없어 보안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