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치킨·하이리빙 12년 연속 수상
400개 업체 1차 선별 후 80개 뽑아
소비자 투표 참여도 104만 건 넘어

2003년 미국에서 재미있는 실험이 벌어진다. 베일러대학 리드 몬테이그 박사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를 두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한다. 상표를 가린 채 사람들에게 둘 중 맛있는 것을 선택하게 한 것이다. 그 결과 55%가 펩시콜라를, 44%가 코카콜라를 택했다. 상표를 공개한 뒤 같은 실험을 하자 놀랍게도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참가자의 65%가 코카콜라를 골랐고, 펩시콜라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23%의 선택을 받았다.

선호도가 역전된 결정적 이유는 바로 '브랜드' 때문이다. 실험 참가자들은 '코카콜라'라는 브랜드를 인지하자 더 맛있다고 느꼈다. 브랜드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실험이다.

전문가들은 "품질만으로 구매를 결정하던 시대는 지났다.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가진 가치와 이미지에 더 큰 매력을 느낀다"고 설명한다. '소비자의 마음에 브랜드를 새기는 것'. 오늘날 기업들에 던져진 가장 중요한 과제이자 미션이다.

한 해 동안 소비자에게 가장 신뢰받은 브랜드를 뽑는 '2014 올해의 브랜드 대상' 결과가 발표됐다. 한국소비자브랜드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소비자포럼이 주관하는 '올해의 브랜드 대상'은 그해 산업 부문별 최고 브랜드와 제품을 소비자 투표를 통해 가리는 상이다. 2003년 제정돼 이번이 12회째다.

지난달 30일 콘래드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시상식에서는 총 80개의 브랜드가 △부문별대상 △마스터피스 △특별상을 수상했다. 특히 10년 이상 연속 선정된 기업에는 최고의 브랜드를 상징하는 '마스터피스'를 수여해 눈길을 끌었다.

12년째 상을 받은 '교촌치킨'은 화학조미료가 아닌 자연재료를 사용해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한국적인 직접 판매 유통시스템을 구축, 소비자 중심 마케팅을 벌이는 '하이리빙'도 12년 연속 상을 받았다.

고객·기업·사회의 선순환 구조를 통해 따뜻한 금융을 실현하는 '신한은행', 혁신적인 소재와 디자인을 교복에 접목시켜 학생복의 고급화를 선도하는 '아이비클럽', 3050세대 여성을 겨냥해 국내 여성캐주얼 1위 브랜드로 도약한 '크로커다일레이디' 등은 11년째 수상했다.

가족 중심의 건전한 레저 문화를 이끄는 '대명리조트', 유명 브랜드 제품을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합리적 쇼핑 명소 '마리오아울렛', 국내 열대 과일 시장을 주도하는 돌(Dole)의 프리미엄 과일 브랜드 '스위티오',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이며 브랜드 라인을 확장 중인 프리미엄 주스 브랜드 '자연은', 제철 농산물을 사용한 건강 베이커리를 출시한 '파리바게뜨' 등도 10년째 이름을 올리며 마스터피스의 영예를 안았다.

비타민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굳힌 'C레모나', 관람 환경의 혁신을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롯데시네마', 환경호르몬 걱정없는 건강한 용기를 생산하는 글로벌 토종브랜드 '글라스락', 프렌치 감성의 여성 캐주얼 브랜드 '샤트렌' 등은 7연패의 기록을 세웠다.

업계 최초 스마트폰 원격제어 기능을 갖춘 '나비엔 콘덴싱 스마트톡 가스보일러', 업계 최다 2200만 고객을 자랑하며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른 '신한카드', 고객중심 철학을 바탕으로 글로벌 리더 항공사로서 명성을 이어가는 '싱가포르항공', 소비자에게 최상의 커피와 공간을 제공하는 '스타벅스', 메리츠 걱정인형을 내세워 친근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국내 최초 손해보험사 '메리츠화재', 전 세대를 아우르는 토종 아웃도어 '블랙야크', 세련미와 실용성을 겸비한 럭셔리 세단 '인피니티 Q50' 등도 시상대에 섰다.

특별상은 올해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친 인물이나 히트 상품 가운데 선정했다. △한국 최초 아이디어 닥터(Idea Doctor) 이장우 박사 △인기 개그우먼 이국주 △35·36대 서울시장 박원순 △국산 애니메이션 '꼬마버스 타요' △이순신의 리더십을 그린 영화 '명량'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의리 사나이' 김보성 △풀HD보다 4배 선명한 UHD 고화질을 구현하는 'B tv UHD' △177㎝의 크기를 자랑하는 빅 디스플레이 'TG BIG Display70' △한국식 디저트 카페 '설빙' △교육 업계 최초로 TV에서 토익 광고를 집행한 '영단기' 등이다.

전재호 한국소비자포럼 대표는 "기업에 있어 브랜드는 이익의 원천인 동시에 경쟁 업체를 이기는 무기다. 시장을 지배하는 강력한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소비자의 생각을 읽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의 브랜드 대상 어떻게 뽑았나?

‘2014 올해의 브랜드 대상’은 브랜드에 대한 치밀한 기초 조사와 광범위한 소비자 조사,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평가 등을 종합해 선정했다.

한국소비자브랜드위원회와 한국소비자포럼은 지난 7월 17일 ‘올해의 브랜드 대상’을 선정하기 위해 83명의 소비자연구원을 출범했다. 이들은 25일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주거·생활, 전자제품, 서비스, 금융, 식음료, 패션·뷰티, 쇼핑·프랜차이즈, 자동차, 레저, 교육, 의료, 지방자치단체 등 부문별 400개의 후보 브랜드를 1차 선별했다.

이 후보들을 대상으로 8월 11일부터 17일까지 홈페이지·스마트폰·유선 등을 통해 소비자 투표를 진행했다. 소비자 참여 건수는 총 104만573건에 달했다. 이어 이틀간의 한국소비자브랜드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수상 브랜드를 결정했다.

특별상은 소비자연구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뽑았다. 400개의 후보 가운데 언론 보도, 논문, 기관 자료 등을 근거로 올해 가장 영향력을 미친 인물과 제품을 추려냈다. 자체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투표를 실시했고, 마지막으로 한국소비자브랜드위원회와 함께 혁신성·리더십·평판 등을 심사해 수상자(제품)를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