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검열’ 논란에 휩싸인 다음카카오 측이 ‘법보다 프라이버시가 우선’이라며 사법기관의 감청 영장에 응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는 13일 오후 6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이버 검열’ 논란에 대해 “안이한 인식과 미숙한 대처로 사용자에게 불안과 혼란을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하다”며 “지난 7일부터 감청 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고 있고 향후에도 응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법과 프라이버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프라이버시를 우선시할 것”이라면서 “이것이 실정법 위반이라면 대표인 제가 달게 벌을 받겠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를 위해 우선 영장 집행 과정에서 최소한의 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외부 전문가와 함께 정보보호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투명성 리포트를 정기적으로 발간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또 앞서 보안 강화 방안으로 언급한 ‘대화 내용을 암호화하는 프라이버시 모드 도입’, ‘대화 내용 서버 보관기간 2~3일로 단축’ 등의 조치를 재차 약속하기도 했다.
 
국내 휴대전화 메신저 1위 업체인 다음카카오는 최근 ‘사이버 망명’으로 약 150만명의 가입자가 해외 메신저로 이탈하는 악재를 겪었다. 검찰이 지난달 18일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을 발족하고,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하루치 대화 내용을 제공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벌어진 일이다.
 
다음카카오는 당초 “실시간 감청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비판이 거세지자 지난 8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다음카카오는 사과문에서 “‘실시간 모니터링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다보니 마치 다음카카오가 감청 요청과 그에 대한 처리에 대해 부인하는 듯한 인상을 보였다”며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수사기관에서 요청한 147건의 감청 영장에 응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다음카카오는 사과 이후에도 “뭘 사과해야 하는 건지. 영장을 거부해서 공무집행방해를 하라는 건지? 자신의 집에 영장 집행이 와도 거부할 용기가 없는 중생들이면서 나약한 인터넷 사업자에 돌을 던지는 비겁자들”(구태언 고문변호사), “정부 탓을 해야지, 카카오톡을 탓할 거면 이민가야 할 것”(이재웅 다음 창업주) 등의 말로 설화(說禍)를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