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시장 개방의 신호탄이 될 '후강통'(沪港通. 상하이·홍콩증시 교차거래) 제도가 국내 금융투자업계에도 새로운 먹거리를 제공해 줄지 주목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각 증권사들은 다음달 중하순 후강통 출범에 따라 중국 주식을 찾는 국내 투자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코스피 침체로 해외주식 투자규모가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후강통 시행은 국내 자본시장에 단비같은 소식이다.

중국어로 '상하이와 중국이 통한다'라는 뜻인 후강통은 중국 본토A주와 홍콩H주를 연계하는 시스템이다. 국외 기관은 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QFII), 위안화 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RQFII) 제도와 더불어 중국시장에 진출할 보다 다양한 기회를 누리게 됐다. 해외 개인 투자자도 홍콩 증권사를 통해 현지계좌를 만들면 A주 매매가 가능하다.

시징핀(習近平) 정권은 중국 경제정책의 핵심과제 중 하나로 시장 역할 제고를 꼽으면서 금융개혁과 대외개방 확대를 추진해 왔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 4월 보아오(博鰲)포럼에서 "중국과 홍콩자본시장을 상호 개방할 것"이라며 후강통 출범을 선언했다.

유태석 홍콩거래소 글로벌시장본부 전무는 "후강통을 통해 신흥경제 국가 중 가장 역동적인 중국의 성장에 참여할 수 있다"며 "중국본토 계정 없이도 중국주식을 활용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이달 중국투자 전문가를 초빙해 개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중국본토주식 직접투자 세미나를 개최했다. 기존의 해외주식 거래노하우를 살려 중국투자를 고민하는 고객들의 마음을 붙잡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현대증권은 최근 글로벌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강화하고 해외주식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해외투자+'를 출시했다. 후강통 출범에 따라 중국 A주를 거래할 수 있도록 해외주식 시스템을 추가로 정비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각사의 해외 매매시스템을 홍콩계좌와 연동하는 서비스를 준비하는 등 증권사별로 중국주식 투자자들의 편의를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한창인 것으로 전해졌다.

손동현 현대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저성장 시대에도 7% 성장이 예상되는 유일한 국가"라면서 "주식시장 또한 이익성장성 대비 밸류에이션이 저평가 국면이라 매력적인 투자자산"이라고 설명했다.

펀드시장도 중국이라는 거대한 투자처를 눈 앞에 두고 들썩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 통계를 보면 중국(홍콩H) 펀드에는 지난 25일 하루동안 143억원이 넘는 뭉칫돈이 들어왔다. 수년째 자금 순유출를 면치 못하더니 오랜 만에 기운을 차렸다.

중국본토펀드는 여전히 자금이 빠져나가는 추세지만 점점 부활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연초 이후 설정액 증감 추이는 1724억원 순유출을 기록했지만 5년 기준으로는 1조2400억원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펀드별로는 홍콩H펀드 가운데 '에셋플러스차이나리치투게더증권자투자신탁'과 '피델리티차이나증권자투자신탁', 본토상품 중에서 'KB중국본토A주증권자투자신탁', '신한BNPP차이나본토증권자투자신탁' 등이 10% 안팎의 1년 수익률을 올렸다.

투자효과를 극대화한 중국 레버리지(지수수익률 2배 이상을 추종) 상장지수펀드(ETF)도 인기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합성-차이나A레버리지'와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합성-차이나H레버리지'는 지난달 첫 선을 보인 이래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용 KTB자산운용 해외투자본부장은 "중국정부가 시장을 해외에 개방하는 과정을 계속 진행 중"이라며 "제도간 차별성이 없어지면 궁극적으로 중국시장 안에서 자금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통합형태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기업은 정보가 불투명한 경우가 많아서 개인이 덤비기에는 투자위험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보다 안전한 투자를 위해 전문인력이 운용하는 상품을 찾는 이들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지언론은 상하이증권거래소와 홍콩증권거래소가 이달 말 후강통 시행에 필요한 매매 시스템에 대해 마지막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과세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