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듯 안녕’은 노래 제목이 아니다. 현실이다. 월급은 통장에 찍히고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사라지고 만다. 월급쟁이라면 한번쯤 이러한 ‘기현상’을 목격한다. “대체 왜….” 야속해하다가 이내 자책한다.
“그래, 월급쟁이가 다 그렇지 뭐.”
누구나 부자를 꿈꾼다. 한 장에 5천원짜리 ‘로또’가 한해 3조2천3백35억원(2013년 기준)어치 팔려나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부자가 되고 싶은 열망이 얼마나 큰지. 특히 수입이 빤한 월급쟁이들은 더 그렇다. 부자가 되고 싶다. 한데 재테크는 엄두를 못 낸다. 이들에게 재테크는 여유 있는 자의 전유물이니까. 그런데 과연 그럴까. ‘돈이 있어야 투자를 하지’라는 자포자기 마인드는 자금 사정을 악순환으로 만들 뿐이다. 월급쟁이도 부자가 될 수 있다. 어떻게? 생각보다 간단한데, 의외로 지키기 어려운 것들이다.
수익의 40~50%는 ‘묻지마 저축’
사실 돈 모으는 법은 진짜 간단하다. 많이 벌고 덜 쓰면 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수입이 ‘빤한’ 월급쟁이이므로, 덜 쓰는 데 초점을 맞춰본다. ‘덜 쓰는 것.’ 일견 쉬워 보이는데, 지키기는 힘들다.
여기 월급 2백50만원인 직장인 이오영(34) 씨가 있다. 월셋방에 사는 오영 씨는 매달 50만원을 월세로 낸다. 또 대출 원리금으로 매달 30만원가량이 빠져나간다. 여기에 식비와 공과금 30만원을 빼면 남은 돈은 140만원. 성인 용돈으로는 부족해 보이는 40만원을 ‘여윳돈’으로 빼놓고 허리띠를 조여 매달 100만원을 저금한다고 치자. 얼마 후에 1억원을 모을 수 있을까. 정답은 93개월, 7년 8개월 뒤다. ‘이자계산기’에 1백만원을 넣고 이자율 2.5%(단리)를 넣으면 93개월 뒤 1억7만3천8백87원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번 ‘우직하게’ 모아보겠다면 이 방법을 추천한다. 대신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도로아미타불’이 될 공산이 크다.
다소 극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부자가 되는 첫걸음은 어쨌든 ‘강제 저축’이다. 정해진 수입에서 종잣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저축 비중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도시 가계 평균 저축률이 30%라는 점을 감안해 최소한 40~50%는 저축할 것을 권고한다.
적금 통장이 없어도 강제 저축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전세 보증금을 조금씩 키워가는 것.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거주하는 주부 권승혜(35) 씨가 그랬다. 권 씨는 결혼 전 형부에게 7천만원을 빌려 전세 8천만원의 13평짜리 아파트로 옮기고 한 달에 1백50만원씩 갚았다고 한다. 이렇게 전셋집을 넓혀가며 형부에게 돈을 빌리고 갚는 걸 반복했다. 그러다 보니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전세 보증금은 2억원. 권 씨는 “8년 만에 2억원이라는 보증금이 생겼으니 매년 2천5백만원을 저축한 셈”이라고 언급했다.
사교육비 통장은 따로?
2013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초중고생의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약 24만원. 중학생이 약 27만원으로 가장 높고, 고등학생은 약 22만원이었다. 물론 초등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많게는 80만원에서 1백만원에 육박하는 경우도 심심찮다. 신도시에 살고 있는 맞벌이 주부 양종희(45세) 씨는 슬하에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뒀다. 이들의 영어 학원비는 각각 40만원씩 모두 80만원. 큰아이는 수학학원(25만원)을 추가로 다니고, 작은아이는 바이올린(9만원)을 배운다. 사교육비만 모두 합해 114만원인 것.
그런데 양 씨는 사교육비와 관련해 정해둔 기준이 있다. 월 사교육비 비중이 소득의 20%를 절대 넘지 않게 하겠다는 것. 어쩌다 20%를 넘기게 되면 설계를 다시 하고 넘친 만큼의 금액을 사교육비 통장에 저금한다. 이렇게 아낀 금액을 저금했더니 벌써 통장에 7천만원이나 모였다. 양 씨는 “사실 사교육비는 월 소득의 5%든 10%든 20%든 각 가정마다 선을 정하기 나름”이라면서 “어쨌든 기준을 정하고 넘지 않으려고 하면 자연히 방법을 생각해내게 되더라”고 했다. 굳이 보내지 않아도 되는 학원을 주변에서 다 간다는 이유로 보내버리는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양 씨는 이 사교육비 통장으로 훗날 아이들 대학 등록금을 낼 계획이다.
한 푼의 이자라도 더
예금 금리는 은행별로 큰 차이가 없는 게 사실. 그래도 이자를 한 푼이라도 더 받을 수 있는 곳을 찾고 싶다면 모네타(www.moneta.co.kr)에 접속해 ‘최고금리’를 눌러 비교하면 된다. 또, 주거래 은행에 비교적 많은(5천만원 이상) 돈을 넣을 때는 예금 금리를 플러스알파로 더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우선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0.1~0.3% 정도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지점에서는 일반적인 ‘우대금리’에 더해 지점장 전결에 따라 더 받을 수도 있다. 이를 ‘지점장 전결 금리’라고 한다. 어떻게 받느냐. 직원에게 물어보면 된다. 무조건 “주거래 은행이니 이자를 더 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제가 ○○○원을 예금하려고 하는데 이자를 더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라고 물어보라.
새는 돈, 가랑비가 옷 적신다
몇 년째 자산관리사로 살고 있는 정성모(35) 씨. 일찍이 재테크에 눈을 뜬 그는 평소 ‘1억 만드는 법’을 고객에게 설파하고 재무 설계를 돕는다. 하지만 그는 정작 한 번도 1억원을 만져본 적이 없다. “왜냐”라는 질문에 대답은 간단했다. “버는 만큼 쓰게 되니까”였다. 돈을 모으려면 적게 써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렇다고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똑같이 사더라도 아끼는 방법이 있다. 우선 소비는 되도록 체크카드로 결제하자. 은행잔고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니 지출 통제에 효과적이다. 신용카드는 딱 1개만 만들되, 해외 여행이나 불가피한 비상용으로만 쓰자. <월급쟁이 부자들>의 이명로 저자는 “신용카드의 할인이나 무이자 할부 혜택 등이 이득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10원 아끼려고 100원을 더 쓰는 꼴”이라고 했다. 신용카드에 익숙해지면 누구라도 지출 통제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얘기다. 김종석 우리투자증권 스마트금융부장 또한 “신용카드로 서명하는 몇 십만원보다 지갑에 구겨진 천원짜리 한 장에서 더 무게감이 느껴지는 법”이라며 신용카드 소비를 지양할 것을 권고했다.
새는 돈을 막고 싶다면 깨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예금과 적금 그리고 보험. 특히 보험은 중도에 해지할 경우 예금이나 적금보다 손해가 훨씬 더 크다. 보험은 2년 안에 해지하면 환급금을 거의 못 받는 경우가 있는데도 두 명 중 한 명꼴로 수십만, 수백만, 수천만원의 손해를 감수하며 해약하는 게 사실이다. 이명로 저자는 “이쯤 되면 적금 금리가 조금 더 높은 곳을 찾아 인터넷을 뒤지는 것보다 금융상품을 처음부터 제대로 가입해 해지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재테크 방법”이라고 전했다.
종잣돈 모았다면, 투자하라
부자가 되려면 투자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상황과 맞는 상품의 선택과 운용은 재무 목표 달성에 날개를 달아준다. 어느 정도 종잣돈이 모였다면, 리스크가 낮은 투자 방식을 택해 서서히 투자해보자. 투자는 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재테크로, 적금, 채권, 주식, 펀드 등의 상품이 있다. 처음부터 무리한 투자는 금물.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100-나이 법칙’을 권한다. ‘10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수’를 위험 자산인 펀드 등에 투자하는 것. 이 법칙대로라면 30대는 자산의 70%가 투자 권고 수치다. 물론 펀드를 할 때는 하락세에 대비해 분산 투자를 하는 것이 철칙이다. 이처럼 다양한 수단으로의 투자를 감행했을 때, 매월 1백12만8천9백93원으로 단 5년 만에 1억원을 얻을 수 있다(수익률 15% 기준).
<월급쟁이 부자들> 이명로 저자의 내가 만난 월급쟁이 부자들의 공통점
돈 거래가 철저하다. 부모 앞에서조차. 부모에게 돈을 빌릴 때도 대출이자를 쳐줘라.
젊을수록 직업에 더 투자하더라. 대학교수가 꿈이라면, 주식 투자보다는 학위를 딸 생각을.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특히 30~40대의 경우 빌려달라는 금액이 크다. 가장 좋은 건 빌려주지 말되, 거절하기 어려운 경우 부부가 같이 서명한 차용증서를 반드시 받아라.
아내와 상의하는 습관이 있다. 사기 피해자는 남자가 더 많다. 남편은 투자하기 전 “수익이 몇 퍼센트일까?”를 생각하지만, 아내는 “원금은 지킬 수 있을까” 하며 안전을 먼저 고민한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원금 보전이다.
아침 시간을 활용한다. 모든 일에는 ‘고통과 이익의 정비례 법칙’이 존재한다. 월급쟁이의 경우 밤 시간대에는 자신에게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아침 시간을 활용해 자기 계발을 하자. 몸값이 오른다.
재무 목표를 세운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재무 목표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세워보자. 목표를 세울 때는 확실한 동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