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소녀들의 '우상'으로
엘사 드레스 입고, 머리 땋고… 아이들 영어이름 '엘사' 인기
인형 등 캐릭터 상품도 불티
"능력 있는 예쁜 인물에 열광"

다섯 살짜리 딸을 둔 김선아(가명·40)씨는 최근 미국 아마존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 가발을 구입했다. '겨울왕국'을 본 이후 엘사 팬이 된 딸이 "나도 엘사처럼 땋은 머리를 하고 싶다"고 졸랐기 때문이다. 김씨의 딸은 엘사 드레스와 구두, 요술봉까지 가지고 있다. 여섯 살짜리 딸 엄마인 박민선(42)씨도 올여름 '엘사 드레스'를 구입했다. 박씨는 "아이가 매일 그것만 입겠다고 한다"고 했다.

요즘 유치원~초등학교 저학년 여자 어린이들의 '우상'은 '겨울왕국'의 '엘사'다. 애니메이션이 개봉한 지 반년이 넘었지만 열기는 도무지 식을 줄을 모른다. 더 나아가 엘사를 내세운 각종 상품은 전선(戰線)을 더욱 확대하는 분위기다. 드레스, 인형, 색칠 놀이…. 한마디로 엘사와 관련된 것은 모조리 인기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은 "올해 어린이날 선물로 가장 인기를 끈 캐릭터 완구는 '겨울왕국'의 '엘사'"라고 밝혔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도 "어린이날 선물 중 푸른색 엘사 드레스가 가장 수요가 많았다"고 했다.

일곱 살짜리 딸을 둔 한 엄마(36)는 "유치원에서 영어 이름을 지을 때 여자 아이들이 다들 '엘사'를 하겠다고 해 하는 수 없이 '김 엘사' '정 엘사' 하는 식으로 성(姓)만 구별해 부른다"고 했다.

지난 1월 국내 개봉한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는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마법의 힘을 지닌 공주. 실수로 자신의 왕국을 얼려버리곤 달아나 얼음 성(城)에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엘사가 부르는 노래 '렛잇고(Let It Go)'는 2014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사실 '겨울왕국'을 끌어가는 인물은 실종된 언니 엘사를 찾아 갖은 모험을 감수하는 여동생 안나다. 그러나 밝고 적극적인 안나가 아니라 어두운 내면의 엘사에 소녀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엘사의 '능력'. 박민선씨는 "안나가 그냥 귀여운 여자 아이인 데 반해 엘사는 마법으로 성을 지어 올린다든가 하는 파워가 있는 예쁜 캐릭터라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했다. 김선아씨도 "딸이 엘사가 손으로 얼음을 쏘는 장면에서 열광한다. 80년대 '요술공주 밍키'나 '세리'같이 마술 부리는 공주가 인기 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고 했다.

다음은 엘사의 '노래'. 일곱 살, 네 살 딸을 둔 신소연(38)씨는 "노래의 흡입력이 강해 요즘 애들치고 '렛잇고' 모르는 애가 없다. 네 살짜리 막내도 뜻도 모르면서 영어로 따라 부른다"고 했다.

어린 소녀들의 '엘사 사랑'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블룸버그는 "엘사 드레스가 품절되자 직접 만들어주는 부모도 있다"며 "엘사의 반짝이는 드레스가 얌전한 안나 의상보다 더 잘 팔리는 것은 엘사의 '디바(diva)' 같은 성격을 소녀들이 좋아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최근 한국방송학보에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젠더 표상과 이데올로기'라는 논문을 기고한 신혜원 성균관대 'PLUS형 아동전문가양성사업팀' 연구원은 이런 분석을 내놨다. "엘사는 자신 안의 힘을 조절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함축해 보여주는 인물이다. 성장 과정에서 자기 내부에 통제의 주체가 있다는 걸 깨닫는 건 자존감 형성과 연계되기에 매우 중요하다. 엘사는 바로 이러한 어린이들의 성장통을 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