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연구진이 투과전자현미경(TEM, 고전압의 전자 빔을 쏘아 얇은 물질을 투과하게 함으로써 수십만 배 이상 확대해 관찰할 수 있는 현미경)을 활용해 나노선(nanowire) 성장의 특성을 결정하는 촉매의 특성을 밝혀냈다.

지스트는 31일 “나노선은 실리콘 반도체 공정과 전자소자 제작 등에 활용되는 극미세 와이어로서, 이번 성과로 집적도와 성능, 효율 면에서 한계에 부딪힌 전자소자와 에너지소자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데 한걸음 다가서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지스트 신소재공학부 김봉중 교수(40)가 주도하고, 미국 IBM 왓슨 연구소가 참여했다. 연구결과는 나노과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8월호에 게재됐다.

대부분의 반도체 나노선은 나노촉매를 이용해 성장하는데, 지금까지는 그 성장 특성(나노선의 성장 방향, 길이, 굵기, 밀도, 표면특성 등)을 파악하고 조절하기 어려워 실제 나노소자에 집적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어왔다.

연구팀은 나노선의 성장 특성을 결정하는 가장 초기 단계에서 일어나는 촉매 조대화(粗大化·Coarsening)의 운동학적 특성을 투과전자현미경으로 실시간 관찰하고, 이를 정량화·수식화하여 다양한 나노선이 나노소자에 집적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조대화현상이란 화학적 잠재 에너지가 크고 입자 크기가 작은 나노촉매입자에서, 화학적 잠재 에너지가 작고 입자 크기가 큰 나노촉매입자로 원자가 이동하면서 촉매입자의 크기와 밀도가 순간적으로 변하는 현상.

이러한 원자의 이동은 촉매입자가 위치한 기판의 온도와 촉매 주위의 가스분포에 따라 매우 민감하게 변화한다. 이에 따라 조대화 과정에 의해 결정되는 촉매 입자의 크기, 밀도, 모양, 상태 등은 나노선의 성장 특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연구팀은 분자가스(다이사일렌) 유입, 산소 유입, 진공 상태의 세 조건을 설정해 외부로부터 투과전자현미경 내 밀폐된 영역으로 가스를 유입하고, 투과전자현미경을 통해 금(Au) 촉매의 조대화 과정 전반을 빠른 속도(초당 30 프레임 이상)로 관찰했다.

그 결과, 촉매의 부피 변화의 속도가 시간에 따라 정비례했고, 촉매 부피 변화는 분자가스 유입, 진공 상태, 산소 유입 순으로 속도가 빠르게 나타났다.

김봉중 교수는 “나노선 생성 과정에서 금 나노촉매의 조대화 메커니즘과 운동학을 일반화된 정량적 모델로 제시했다”며 “앞으로 몇 가지 조건의 변화만으로 나노선의 성장 특성들을 조절해 나노선을 실제 소자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