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 신화’를 탄생시키고, 이후 휴대폰을 만들어 한 때 국내 시장 2위까지 올랐던 기업 팬택이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팬택은 12일 서울 상암동 사옥에서 이사회를 열고 법원에 법정관리 신청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팬택의 이번 결정은 회사가 자금난에 봉착해 다시 워크아웃에 들어간 끝에 내린 결정이다. 팬택은 지난 달 500억원 가량의 상거래 채권을 갚지 못한 데 이어 이달 10일 만기도래한 220억원의 채무를 11일에도 막지 못했다. 팬택 내부적으로는 회사 운영에 필요한 현금이 이미 고갈된 것으로 알려졌다.

팬택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법원은 1주일 안에 채권채무 관계를 모두 동결하고 한 달 안에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한다.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법정관리인 선임과 회생계획안 마련 등을 거쳐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이 경우 채권채무 동결이라는 상황을 기반으로 영업과 개발을 통해 장기적으로 기업 회생 방안을 모색해볼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이 신청을 기각하면 기업 청산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현재로선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채권단 실사 결과 팬택의 계속기업가치(3824억원)가 청산가치(1895억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만 이 기업가치는, 채권단의 기업가치 산정 당시 팬택이 이통사에 단말기를 매달 일정 물량 공급한다는 조건이 포함된 것이라는 점에서 법원의 법정관리 수용을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현재 이동통신사들은 기존 재고 물량과 시장 수요 부족 등을 근거로 팬택의 휴대폰을 더 받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팬택은 박병엽 전 부회장이 지난 1991년 직원 6명, 자본금 4000만원으로 출발한 회사. 한 때 무선호출기 ‘삐삐’ 시장에서 세계 톱7 안에 들 정도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후 산업 트렌드 변화에 맞춰 휴대폰으로 주 종목을 바꿔 상승세를 이어갔고, 2001년 에는 현대큐리텔을, 2005년에는 SK텔레텍을 인수하며 국내에서 삼성전자·LG전자와 맞서는 휴대폰업체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후 휴대폰 시장이 큰 자본력과 많은 개발 인원을 요구하는 스마트폰 중심, 규모의 싸움 판도로 바뀌면서, 두 차례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