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벨

많은 사람의 뇌리에 깊이 박힌 케이블 채널 광고가 하나 있다. 배우 이순재(79)씨가 등장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라고 외치는 라이나생명의 보험 상품 광고다. 이 광고엔 특이한 점이 있다. 15~30초 분량의 기존 TV 광고보다 훨씬 길다는 것. 시청자들에게 해당 상품을 상세히 설명하기 위해 최장 8분까지 쓴다. 이 새로운 유형의 광고는 바로 '인포머셜(informercial)'이다. 인포머셜은 '정보'를 뜻하는 인포메이션(information)과 '광고'를 뜻하는 커머셜(commercial)을 합친 말로, '정보형 광고'를 의미한다.

심범섭(56) 인포벨 대표는 국내 광고 시장에 인포머셜을 뿌리내리게 한 선구자(先驅者)다. 2000년대 초 인포머셜을 활용한 마케팅을 본격화했고, 지금도 국내 인포머셜 광고의 20% 이상이 그의 손에서 제작·편성된다. 지난 2011년엔 인포머셜마케팅연구소를 설립했다. 지난해부터는 사단법인 한국인포머셜협회 회장도 겸하고 있다.

▲ 심범섭(56) 인포벨 대표.

그는 1982년 제일기획에 입사해 미니카세트 '마이마이' '크로이처 오디오' 광고 등으로 광고계를 평정한 '스타' 광고기획자(AE) 출신이다. 그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제일제당(현 CJ제일제당)의 '고향의 맛 다시다' 광고는 모델 김혜자(73)씨를 '국민 엄마'로 자리 잡게 했다. 이후에도 그는 제일기획의 최연소 광고국장으로 승진하는 등 줄곧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자신만의 광고철학을 펼치고 싶다는 갈증을 풀기 위해 돌연 사표를 던졌다. 2007년 광고는 물론이고 유통까지 담당하는 새로운 형태의 광고유통사 인포벨을 설립했다.

출발은 초라했다. 친구 사무실에 책상 하나 덜렁 놓고 시작했다. 하지만 당당했다. 경험과 능력이란 튼튼한 자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감 덕분에 짧은 기간에 급성장하며 승승장구했다. 인포벨은 단숨에 업계 1위에 올랐다. 현재 매출은 약 380억원에 이른다.

심 대표는 "2000년대 후반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들은 매출을 즉각 올릴 수 있는 광고를 원했다"며 "인포머셜이 중소기업 제품 매출 신장에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했고, 때마침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인포머셜은 비싼 입점 수수료를 지불하는 TV홈쇼핑이나, 광고 시간에 따라 돈을 내는 일반 광고와는 성격이 다르다. 획기적인 아이템을 선정해 광고를 제작하고, 판매 실적에 따라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아이디어 하나만 있는 중소기업도 인포머셜을 통해 이른바 '대박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성공 사례도 있다. 운동기구인 로베라 식스파워, 홈스타 카페트전기매트, 아놀드파마 방한화 같은 제품이 대표적이다.

뭐니 뭐니 해도 인포머셜의 대표격은 보험 상품. 앞서 언급한 라이나생명을 비롯해 동부화재 1만원의 행복 자동차보험, 에이스생명의 치아 보험 등도 인포머셜의 덕을 톡톡히 봤다.

올해 인포머셜 시장 규모는 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내년엔 무려 6000억원 규모로 '껑충' 뛸 전망이다. 심 대표는 "다(多)채널 시대가 도래한 만큼 인포머셜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현재 지상파·케이블·IPTV를 통해 송출되는 300여개 채널 중 140여개만 인포머셜을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시장이 확대될 여력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인포머셜이 저렴하고 품격 없는 광고라는 편견을 없애고 스토리가 살아있는 광고 위주로 제작하다 보면 시장 전망은 훨씬 더 밝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문의 (02)3412-3004 www.infobel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