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경 기자 = digitaljh@chosun.com) 이탈리아, 프랑스, 두바이 등 16개국의 특급 호텔 주방장을 역임한 파올로 꼴라비니 셰프를 이태원 비트윈 레스토랑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다이닝 라운지로 유명한 비트윈은 파올로 셰프를 영입하면서 모든 메뉴를 이탈리아 정통 레시피로 전면 개편했다. 그가 한국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4년 전,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꼴라비니 레스토랑을 오픈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고, 해외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뒤 작년에 다시 한국으로 귀환했다.

‘도전과 변화를 즐기는 셰프 파올로’

약 10년 전 두툼한 도우와 기름진 미국 스타일 피자에 길들여져 있을 때 그는 이탈리안식 화덕 피자와 화덕이 있는 오픈 키친을 소개해 파격적인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그 때 당시만해도 이탈리아 식재료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사람들의 머리 속에 있는 기존의 양식을 바꾸는 것도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경제와 문화수준이 급격하게 발전했고, 그 때보다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의 규모도 늘어나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파올로 셰프는 “예전에는 다소 시골스러운 느낌이 있었는데 이제는 이탈리안 요리뿐만 아니라 외국 음식에 대한 관심과 호응이 커졌다는 것을 체감한다.”고 말한다. 파올로 셰프가 느낀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변화에 빠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직문화가 엄격한 호텔보다 한국의 자유분방함을 함께 느끼고 즐기고 싶어 이태원으로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태원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가고, 에너지가 넘치는 거리이기 때문에 휴일에는 이태원 주변의 펍이나 클럽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이탈리아 북부 요리 전문가가 보는 한국음식’

파올로 셰프의 전공은 이탈리아 북부요리다. 그가 태어난 곳은 북부 이탈리아와 스위스 국경지대의 호수가 있는 작은 휴양도시 꼬모(Como)로 주변에 쌀이 재배되는 곳이 많아 리조또를 즐겨먹었다고 한다. 또, 바다와 접해 있지 않기 때문에 해산물보다는 육류요리가 많이 발달했다고 말한다. 냉장 시설이 없던 시절, 고기를 보존하기 위해 고기를 소금에 절이거나 훈연하고 발효시켰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베이컨, 햄, 초리조, 소시지와 같은 육가공품을 샤퀴테리라고 하는데 이탈리아 북부는 샤퀴테리와 같은 육류와 염장식품, 쌀 요리 등이 전반적으로 발달했다. 그래서 그는 갈비찜이나 젓갈과 같은 한국음식에서 비슷한 점을 많이 찾았다고 말한다. 파올로 셰프는 “만두 속이라든지 고기를 재우거나 짭조름한 양념으로 젓갈을 만드는 방식이 친근하다. 하지만 매운맛은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북부 이탈리아는 마늘이나 고추를 직접 먹기 보다는 향을 우려내는데 쓰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짭조름한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그는 명란이나 젓갈과 같은 염장, 발효, 숙성 재료를 연구하며 다양한 파스타를 만드는 재미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탈리아 만두, 오징어 먹물 라비올리 (Squid ink Ravioli)’

라비올리는 파스타 반죽에 치즈, 생선, 고기 등의 다양한 재료로 속을 채워 만드는 이탈리아 파스타의 일종이다. 파올로 셰프는 파스타 반죽을 할 때 오징어 먹물 넣어 까만색의 특별한 라비올리를 선보였다. 속에 들어가는 재료는 랍스타와 게살로 소금과 약간의 브랜디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다. 파스타 위에 특제소스 토마토 소스와 바질 드롭을 뿌리는데 바질드롭은 바질잎, 마늘, 올리브오일, 파마산치즈, 잣, 소금, 백후추를 넣어 만든다. 만드는 방법은 파스타를 반죽할 때 오징어 먹물을 넣어 까만 색이 균일하게 나오도록 한다. 그리고 양념을 한 랍스타와 게살로 한국의 만두처럼 속을 채운 후 오븐에 굽는다. 그리고 접시에 토마토 소스를 뿌리고 그 위에 라비올리를 올린 뒤 중간 중간 바질 드롭을 떨어뜨려준다. 가볍게 튀긴 소프트 크랩을 중앙에 배치하고 신선한 야채로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