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HD 4배 화질' 4K 카메라, 어디까지 왔나?

플래시가 터지는 카메라 앞에서 모델들이 포즈를 취하는 모습은 몇 년 후엔 사라질지 모른다. 지난 몇 년간 보그(VOGUE), 엘르(ELLE), 에스콰이어(Esquire) 등의 패션 잡지들의 표지 사진이 4K 동영상 카메라인 레드 에픽(RED EPIC)으로 동영상으로 찍은 후 고른 한 컷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포즈가 없어도 모델들의 움직임을 압축없는 원본 RAW파일로 찍은 후, 그중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바야흐로 동영상(Video) 카메라로 스틸사진이 가능한 시대가 오고 있다.

◇4K 동영상 카메라, 사진은 어떻게 변할까?

HD급 동영상 카메라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이 정도면 충분한 해상도"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요즘은 자동차 블랙박스 카메라도 풀HD급이 팔린다. CCTV 카메라도 이미 HD급에서 풀HD급 해상도로 바뀌는 중이다. 어떻게 된 것일까? 한마디로 이미지 해상도에 대한 사람들의 눈높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고화질 TV 모니터와 풀HD급 스마트폰은 사람들의 해상도 기준을 크게 올려놓았다. 고해상도의 이미지 수요가 카메라 센서 기술 발달까지 가속화시키면서 풀HD의 4배에 해당하는 830만 화소의 고(高)해상도로 기록하는 동영상 카메라가 나오기 시작했다. 2007년 레드(RED) 카메라로 시작된 4K 동영상 카메라의 혁신은 마침내 영화계에서 필름 카메라를 모두 디지털 카메라로 바꿔 놓았다.

하지만, 레드를 비롯한 대부분의 초기에 개발된 4K 동영상카메라는 촬영 후 엄청난 용량의 이미지를 저장하는 장치가 별도로 있어야 하고, 이를 읽을 수 있는 특수 편집 기기가 지원되어야만 쓸 수 있었기에, 이들은 영화나 CF 혹은 일부 TV방송 프로그램에서 활용되었지 일반 카메라 유저(user)들이 사용할 수 있는 카메라는 아니었다. 이러한 흐름도 최근 바뀌고 있다. 소니, 파나소닉 등에서 최근 가벼운 미러리스(Mirrorless) 카메라로 일반 유저들이 4K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들이 나오면서 커다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파나소닉 루믹스 GH4

4K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미러리스 카메라 중 가장 먼저 나온 파나소닉 루믹스 GH4는 기존의 4K 카메라들이 무겁고, 비싸며, 별도 저장 장치가 필요하다는 고정관념을 모두 깼다. 199만원 대의 가격에, 바디 무게만 배터리와 메모리 카드를 포함, 560그램으로 가벼워졌다. 기존 미러리스 카메라처럼 SD카드를 저장 장치로 쓴다는 것도 장점이다. 　

◇소니 A7S

국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서 강력한 점유율을 갖고 있는 소니는 지난 6월 중순, 풀프레임 이미지센서를 쓸 수 있는 4K 미러리스 카메라를 출시했다. A7S는 기존 35㎜ 필름과 같은 크기로 풀프레임을 쓰기 때문에 화각이 넓고 보다 선명한 이미지를 기록할수 있다. 더 매력적인 것은 A7S에 S가 sensitive의 약자이듯, ISO가 무려 40만9천600까지 촬영되는 초고감도 카메라다. 하지만, 풀 HD급 촬영의 경우에만 SDXC 메모리카드를 사용할 수 있으며, 4K 동영상 촬영의 경우, 별도의 외장 기록장치가 있어야 한다. 바디 250만원대.

◇캐논 EOS-1D C

지난 2012년 출시되어 다큐멘터리 동영상과 사진 모두 활용되는 EOS-1D C는 캐논의 프로급 DSLR 최고 기종인 EOS-1D X의 기능을 그대로 갖추면서 4K급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다. 별도의 외장 장치 없이 CF 카드에 저장할 수 있고, 70여년 전통의 해상도 뛰어난 수많은 캐논 렌즈를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1천 6백만원대.

업계에선 수년 내로 8K급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가 나오면 사진과 동영상이 동시에 촬영되는 '화소의 경계가 사라지는' 카메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4K 동영상 카메라를 써본 전문가들의 예상은 어떨까?

◇"촬영의 문법이 달라질 것" vs. "스틸사진은 계속될 것"

파나소닉 루믹스 GH4가 처음 나오자마자 무인 헬기에 달아서 지난 두 달간 촬영해본 오승환 교수(경성대 사진학과 교수 겸 드론프레스 대표)는 한마디로 "일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미 뉴스 사진에서 동영상으로 촬영된 프레임을 가져다 쓰는 시대가 도래했다"며 "막상 4K 카메라를 써보니 너무도 좋은 화질에 당황했다"면서 "사진가들이 4K 동영상을 하면 프레임 안에 구도와 광선이 훨씬 갖춰진 고급스러운 동영상이 제작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SBS에서 4K 동영상 방송을 대비한 TF팀에서 일한 한 방송 관계자에 의하면 "카메라 화소가 워낙 높기 때문에 따로 찍지 않고 전경을 찍은 다음 화면의 일부분을 크로핑 해서 써도 문제가 없다. 가령, 예전엔 인물을 찍을 때 바디 샷, 미디엄 샷, 얼굴 클로즈업을 각각 따로 찍어야 했다면 이제는 인물 전신 하나를 찍어서 얼굴이나 손을 따로 따서 편집하면 된다"고 했다.

방송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사진가이기도 한 박종우 감독은 "모든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4K로 바뀔 것이며 작은 4K 카메라가 곧 쏟아지고, 그 혁명의 기수는 미러리스 카메라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센서기술이 발달하면서 카메라가 동영상의 경계를 허물고, 저널리즘 사진에도 커다란 변화가 올 것도 확신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틸카메라는 전문 사진가들에 의해 이전보다 훨씬 높은 화소를 가진 방향으로 수요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4K 동영상 카메라란?

가로, 세로 해상도가 3,840 x 2,160 해상도로 풀HD의 4배에 해당하는 830만 화소의 고(高)해상도를 기록하는 동영상 카메라다. 해상도(解像度)는 보통 모니터에서 ppi(pixel per inches)로 기록되는데 보통 1인치(25.4㎜) 안에 표현되는 화소(픽셀:Pixel)의 수가 높을수록 정교한 그림이 기록되는 고해상도가 된다. 통상 HD(high definition)급 해상도는 1,280 x 720(약 100만 화소), 풀HD(Full high definition)급은 1,920 x 1,080로 약 200만 화소가 된다. 4K 동영상 카메라가 830만 화소인 것을 감안하면 2000년대 중반부터 출시된 프로사진가들의 DSLR카메라와 같은 해상도 수준의 동영상이 촬영되는 미러리스 카메라가 활용되고 있다. 카메라 업계에선 앞으로 5년 내로 8K급(7,680 x 4,320) 미러리스 시대가 오면, 1장당 3천2백만 화소의 동영상을 찍게 되면서 해상도에 있어서 정사진과 동영상의 경계가 사라질 것을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