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영지 순경

(박샛별 기자=  digitalsb@chosun.com )  “강인한 체력으로 대한민국 여성 해양경찰관으로서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구명조끼’와 같은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지난해, 친남매 교육생으로 해양경찰교육원에 입교해 눈길을 끌었던 고영지(25) 순경이 당차게 포부를 밝혔다.
고 순경은 225기 교육과정을 올해 4월 수석으로 수료한 근면성실파다. 오빠 고홍성 순경(27)은 현재 인천해양경찰서 311함에 근무 중인데, 해경 의무경찰로 복무타가 제대 후 다시 해양경찰 순경으로 입직했다. 고 순경이 해경을 지원하게 된 데는 이러한 오빠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고 순경은 현재 실무에 배치된 이후 구조요원으로 맹활약을 벌이고 있다.

해양경찰 창설 60주년, 해경에 첫 발을 내딛은 고영지 순경이 당당한 대한민국 여성 해양경찰관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들여다봤다.

Q.  해양경찰 공무원이 된 이유는?

A. 제주도에서 태어나 바다와 함께 자라 평소 해양경찰에 관심이 있었다. 오빠가 먼저 전남대 해양경찰학과에 입학했고 뒤를 이어 같은 학교, 같은 학과에 입학했다. 해경을 준비하는 동안 고충도 있었지만 오빠와 서로 도우며 공부한 결과 해경 해기사 특채로 나란히 합격하게 됐다.

Q. 교육훈련 기간 가장 힘들었을 때는?

A. 9개월 동안 교육을 받으면서 영종도 특공대 수영장에서 체력 단련과 인명구조 교육을 받았던 적이 있다. 온몸을 파스로 도배할 만큼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당시에 구조영법, 조치사항 등을 잘 배웠기 때문에 현재 해수욕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교육 기간 배웠던 구조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하루에 한 번씩 바다에 입수해 인명구조훈련을 하고 있다. 바다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생사에 직결되기 때문에 현장에서 이뤄지는 강도 높은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이 같은 교육의 비중이 높아졌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다.

Q. 해수욕장 안전요원으로서 힘든 일은 없나?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A. 아무래도 더운 날씨에 근무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 바다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는 강인한 체력이 필수인데 무더위와 맞서는 게 쉽지만은 않다.
 더운 날씨보다 더 힘든 건 세월호 사고 이후 달라진 국민의 시각이다.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물놀이객들에게 안전계도, 위험요소 주의조치 등을 할 때가 있는데, 잘 들어주지 않는 이들도 종종 있다. 힘이 빠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응원을 해주는 분들도 많아서 해양경찰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며칠 전 아빠, 엄마를 잃어버린 5세 여아를 부모의 품으로 돌려보낸 적이 있다. 엄마와 딸이 만난 뒤 눈물을 흘리며 “감사하다”고 말했을 때 해경이 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수고하십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해주는 국민이 있기에 나 뿐만 아니라 모든 해양경찰들이 힘을 내고 더욱 업무에 매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수상훈련 모습

Q. 세월호 사고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어려움은 없나?

A. 먼저 해양경찰이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모든 분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한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던 날 인천해양경찰서에 착임한 뒤 진도 팽목항에 지원근무를 갔다. 수색현황판을 지켜보며 하염없이 우는 실종자 가족들을 보며 나 또한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싶었고 어떻게든 돕고 싶었다.
 하지만 섣불리 행동할 수 없었다. 세월호 사고로 해경에 대한 신뢰감이 무너져 현장 지원 중에 근무복을 입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해양경찰 마크가 있는 조끼를 입고 근무를 하다가도 화장실에 갈 때는 조끼를 벗고 가야만 했다. 자식을, 부모의 생사도 확인하지 못한 이들의 마음을 알기에 더욱 조심스러웠다.
 진도 팽목항 근무 이후 경비함정으로 복귀해 출동을 나갔다가 해경 해체 소식도 전해들었다.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았다. ‘이제 해양경찰에 첫 발을 내딛은 햇병아리인데 해체 소식이라니...’ 정말 청천벽력이 이런 때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그리고 가장 먼저 부모님 생각이 났다. 아들과 딸이 함께 대한민국 해양경찰이 돼 매우 기뻐하고 자랑스러워 하신 부모님이었는데... 임관 직후 이런 소식을 전하게 돼 자식으로서 죄송스럽다.
 

Q. 해양경찰의 ‘안전한 바다, 행복한 국민, 사랑받는 조직’ 실현을 위해 개선돼야 할 점은?

A. 해양경찰관 개개인이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최고가 된다는 마음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면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에서 해양경찰이 어느 분야보다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조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이번 세월호 사고를 겪으면서 국민에게 해양 관련 지식을 알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느꼈다.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원들이 직접 학교, 기업 등에 방문해 해양상식에 관해 교육하고 홍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Q.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는?

A. 다시 국민의 신뢰를 받는 해양경찰이 될 수 있도록 현재 위치에서 묵묵히 업무를 수행할 것이다. 초심을 잃지 않고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며 해양경찰 조직원으로서 역량을 키울 것이다. 교육원에서 배웠던 것처럼 헌신과 용기를 가슴에 새기고 해경의 발전을 이끄는데 일조하는 국민의 구명조끼가 되고 싶다.